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24 짐 꽃을 삽니다. 씨앗을 싹틔운 금낭화 한 그릇이 천 원. 다섯 그릇 그러니까 열 포기입니다. 집밖에 심어야 잘 자란다고 합니다. 값을 치르던 짝은 “이런 걸 왜 사는지 모르겠다.” 합니다. 이러고서는 “시골 올 적에 골목에다 심어라.” 해요. 마루에 모아둔 짐에서 반을 오늘 시골로 옮깁니다. 가게를 꾸릴 적에 쓰던 헌 살림 몇 상자입니다. 시골에서 알뜰히 쓸 짐입니다. 두 이레 뒤에 병아리가 옵니다. 부엌을 고치고 지붕을 고칠 일꾼을 만나러 가는 길에 싣고 갑니다. 살림을 반으로 쪼갠 듯해요. 뒷간을 새로 들이고 하나 떼줍니다. 티브이 컴퓨터 자전거를 빼둡니다. 혼살림이지만 내 옷과 책만 보태면 한살림이 되어요. 삶을 누리는데 아쉽지 않을 짐입니다. 한 달 일하고 한 달 쉬는 놀이터로 쉼터로 쓸 짐입니다. 내 몸 하나 내 입이 참 큰 짐입니다. 몸을 다스릴 짐뿐입니다. 먹고자는 집이 짐입니다. 짐이 내 몫으로 따라가서 마음이 놓입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023 어질어질 마루가 어지럽습니다. 시골에 가는 짝꿍 짐을 챙겨요. 세간살이를 꺼냅니다. 하루를 묵든 이틀을 묵든 한달살이를 하든, 혼자 살든 둘이 살든, 솥이 있어야 밥을 먹고, 비누가 있어야 씻고, 이불이 있어야 따뜻하게 자요. 혼살림을 하는 아들 짐꾸러미 같습니다. 짐이 나가면 반질반질하게 닦고 말끔히 할 생각에 어지러워도 꾹 참아요. 작은딸네가 주는 손잡이 달린 틀에 커피가루를 한 숟가락 꾹꾹 눌러 담고, 단추를 눌러 뽑습니다. 한 모금 마십니다. 이런! 처음으로 뽑아먹는 쓴맛에 속이 울렁울렁해요. 짙은 냄새는 어질어질해요. 며칠 앞서는 목이 아파 어깨에 주사를 맞고, 엉덩이에도 두 대 맞고, 약을 먹었어요. 버섯을 먹고 간질간질해서 두드러기약도 먹었어요. 자동차를 세우다가 약기운 탓에 길턱에 바퀴가 꼬꾸라지기도 했어요. 지게차를 불러 건졌어요. 물을 더 붓고 마십니다. 눈을 감습니다. 어지러움을 재웁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다듬읽기 26 《내게도 돌아갈 곳이 생겼다》 노나리 책나물 2021.8.31. 《내게도 돌아갈 곳이 생겼다》(노나리, 책나물, 2021)는 경북 울진이라는 마을을 새록새록 돌아보는 발걸음을 보여주려 합니다. 울진을 ‘울진사람’ 눈길이 아닌 ‘이웃사람’ 눈길로 보고 느끼고 헤아리는 줄거리인데, 조금 더 느슨하고 느긋하고 느리게 맞이하고 녹이고 품으면 퍽 달랐을 텐데 싶더군요. ‘한 해’ 동안 누린 발걸음으로도 얼마든지 글을 여밀 만하고, 엄마아빠랑 할머니가 발붙이는 터를 되새기는 마음으로도 글을 쓸 만합니다만, 서울(도시)뿐 아니라 시골도 ‘한해살이’로는 겉훑기로 그치게 마련입니다. 네철을 바라보았다는 대목은 대견하되, ‘네철을 네 해쯤’ 마주해 보아야 비로소 철빛 언저리를 건드릴 만하고, ‘네철을 네 해씩’ 네 판을, 그러니까 ‘열여섯 해’를 녹여낸다면 누구나 눈뜰 만한데, 적어도 ‘열 해(들숲이 바뀌는 길)’를 들여다보아야 고을맛도 마을빛도 하나하나 노래할 만하다고 봅니다. 서두르는 글은 으레 섣부릅니다. 그렇습니다. 그뿐입니다. ㅅㄴㄹ 그렇게 막무가내로 울진 여행을 시작했다 → 그렇게 무턱대로 울진 나들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다듬읽기 25 《아이에게 배우는 아빠》 이재철 홍성사 1995.8.5.첫/2021.1.26.고침2판) 《아이에게 배우는 아빠》(이재철, 홍성사, 2021)는 아버지란 자리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줄거리를 풀어냅니다만, 곰곰이 읽자니 ‘아이돌봄’은 짝꿍인 어머니가 도맡아서 했군요. 이따금 아버지로서 아이를 지켜본 삶을 글로 옮기는 분이 있습니다만, 아직 웬만한 책은 ‘돌봄글(육아일기)’이 아닌 ‘구경글(관찰일기)’에 머뭅니다. 