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7 잎망울 매화나무 한 그루에 꽃이 활짝 핍니다. 가지 끝에는 잎망울이 알알이 맺힙니다. 활짝 핀 꽃에는 벌이 바쁩니다. 잎망울은 먼저 피어난 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벌이 일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깨어나려고 합니다. 산수유도 잎망울이 벌어져요. 나무는 추울 적에 가지 끝으로 움틔워요. 잘린 가지에 걸터앉습니다. 눈을 감아요. 꽃내음이 향긋이 실려옵니다. 가라앉은 마음이 붕 떠오릅니다. 머리맡에 까치가 노래하고 흙바닥에 신발 미끄러지는 소리, 공을 치는 사람 소리가 들립니다. 바람이 더 살랑입니다. 움츠리다가 옷을 여밉니다. 잎망울은 움츠리지 않네요. 겹으로 여민 꽃잎을 보아요. 핀 날보다 움츠린 날이 깁니다. 잎망울이 터지면 벌은 봄을 데리고 와요. 나뭇가지가 바르르 떱니다. 잎망울이 떨고 꽃잎도 떨어요. 봄은 떨리면서 열리나 봐요. 잎망울처럼 설레며 봄을 기다립니다. 2024. 2. 22.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숲 다듬읽기 22 《나무 마음 나무》 홍시야 열매하나 2023.6.22. 《나무 마음 나무》(홍시야, 열매하나, 2023)를 읽었습니다. ‘나무’ 사이에 ‘마음’이 어떻게 흐르는가 돌아보려고 지나온 나날을 글·그림으로 여민 꾸러미에는 빈자리가 많습니다. ‘빈’자리란, 비운 자리이면서, 비가 씻어낸 자리요, 비질을 하고 빗질을 하면서 새롭게 빛날 자리이니, 아직은 빚처럼 비었다고 여길 자리이게 마련입니다. 빈자리는 둥그렇습니다. 빈자리는 모나지 않습니다. 빈자리는 빗방울처럼 동글동글하지요. 빙그르르 돌듯이 춤춥니다. 곰곰이 보면, 모든 잎은 부드럽고 둥그스름합니다. 길쭉하기에 끝이 뾰족하다 싶은 잎도, 톱니를 닮은 잎도, 언제나 푸른별을 푸르게 품으면서 무엇이든 풀어내는 물빛입니다. 이슬을 머금고 빗물을 마시면서 푸른잎이에요. 그러니까 나무는 나무로 보면 되고, 마음은 마음으로 읽으면 됩니다. ‘존재·위하다’ 같은 일본말씨를 끌어들일 까닭이 없이, 푸른말을 쓰고, 숲말을 쓰고, 푸른말을 쓰며 어린이 곁에 서면 스스로 사랑입니다. ㅅㄴㄹ 사랑스러운 푸른색 행성 → 사랑스러운 푸른별 1 서로를 내보이는 삶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숲 다듬읽기 21 《식물기》 호시노 도모유키 김석희 옮김 그물코 2023.5.30. 《식물기》(호시노 도모유키/김석희 옮김, 그물코, 2023)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책이름을 한글로 ‘식물기’라 적어서 풀꽃나무를 다루는가 하고 살폈더니 ‘植物忌’처럼 한자로 적는군요. 풀꽃이 죽은 날을 다룬다고 여길 수 있고, 풀꽃을 떠나보낸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식물’이라 적을는지 모르고, ‘しょくぶつ’라 말할는지 모릅니다만, 우리말은 ‘풀·풀꽃’이나 ‘풀꽃나무·푸나무’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풀을 ‘풀’로 바라볼 때라야, 푸른별이 왜 ‘푸른’별인 줄 알 수 있습니다. ‘풀·풀다’는 말밑이 같고, ‘품·품다’랑 말밑이 잇습니다. ‘푸근하다·푸지다’로 말밑이 맞닿으니, 풀을 풀로 바라보지 못 하는 눈썰미로는 처음부터 풀을 모르거나 등지게 마련입니다. 