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우리말 023 어질어질

URL복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023 어질어질

마루가 어지럽습니다. 시골에 가는 짝꿍 짐을 챙겨요. 세간살이를 꺼냅니다. 하루를 묵든 이틀을 묵든 한달살이를 하든, 혼자 살든 둘이 살든, 솥이 있어야 밥을 먹고, 비누가 있어야 씻고, 이불이 있어야 따뜻하게 자요. 혼살림을 하는 아들 짐꾸러미 같습니다. 짐이 나가면 반질반질하게 닦고 말끔히 할 생각에 어지러워도 꾹 참아요. 작은딸네가 주는 손잡이 달린 틀에 커피가루를 한 숟가락 꾹꾹 눌러 담고, 단추를 눌러 뽑습니다. 한 모금 마십니다. 이런! 처음으로 뽑아먹는 쓴맛에 속이 울렁울렁해요. 짙은 냄새는 어질어질해요. 며칠 앞서는 목이 아파 어깨에 주사를 맞고, 엉덩이에도 두 대 맞고, 약을 먹었어요. 버섯을 먹고 간질간질해서 두드러기약도 먹었어요. 자동차를 세우다가 약기운 탓에 길턱에 바퀴가 꼬꾸라지기도 했어요. 지게차를 불러 건졌어요. 물을 더 붓고 마십니다. 눈을 감습니다. 어지러움을 재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