바쁜 틈을 쪼개어 한동안 조금 놀아 주었기에 어버이나 아버지일 수 없어요. 이러다 보니 ‘아이한테서 배우는’ 길을 제대로 못 누립니다. 누구‘한테서’ 배운다고 하지요. ‘한테(에게) 배우는’이 아닙니다. ‘한테서’ 배웁니다. 아무것도 아닌 말씨 하나로 여긴다면, 그만큼 더더욱 아이 곁에 서지 못 한다는 뜻이요, 아주 작은 말씨 하나부터 추스르려는 마음이라면, 스스로 무엇을 복판에 놓고서 아이 곁에서 보금자리를 일굴 적에 비로소 ‘아버지’라든지 ‘어머니’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 알아보겠지요. 놀이터(유원지)에 가야 놀이일 수 없습니다. ㅅㄴㄹ 하나님께서 제게 첫 아들을 주신 것은, 제가 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 강 江 강 상류 → 내 위쪽 / 윗물 강이 흐르다 → 내가 흐르다 강을 건너다 → 내를 건너다 강이 범람하다 → 가람이 넘치다 강을 따라 기암절벽이 펼쳐졌다 → 물을 따라 벼랑이 나온다 ‘강(江)’은 “넓고 길게 흐르는 큰 물줄기”를 가리킨다지요. ‘가람’이나 ‘내·냇물’이나 ‘물·물길·물줄기’로 손질합니다. ㅅㄴㄹ 별들도 강물 위에 몸을 던졌다 → 별도 냇물에 몸을 던졌다 《새벽편지》(정호승, 민음사, 1987) 13쪽 뉴잉글랜드의 강에 투신자살 했다 → 뉴잉글랜드 냇물에 뛰어들었다 → 뉴잉글랜드 냇물에 몸을 던졌다 《가버린 부르조아 세계》(나딘 고디머/이상화 옮김, 창작과비평사, 1988) 148쪽 강 위에 살얼음이 깔리고 → 냇물에 살얼음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 병원 病院 병원에 입원하다 → 돌봄터에 들어가다 사고를 당한 환자를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 다친이를 얼른 보살핌터로 옮겼다 ‘병원(病院)’은 “1. 병자(病者)를 진찰, 치료하는 데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어 놓은 곳 2. [의학] 30명 이상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의료 기관. 의원보다 크다”처럼 뜻풀이를 하는데, ‘돌봄집·돌봄터’나 ‘돌봄울·돌봄울타리’라 할 만합니다. ‘보살핌집·보살핌터’나 ‘보살핌울·보살핌울타리’라 해도 어울려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병원’을 둘 더 싣지만 다 털어냅니다. ㅅㄴㄹ 병원(兵員) : [군사] 군대의 인원. 또는 그 숫자 = 병력 병원(病原/病源) : 1. [의학] 병이 생겨난 근본적인 원인 = 병근 2. [보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 세계 世界 세계 10대 수수께끼 → 온누리 열 수수께끼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 → 온누리 으뜸 돈나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 → 온누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남성 세계 → 사내판 / 사내밭 학자들의 세계 → 먹물나라 동물의 세계 → 짐승누리 / 짐승나라 정신의 세계와 물질의 세계 → 마음밭과 살림밭 작품 세계 → 글밭 / 글나라 천상의 세계 → 하늘나라 / 하늘누리 ‘세계(世界)’는 “1. 지구상의 모든 나라. 또는 인류 사회 전체 2. 집단적 범위를 지닌 특정 사회나 영역 3. 