우리 곁을 품으며 수수하게 흐르는, 수수하기에 숲빛인 숨결을, 쉽게 풀어서 수더분히 말 한 마디에 얹어 봐요. ㅅㄴㄹ 수풀 속을 걷기를 좋아합니다 → 수풀에서 걷기를 좋아합니다 → 숲에서 걷기를 좋아합니다 7쪽 주택가나 논밭이나 작은 산이 섞여 있는 장소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저자의 著者 저자의 분신과 같은 책에 → 글님과 한몸 같은 책에 저자의 서명이 들어갔다 → 지은이 이름이 들어갔다 저자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 붓님 솜씨를 믿었다 ‘저자(著者)’는 “글로 써서 책을 지어 낸 사람”이라고 해요. ‘저자 + 의’ 얼개라면, ‘-의’를 털면서 ‘글쓴이·글꾼·글보·글님·글바치·글지기’나 ‘지은이·지음이’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쓰는이’나 ‘글그림’이나 ‘붓잡이·붓바치·붓꾼·붓님’으로 고쳐써도 되어요. ㅅㄴㄹ 흥미로운 것은 대개의 낙서들이 ‘익명성’을 담보로 종횡무진 ‘육담’을 풀어놓고 있는 것과 달리, 이 ‘낙서-시’에는 저자의 ‘서명’이 뚜렷이 적혀 있다는 것이다 → 재미있다면 웬만한 글장난이 ‘이름을 숨기’면서 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영혼 사자의 영혼을 정화하다 → 죽은이 넋을 다독이다 할머니의 영혼을 보았다 → 할머니 넋을 보았다 ‘영혼(靈魂)’은 “1. 죽은 사람의 넋 2. 육체에 깃들어 마음의 작용을 맡고 생명을 부여한다고 여겨지는 비물질적 실체”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의 + 영혼’ 얼거리라면 ‘-의’를 털고서 ‘넋·얼’이나 ‘숨·숨결’이나 ‘빛’으로 고쳐씁니다. ㅅㄴㄹ 그 목적은 잠시나마 사람의 영혼을 가두어 두기 위함이다 → 한동안이나마 사람들 넋을 가두어 두려는 뜻이다 → 조금이나마 사람들 숨결을 가두어 두려고 한다 《아나스타시아 5 우리는 누구?》(블라지미르 메그레/한병석 옮김, 한글샘, 2010) 10쪽 모든 사람의 영혼은 신성해서 우주의 근원과 맞닿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관심 너의 관심이 필요했어 → 네가 마음쓰기를 바랐어 / 네가 보기를 바랐어 누구의 관심도 원하지 않는다 → 누구도 보기를 바라지 않는다 아버지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서 → 아버지 눈길을 한몸에 받고서 ‘관심(關心)’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 또는 그런 마음이나 주의 ≒ 관념(關念)”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의 + 관심’ 얼거리라면 ‘-의’를 털고서 ‘눈·눈귀·귀·손길’이나 ‘눈결·눈꽃·눈귀·눈길·눈망울’로 고쳐씁니다. “눈길을 모으다·눈길을 받다·눈길을 끌다·눈길이 쏠리다”나 “눈길이 가다·눈이 가다·눈을 반짝이다·눈이 번쩍하다”로 고쳐써도 됩니다. ‘눈담다·눈여겨보다·눈돌리다’나 ‘듣다·귀담아듣다·귀여겨듣다·귀를 기울이다’나 ‘보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영어 손질 ㄱ.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잘 팔리는 책 steady seller : 스테디셀러.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잘 팔리는 책 ステディ-セラ-(steady seller) : 스테디셀러 꾸준하게 읽히거나 팔린다면 ‘꾸준책·꾸준하다’라 하면 됩니다. 오래도록 읽히거나 팔리는 셈이니 ‘오래책·오랜책’이라 할 수 있어요. 즈믄해를 이을 만하다고 여긴다면 ‘즈믄책’이라 해도 될 테고요. ㅅㄴㄹ 최근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초역 니체의 말》 같은 ‘초역 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 요새 꾸준히 자리잡은 《간추린 니체 말》 같은 ‘간추린 꾸러미’도 마찬가지입니다 → 요새 오래책으로 자리잡은 《추림 니체 말》 같은 ‘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영어 손질 ㄱ. 