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ㄱ 일필휘지로 단숨에
일필휘지로 단숨에
→ 한숨에
→ 곧장
→ 내리
일필휘지(一筆揮之) : 글씨를 단숨에 죽 내리 씀
내리쓰다 : 위에서 아래쪽으로 글을 쓰다
단숨에(單-) : 쉬지 아니하고 곧장 ≒ 단걸음에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적에 멋을 부리면서 겹말이 불거지기 일쑤입니다. 우리말로 쉽게 하는 말이라면 겹말은 없어요. 우리말을 누구나 쉽게 알아보도록 쓰는 글에도 겹말은 없습니다. 보기글은 “감이 와닿는”부터 겹말이고, “일필휘지로 단숨에”도 겹말입니다. ‘일필휘지’는 ‘내리쓰다 = 한숨에 쓰다’를 가리키는데, ‘원고·완성시키다’라는 한자말도 ‘쓰다’하고 맞물려요. 와닿을 적에는 거침없이 쓴다는 이야기라면, “와닿으면 내리셨지만”이나 “와닿으면 곧장 썼지만”으로 아주 쉽고 가볍게 고쳐쓸 만합니다.
감이 와닿는 원고는 일필휘지로 단숨에 완성시켰지만
→ 문득 와닿는 글은 한숨에 마무리했지만
→ 와닿는 글자락은 곧장 써냈지만
→ 와닿는 글은 내리썼지만
→ 와닿으면 내리썼지만
《한 권의 책》(최성일, 연암서가, 2011) 6쪽
ㄴ. 먼저 솔선수범
먼저 책을 읽는 솔선수범을
→ 먼저 책을 읽어
솔선수범(率先垂範) : 남보다 앞장서서 행동해서 몸소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됨
먼저 무엇을 하기에 ‘먼저’라 합니다. 이 말을 한자로 옮기면 ‘솔선·솔선수범’일 텐데, 말뜻을 찬찬히 안 짚는 바람에 “먼저 솔선수범”처럼 겹말을 씁니다. 때로는 ‘솔선수범’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을 써야 아이들 앞에서 보기(모범)가 된다고 여기는 탓에 겹말이 불거져요. 어버이부터 책을 읽어야 아이가 책을 읽듯, 어버이부터 말을 말답게 바르게 가누고 참다이 돌보아야 아이가 말을 아름답게 펼 만합니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 어버이가 먼저 책을 읽어 보여야 한다고
→ 어버이부터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한 권의 책》(최성일, 연암서가, 2011) 5쪽
ㄷ. 서지사항
서지사항을 수록했는데
→ 책자취를 실었는데
→ 책풀이를 담았는데
서지(書誌) : 1. 책이나 문서의 형식이나 체제, 성립, 전래 따위에 관한 사실. 또는 그것을 기술한 것 2. 어떤 인물이나 제목 따위에 관한 문헌 목록
사항(事項) : 일의 항목이나 내용 ≒ 항
한자말 ‘서지’란, 책이 어떠한가를 밝힌 글이라는 뜻이니, ‘서지’라고만 적어도 ‘책 사항’이라고 나타낸 셈입니다. ‘서지사항’은 겹말이자 군말입니다. 굳이 한자말을 쓰고프다면 ‘서지’만 적을 노릇이되, 이제는 우리말로 ‘책자취’나 ‘책풀이’ 같은 낱말을 지어서 쉽고 또렷하게 쓸 수 있습니다. ㅅㄴㄹ
부록에다 본문에 언급된 50여 권의 서지사항을 수록했는데 무려 일곱 권의 출간 연도가 잘못 기재되었다
→ 붙임에다 글에서 다룬 쉰 자락 책자취를 실었는데 자그마치 일곱 자락이 나온해가 틀렸다
→ 딸림에다 글에서 밝힌 쉰 자락 책풀이를 담았는데 일곱 자락이나 펴낸해를 잘못 적었다
《한 권의 책》(최성일, 연암서가, 2011) 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