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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24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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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24 짐

 

꽃을 삽니다. 씨앗을 싹틔운 금낭화 한 그릇이 천 원. 다섯 그릇 그러니까 열 포기입니다. 집밖에 심어야 잘 자란다고 합니다. 값을 치르던 짝은 “이런 걸 왜 사는지 모르겠다.” 합니다. 이러고서는 “시골 올 적에 골목에다 심어라.” 해요. 마루에 모아둔 짐에서 반을 오늘 시골로 옮깁니다. 가게를 꾸릴 적에 쓰던 헌 살림 몇 상자입니다. 시골에서 알뜰히 쓸 짐입니다. 두 이레 뒤에 병아리가 옵니다. 부엌을 고치고 지붕을 고칠 일꾼을 만나러 가는 길에 싣고 갑니다. 살림을 반으로 쪼갠 듯해요. 뒷간을 새로 들이고 하나 떼줍니다. 티브이 컴퓨터 자전거를 빼둡니다. 혼살림이지만 내 옷과 책만 보태면 한살림이 되어요. 삶을 누리는데 아쉽지 않을 짐입니다. 한 달 일하고 한 달 쉬는 놀이터로 쉼터로 쓸 짐입니다. 내 몸 하나 내 입이 참 큰 짐입니다. 몸을 다스릴 짐뿐입니다. 먹고자는 집이 짐입니다. 짐이 내 몫으로 따라가서 마음이 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