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4] 뿌리 멧길을 오르다 보면 쓰러진 나무를 자주 본다. 쓰러진 나무를 보면 문득 멈춰서 바라본다. 까맣게 타버린 나무에는 어떤 숨결이 남았을까. 꼿꼿이 설 적에는 그늘하고 열매를 내어주면서 보금자리가 되고, 쓰러진 뒤에는 버섯이며 이끼가 자라면서 더 작은 숲이웃한테 보금자리가 된다. 이 나무는 언제 뿌리까지 뽑혔을까. 다가가서 보니 흙이 바싹 말랐고, 잔뿌리도 굵은 뿌리도 안 보인다. 어느새 사라진 뿌리일 텐데 어떻게 그 우람한 몸을 버티었을까. 오래도록 서다가 쓰러진 나무는 흙으로 천천히 돌아가다가 아주 조그마한 씨앗이 새롭게 나무로 자라는 밑거름이 되겠지. 그동안 이 숲을 지키느라 애썼다. 이제 누워서 쉬렴. 어린 새나무가 네 곁에서, 또는 네 몸을 머금고서 뿌리내리며 자랄 테니. 2021.05.06.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3. 새싹 새가 노래하는 소리에 문득 올려다본다. 새소리를 잊고 나무에 돋은 새잎을 바라본다. 새잎 돋은 아까시나무를 땅바닥에서 올려다보니 마치 하얀구름에 닿을 듯하다. 씨앗에 새싹이 돋듯 나무에 새잎이 돋는다. 사람도 어버이 몸에서 갓 태어난 아기는 새잎이나 새싹 같다. 옅푸른 이 새싹이며 새잎을 해를 받아 차츰 짙푸르다. 짙푸르게 우거질 때도 좋지만, 어쩐지 나는 갓 돋은 옅푸른 새잎에 마음이 더 간다. 어린 날 시골에서 학교를 갈 적에 솔밭에서 쉬고, 아까시나무 가지를 따서 가위바위보를 하며 이파리를 땄다. 이러면 학교에도 집에도 어느덧 다다른다. 잎을 다 딴 앙상한 가지로 머리카락을 돌돌 감는 놀이도 한다. 이 새잎도 머잖아 꽃을 내면서 여름을 맞이하겠지. 이 나무도 아기 같은 새잎이 어른 같은 짙푸른 잎이 되면서 한껏 우거지다가 겨울을 맞이하겠지. 나도 나무처럼 하루를 걸어왔고, 하루를 걸어간다. 2021. 5. 3.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2. 각시붓꽃 구불구불한 팔조령 옛길로 들어온다. 숲에 막 들어서는데 각시붓꽃을 만난다. “각시붓꽃이네.” 곁에 다가가 앉는다. 꽃잎이 짙으면서 맑은 보랏빛이다. 눈부시다. 보랏빛 바탕에 물감을 하얗게 찍은 듯하다. 하얀 무늬는 마치 꽃이 하나 더 핀 듯하다. 언젠가 멧골에 오르다가 어느 무덤가에서 용담꽃이며 각시붓꽃을 몇 뿌리 캔 적이 있다. 그날 고운 꽃을 우리 집에 옮겨심는다며 들뜨다가 그만 징검다리에서 미끄러져 엉덩이를 세게 찧었다. 멧꽃을 캔 그날 곁님은 자동차를 몰다가 버스를 박았단다. 엉덩방아를 안 찧고, 곁님이 자동차를 몰다가 박지 않았으면 어떠했을까? 문득 멧꽃한테 잘못했다고 깨달았다. 멧골이며 숲에 깃든 꽃 한 송이나 돌멩이 하나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말고, 섣불리 데려가지 말아야 하는 줄 뒤늦게 돌아보았다. 고운 꽃은 그곳에 피었기에 곱지 않을까? 씨앗을 맺을 적에 받아서 한 톨을 얻고서 우리 집에 심어도 되지 않았을까? 멧길을 타다가 각시붓꽃을 다시 만날 때면 예전 일이 떠오르다. 들꽃도 풀꽃도 저마다 피어나는 자리에 그대로 있을 적에 곱구나 싶다. 2021. 5. 3.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 01. 등꽃 팔조령 쉼터 지붕에 등꽃이 이르게 핀다. 옅은 보랏빛으로 우거진 꽃송이가 쉼터 지붕을 타고 주렁주렁 달린다. 가느다랗던 등나무 둘은 서로 꼬여서 지붕으로 뻗기만으로는 모자란지 쇠기둥뿐 아니라 모두 친친 감으려 하는 듯싶다. 스스로 곧게 서기보다는 서로 친친 감으면서 자라는 등나무다. 다른 덩굴나무도 서로 친친 감는다. 홀로 뻣뻣하게 서서 바람에 흔들리듯 춤추다가도 곧은 모습이 아닌, 서로 똘똘 뭉쳐서 비바람에도 꿈쩍을 않는 모습 같다. 친친 감는 모습은 어떤 삶일까. 서로 친친 감느라 껍질이 쓸리면 아플까. 서로 친친 감기에 모진 비바람에도 멀쩡하게 살아내는 의젓한 길일까. 등꽃은 언뜻 눈물방울 같다. 등꽃을 보는 봄이면 스물다섯 여름날 첫째 아이를 낳고 시골집에 맡기고서 일하러 다니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 흙을 만져 그릇을 빚는 자리에도 다녔다. 