앨라이ally 앨라이 : x ally : 1. 동맹국 2. (특히 정치적) 협력자 3. (특히 전쟁이나 불화에서 …을) 지지하다[편들다] アライ(ally) : 1. 얼라이 2. 동맹. 동맹자. 동맹국. 동맹하다. 결연(結緣)하다 ‘ally’는 영어입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 간다면 이 낱말을 쓸 일이되,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말로 옮기거나 풀거나 새말을 지을 노릇입니다. ‘같이가다·같이하다·함께가다·함께하다’나 ‘곁나라·옆나라’로 풀고, ‘곁사람·곁일꾼·곁잡이·곁꾼·곁지기·옆사람·옆지기’나 ‘동무·동무하다·동무나라·어깨동무·어깨나라’로 풀 만합니다. ‘띠앗’으로 풀어도 어울리고, ‘맞잡다·마주잡다·손잡다·뭉치다’나 ‘벗·벗님·벗하다·벗나라·벗삼다’로 풀 수 있어요. ㅅㄴㄹ 커밍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존재론적 근심들 형이상학적 불안 잠시 논외 존재론적(存在論的) : [철학] 존재론에 관한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 : 형이상학에 관련되거나 바탕을 둔 불안(不安) : 1.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 2. 분위기 따위가 술렁거리어 뒤숭숭함 3. 몸이 편안하지 아니함 4. 마음에 미안함 잠시(暫時) : 1. 짧은 시간 2. 짧은 시간에 ≒ 수유(須臾)·일삽시(一?時)·편시(片時) 논외(論外) : 논의의 범위 밖 있는가 없는가를 살핍니다. 마음을 헤아립니다. 왜 있는지 돌아보고, 멀거니 걱정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숨결이 있습니다. 눈으로 못 보더라도 두려웁거나 걱정하는 마음을 느낍니다. 모든 근심걱정을 살짝 놓아 봐요. 가만히 넘어갈 수 있어요. 슬며시 미룰 수 있고, 문득 따로 가를 수 있습니다. ㅅㄴㄹ 존재론적인 근심들과 형이상학적인 불안을 잠시 논외로 하자면 → 왜 있는지 근심하거나 멀거니 걱정하는 마음을 살짝 미루자면 → 근심하는 나와 두려운 마음을 살짝 넘어가자면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장 자끄 상뻬/최영선 옮김, 별천지, 1998) 49쪽 ㄴ. 가장 것 중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하늘 아래 것 완전 것 완전(完全) :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음 하늘이나 구름이나 나무를 놓고서 볼 적에는 “하늘 밑”이나 “구름 밑”이나 “나무 밑”이라고 가리킵니다. ‘발밑’이나 ‘눈밑’이에요. 이 보기글은 ‘것’을 잇달아 쓰는데, 둘 다 털어냅니다. ‘처음’을 힘주어 가리키고 싶다면 “아주 처음”이나 “오롯이 처음”이라 하면 되어요. ㅅㄴㄹ 하늘 아래 어떤 것도 완전 처음인 것은 없습니다 → 이 하늘에 무엇도 아주 처음은 없습니다 → 온하늘에 어느 하나도 아주 처음이 아닙니다 《여기는 규장각》(손주현, 책과함께어린이, 2023) 6쪽 ㄴ. 필수불가결 역할 단순 대상 대해서 무시 필수불가결 : x 필수(必須) : 꼭 있어야 하거나 하여야 함 불가결(不可缺) : 없어서는 아니 됨 ≒ 불가무 역할(役割) : 자기가 마땅히 하여야 할 맡은 바 직책이나 임무. ‘구실’, ‘소임’, ‘할 일’로 순화 단순하다(單純-) : 1.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 2. 외곬으로 순진하고 어수룩하다 대상(對象) : 1. 어떤 일의 상대 또는 목표나 목적이 되는 것 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