[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기를 바랍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후련하다 오늘날에는 누구나 홀가분히 ‘차(茶)’를 마시지만, 지난날에는 아무나 못 마셨습니다. 오늘날에는 거리낌없이 살림을 꾸리며 혼잣길을 걸을 수 있되, 지난날에는 스스로 나래펴며 살아가지 못 했어요. 이제는 날개를 아무렇게나 짓밟으려는 막짓이 사그라들지요. 저마다 한바탕 바람꽃이 되어 훨훨 일어날 만한 터전입니다. 기지개를 켜면서 우리 멋빛을 찾아 벗어날 수 있습니다. 풀잎이나 꽃잎이나 나뭇잎이나 나무꽃을 말려서 뜨뜻한 물에 우리는 물을 마시는 말미에 문득 생각합니다. 잎을 우리니 ‘잎물’일 테고, 잎물을 마시면서 숨을 돌리면 ‘잎물짬’처럼 새말을 놀이하듯 지을 수 있어요. 우리 곁에서 마음껏 해바람비를 머금고 자란 풀꽃을 물 한 모금에 어떻게 풀어놓았나 하고 돌아봅니다. 후련하게 속을 씻듯 스미는 잎물은 들숲하고 하늘을 넘나드는 바람빛 같아요. 몸을 틔우면서 마음을 열어요. 우리길을 눈치를 안 보면서 가뿐히 활갯짓으로 나아가지요. 호젓이 앉아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20 만나다 해남에 있는 대흥절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는 어느 이름난 분 글씨가 걸렸습니다. 얼마나 오랜 나날을 이어온 글씨인지 새삼스럽습니다. 이 글씨를 보려고 숱한 사람이 이곳까지 드나들었을 발자취를 더듬습니다. 글씨에는 글로 담은 사람 손길이 있습니다. 뭘 사고서 슥슥 적는 글씨에도, 종이에 붓으로 남기는 글씨에도, 이렇게 절집에 거는 글씨에도, 모두 손으로 스치는 마음이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글씨를 쓰는지 돌아보면, 어느새 낯도 이름도 모르는 이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즐겁게 차린 밥을 맛보듯, 반갑게 마주하는 마음을 만납니다. 멀리 나들이를 가면서 스치는 길에서 나무를 만납니다. 내가 사는 곳하고는 다른 나무입니다. 내가 쓴 글로 묶은 책은 어떤 나무였을까요? 나를 반기는 분한테 내가 쓴 책을 건네다가 ‘나한테 와준 나무냄새’를 훅 느낍니다. 마르지 않는 하늘빛처럼 만납니다. 2024.03.12.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자주적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다 → 일을 스스로 풀다 자주적인 노력을 기울이다 → 내 나름대로 애쓰다 자주적 결정 → 혼길 / 혼넋 / 임자넋 자주적 외교 → 임자로 만남 / 스스로길 / 스스로서기 ‘자주적(自主的)’은 “남의 보호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스스로·몸소가다·스스로가다’나 ‘스스로길·스스로서기·시키지 않다’나 ‘임자·임자넋·임자얼·혼넋·혼얼’로 손봅니다. ‘저절로길·제 발로·호젓하다·홀가분하다’나 ‘혼자서다·홀로서다’로 손볼 만하고, ‘기꺼이·기껍다·서슴없다·선뜻·스스럼없다’나 ‘기운차다·기운넘치다·힘차다·힘넘치다’로 손봅니다. ‘나름대로·그 나름대로·제 나름대로·내 나름대로’나 ‘냉큼·닁큼·착·착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종교적 종교적 관점 → 믿는 눈 / 믿음눈 / 믿음길 종교적 갈등 → 믿음 다툼 종교적인 행사 → 믿음자리 / 거룩한 자리 ‘종교적(宗敎的)’은 “종교에 딸리거나 종교와 관련되는”을 가리킨다고 해요. ‘-적’을 뗀 ‘종교’만 쓸 수 있되, ‘믿음·믿다’나 ‘믿음빛·믿음길’로 손볼 만합니다. ‘거룩하다·높이다·받들다·섬기다·올리다·우러르다’로 손보거나 ‘절·절집·작은절·큰절’이나 ‘하늘빛·하늘길’로 손보아도 됩니다. ‘길·빛’이나 ‘빛길·온빛’으로 손볼 수도 있어요. ㅅㄴㄹ 바꾸어 말하면 민족의 테두리를 넘어선 모든 철학적 신조나 종교적 신앙을 존중하고 → 바꾸어 말하면 겨레 테두리를 넘어선 모든 눈빛이나 믿음빛을 따르고 → 바꾸어 말하면 겨레 테두리를 넘어선 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비공식적 비공식적 회담 → 뒷모임 / 살짝모임 / 속모임 비공식적 방문 → 슬쩍 왔다 / 조용히 왔다 / 슥 왔다 비공식적인 관계 → 몰래 사이 / 안 알려진 사이 비공식적으로 말하다 → 뒤에서 말하다 / 살그머니 말하다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 뒷길로 일을 풀었다 ‘비공식(非公式)’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사사로운 방식”을 가리키고, ‘비공식적(非公式的)’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사사로운”을 가리킨다는군요. ‘뒤·뒷길·뒷구멍·뒷구녁’이나 ‘뒷놈·뒷장사·뒷팔이·뒷주머니’나 ‘몰래·몰래쓰다·몰래질·몰래짓·몰래일’로 손볼 만합니다. ‘검은구멍·까만구멍·깜구멍’이나 ‘검은길·까만길·깜길’로 손볼 수 있고, ‘그냥·그냥그냥·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ㄱ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의 마음이었다 →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었다 → 두 손 들었다 → 손을 놓았다 자포자기(自暴自棄) : 절망에 빠져 자신을 스스로 포기하고 돌아보지 아니함 ≒ 자기(自棄)·자포(自暴)·포기(暴棄) 더는 안 한다고 하기에 ‘그만두다’라 하고, ‘손놓다’라 합니다. “될 대로 