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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22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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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22 개다

 

내 몸에 물이 넘칩니다. 콧물로 흘러나와요. 흥하고 코를 풉니다. 코가 시원하게 뚫립니다. 구름이 무거워 웁니다. 작은 물방울로 잎을 적시고 바닷소리를 온땅과 풀잎이 들어요. 하늘을 씻어요. 숲을 씻고 바람을 씻어요. 비스듬히 또는 곧게 내린 빗줄기가 빗자루로 되어 골짜기를 쓸고, 내 눈빛에 스며 핏줄기를 씻어냅니다. 하늘이 눈을 뜹니다. 하늘이 비를 걷고 구름을 걷습니다. 목련이 활짝 펼친 잎으로 하늘을 뽀드득 닦아요. 축축한 흙이 마르고, 마음에 머물던 먹구름이 떠납니다. 노랗게 터트린 개나리 산수유를 만나니, 구겨진 마음을 펴요. 복사꽃 꽃사과 벚꽃이 하늘에서 방긋방긋 웃어요. 하늘이 실눈을 떠요. 흐린 하늘이 드디어 물러갑니다. 물과 바람이 자리를 바꾸어요. 내가 쏟아낸 물은 어디로 갔나요. 내 물이 품던 생각은 또 어디로 갔나요. 어제 찌뿌둥은 또 어디로 갔나요. 갠 하늘과 햇살이 빛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