대상이나 현상의 모든 범위”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누리·나라’나 ‘온누리·온나라·온곳·온쪽·온터·온땅’으로 담아낼 만하고, ‘마당·판·자리·곳·데·밭·바닥·녘’이나 ‘터·터전·마을’이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 계단 階段 계단을 내려가다 → 섬돌을 내려가다 계단을 오르다 → 디딤돌을 오르다 최후의 한 계단을 오르지 못해 → 마지막 한 칸을 오르지 못해 몇 계단 내려오다가 → 몇 다락 내려오다가 ‘계단(階段)’은 “1. 사람이 오르내리기 위하여 건물이나 비탈에 만든 층층대 ≒ 계서 2. 어떤 일을 이루는 데에 밟아 거쳐야 할 차례나 순서 3. 오르내리기 위하여 건물이나 비탈에 만든 층층대의 낱낱의 단을 세는 단위”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섬·섬돌·돌’이나 ‘길·길눈·길꽃’으로 손봅니다. ‘다락·판·자리’나 ‘디디다·디딤·딛다’로 손본고, ‘디딤널·디딤판·디딤돌·디딤길·디딤칸’이나 ‘발판·칸·켜’로 손보면 되어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계단’을 넷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ㅅ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22 개다 내 몸에 물이 넘칩니다. 콧물로 흘러나와요. 흥하고 코를 풉니다. 코가 시원하게 뚫립니다. 구름이 무거워 웁니다. 작은 물방울로 잎을 적시고 바닷소리를 온땅과 풀잎이 들어요. 하늘을 씻어요. 숲을 씻고 바람을 씻어요. 비스듬히 또는 곧게 내린 빗줄기가 빗자루로 되어 골짜기를 쓸고, 내 눈빛에 스며 핏줄기를 씻어냅니다. 하늘이 눈을 뜹니다. 하늘이 비를 걷고 구름을 걷습니다. 목련이 활짝 펼친 잎으로 하늘을 뽀드득 닦아요. 축축한 흙이 마르고, 마음에 머물던 먹구름이 떠납니다. 노랗게 터트린 개나리 산수유를 만나니, 구겨진 마음을 펴요. 복사꽃 꽃사과 벚꽃이 하늘에서 방긋방긋 웃어요. 하늘이 실눈을 떠요. 흐린 하늘이 드디어 물러갑니다. 물과 바람이 자리를 바꾸어요. 내가 쏟아낸 물은 어디로 갔나요. 내 물이 품던 생각은 또 어디로 갔나요. 어제 찌뿌둥은 또 어디로 갔나요. 갠 하늘과 햇살이 빛납니다.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한글왜말 왜말은 왜말인데 한글로 써 있어 우리말인 줄 잘못 아는 말이 한글왜말이다. 왜종살이가 끝나 나라를 되찾았을 때 이 왜말을 다 버렸어야 옳았다. 왜놈들에 빌붙어 살던 무리들이 종살이 벗어난 뒤에도 쫓겨나지 않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말살이를 내내 왜말살이하는 쪽으로 힘을 미쳤다. 똑같은 왜말을 소리만 우리 소리로 내고 말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쓰면서 배곳(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왜말을 가르치고 새뜸(신문)과 널냄(방송)에서도 그대로 왜말을 쓰고 나라살림살이말(행정용어)에도 그대로 왜말을 써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거의 모든 말마디가 한글왜말로 되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문명, 과학, 자연, 환경, 정신, 식물, 동물, 생물, 생명,,,.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말이 한글왜말이다. 우리말은 이것과 사뭇 다르다. 위에 적은 말을 우리말로 하면 다스림, 살림, 모임, 삶꽃, 삶빛, 갈, 누리, 터전, 마음, 푸나무, 숨받이, 산것, 목숨이다. 마치 우리가 외이프라고 말할 때 와이프가 우리말이 아니고 아내가 우리말이듯이, 한글왜말은 니혼 사람들이 만들어 저들이 쓰던 말인데, 억지로 우리더러 쓰게 해서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