되라”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보기글처럼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의 마음”은 군더더기 가득한 겹말입니다. ‘자포자기’를 덜면 돼요. ‘팽개치다·내팽개치다’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어차피 틀린 거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의 마음이었다 → 뭐 틀렸으니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었다 → 이제 틀렸으니 두 손 들었다 → 다 틀렸으니 내팽개쳤다 《당신의 사전》(김버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ㄱ 축에 속하다 지식인 축에 속하는 → 글물 축인 → 먹물에 드는 → 글바치인 축 : 일정한 특성에 따라 나누어지는 부류 속하다(屬-) : 관계되어 딸리다 우리말 ‘축’을 낱말책에서 살피면 ‘부류’로 풀이하는데, 다른 한자말로는 ‘소속·속하다’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기글처럼 “(무슨) 축에 속하는”이라 하면 겹말이에요. “(무슨) 축인”으로 끊을 노릇입니다. 또는 ‘들다’란 우리말을 쓸 만하고, ‘-인’ 같은 토씨만 붙여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그 연배에서는 지식인 축에 속하는 사람이었습니다 → 그 나이에서는 글물 축인 사람이었습니다 → 그 또래에서는 먹물에 드는 사람이었습니다 → 그 둘레에서는 글바치인 사람이었습니다 《재일의 틈새에서》(김시종/윤여일 옮김, 돌베개, 2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ㄱ 일필휘지로 단숨에 일필휘지로 단숨에 → 한숨에 → 곧장 → 내리 일필휘지(一筆揮之) : 글씨를 단숨에 죽 내리 씀 내리쓰다 : 위에서 아래쪽으로 글을 쓰다 단숨에(單-) : 쉬지 아니하고 곧장 ≒ 단걸음에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적에 멋을 부리면서 겹말이 불거지기 일쑤입니다. 우리말로 쉽게 하는 말이라면 겹말은 없어요. 우리말을 누구나 쉽게 알아보도록 쓰는 글에도 겹말은 없습니다. 보기글은 “감이 와닿는”부터 겹말이고, “일필휘지로 단숨에”도 겹말입니다. ‘일필휘지’는 ‘내리쓰다 = 한숨에 쓰다’를 가리키는데, ‘원고·완성시키다’라는 한자말도 ‘쓰다’하고 맞물려요. 와닿을 적에는 거침없이 쓴다는 이야기라면, “와닿으면 내리셨지만”이나 “와닿으면 곧장 썼지만”으로 아주 쉽고 가볍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다듬읽기 24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신이현 더숲 2022.5.27.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신이현, 더숲, 2022)을 읽었습니다. 이제는 책이름에까지 ‘내추럴’을 넣고, ‘-해지는’이라는 옮김말씨를 붙이기도 하는군요. 우리말로 옮기자면 “푸르게 사는 길”이나 “풀빛으로 사는 오늘”이나 “삶을 풀빛으로 가꾸는 길”이나 “삶을 푸르게 가꾸는 하루”쯤 될 테지요. 곰곰이 보면 ‘생태·환경’을 지나 ‘자연·그린’에 ‘내추럴’을 말하는 분들은 우리말 ‘푸르다’를 참 싫어합니다. ‘푸르다 = 풀’이요, ‘풀 = 풀빛 = 풀다’요, ‘품다’에 ‘푸지다·푸근하다’ 같은 낱말이 한뿌리로 잇는 줄 하나도 안 바라보는 탓이지 싶습니다. 풀은, 푸른별을 푸르게 덮으면서 모든 빛을 풀어내고 품으면서 푸근하게 받아들입니다. 푸른들을 푸른 줄 느끼거나 헤아리지 못 할 적에는 우리 숨결이 파란하늘을 파랗게 담으면서 하늘빛으로 젖어드는 줄 알아차리지 못 하겠지요. 말 한 마디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삶은 저절로 바뀌게 마련입니다. ㅅㄴㄹ 대구의 한 학교에 막무가내로 밀어넣었다 → 대구 어느 배움터에 밀어넣었다 → 대구 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다듬읽기 23 《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 공부》 강만길 창비 2016.7.15. 《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 공부》(강만길, 창비, 2016)를 읽었습니다. 강만길 님도 일본 한자말을 꽤 쓰지만, 다른 글바치에 대면 아무렇게나 쓰지는 않습니다. ‘훈민정음·한글’이 얽힌 뿌리를 살피기도 한 분이기에 어느 만큼 쉽게 풀어서 쓰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다만,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대목까지 엿보기는 어렵습니다. ‘발자취’를 다루는 ‘길’이기에 옛길을 살피며 오늘길하고 앞길을 돌아보게 마련인데, ‘발걸음’을 ‘새길’로 내딛으려면 ‘말길·글길’도 ‘새말·새빛’으로 나아가도록 가다듬을 적에 한결 밝으면서 숨길을 열 만합니다. ‘앞으로 태어나서 자랄 어린이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씨’로 우리 삶길이며 살림살이를 짚고 다룰 수 있다면, 우리 앞날은 틀림없이 다를 만하리라 봅니다. 일본말씨하고 일본 한자말을 걷어내는 손길 하나도, 조그맣게 거듭나면서 피어나려고 하는 몸짓입니다. 글도 책도 모르던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가 쉬운 말씨에 깃들었거든요. ㅅㄴㄹ 살아온 세상을 되돌아보는 자서전 같은 것을 내어놓은 지 → 살아온 나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