흙반죽으로 등꽃시계를 빚느라 흙등꽃을 며칠 동안 하나하나 붙이곤 했다. 2021. 5. 3.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가창댐을 지나 최정산에 올랐어요. 계곡에는 물이 콸콸 흐르고 산길은 물 없는 계곡 같아요. 길섶에 올괴불나무꽃이 새색시처럼 고운빛으로 곱게 피었어요. 댐이 있어 안개가 있고 눈도 내리지 않는데, 옆산 나무가 하얘서 눈이 온 줄 알았어요. 상고대인 줄 알고는 서둘렸어요. 산꼭대기에 가까워 질수록 가지마다 안개꽃 서리꽃이 피었어요. 온통 바람결로 쌓인 얼음꽃을 숲속에서 처음 보았어요. 꿈 속에 서 있는 듯했어요. 함께 보려고 올립니다. 2021.3.7.(일) 대구 달성 가창면 최정산(해발915m)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밀가루를 꿀과 기름에 반죽하여 기름에 지진 과자를 과줄이라 하는데, 오늘날은 이 말도 니혼말 ‘약과’에 밀려 과줄이 무슨 뜻인지 아는 이가 드물다. 우리는 어릴 때 밥과질(밥과줄)이란 말을 어른들한테서 많이 듣고 자랐다. 또 밥과질이 맛있어서 밥과질을 아주 좋아했다. 찹쌀을 쪄서 살짝 얼말려(얼려가며 말려야 튀겼을 때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다.) 가마솥에 넣고 볶아 집청(조청)에 무친 것인데 설밑이 되면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던 먹을거리였다. 검은 콩으로 똑같이 만든 것을 콩과질이라 하고 이것은 아이들보다 구수한 걸 좋아하는 어른들이 즐겼다. 1950해줄, 1960해줄에는 설을 열흘쯤 남겨둔, 바로 이맘때쯤이면 박상장수들이 박상틀을 지고 동네마다 와서 하루 내내 어떨 땐 이틀 내내 박상을 튀겨 주었다. 흰쌀튀김이 가장 많았고 보리, 조, 기장, 강냉이, 밀 따위를 튀겼다. 몇몇 집에서 엿 달이는 냄새가 온 동네를 뒤덮고 박상튀기는 냄새도 마을에 가득하였다. 아이들이 가장 신날 때이다. 우리는 박상이라 불렀는데, 서울 사람들은 튀밥이라고 많이 부르는 것 같다. 튀긴 박상을 조청에 무치는데 조청을 불 위에 올려 좀 괄게 한 뒤에 박상을
[ 뉴시스 변해정님 글을 한실이 우리말로 뒤침] 해고리(코로나)-19 앓는이(환자)가운데 온에 마흔(40%)은 앓이꼴(증상)이 없고, 나숨집(병원) 나올 때까지도 온에 스물에서 서른(20~30%)은 앓이꼴 없어 앓이꼴 없는 이 가운데 온에 스물~서른 나숨집 나올 때까지 앓이꼴 없어 정은경 “머리 아픔, 배아픔 앓이꼴 크게 남다르지 않아” 새 해고리-19에 걸린이 열에 넷은 앓이뿌리를 찾을 때(진단시점)에 앓이꼴(증상)이 없으며 이 가운데 온에 스물에서 서른은 나숨집을 나갈 때까지 별다른 앓이꼴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월 뒤로 나라안에서 퍼진 해고리-19 좀알살이(바이러스)에는 지에이취 꼴이 가장 많으며 이제까지 좀알살이 바뀜(변이)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앓이막이 맡은쪽(방역당국)은 말했다. 정은경 앓이막이돌봄집(질병관리청) 앓이막을길(중앙방역대책본부) 머리(본부장)님은 맏이틀(2일) 뒷낮 제때 알리기(정례브리핑)에서 “모둠(집단)이 어떠냐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는 있지만, 앓이뿌리를 찾을 때에 앓이꼴이 없는 율이 얼추 온에 마흔 안팎”이라고 밝혔다. 정머리님은 “그 가운데도 나숨집을 나갈 때까지 아무 앓이꼴 없는 율이 온에 스물에서 서른쯤으로 생
[한겨레 최하얀 글님 11/2 글을 한실이 우리말로 다듬음] 3걸음 → 5걸음으로 잘게 쪼개 동아리(클럽) 같은 놀이곳 5갈래 가운데 2걸음부터 노래방은 2.5걸음부터 못 모여(집합금지) 나라일곳(정부)이 오는 이레부터 사람사이 떨어지기 얼개를 이미 있던 3걸음에서 5걸음으로 잘게 나눈다. 해고리-19가 오래감에 따라 사람사이 떨어지기 과녁을 ‘새로 걸린이 줄이기’에서 ‘앓이가 무거워진 이(중증환자)도 낫도록 퍼짐을 다스리기’로 바꾼다는 뜻이다. 여러 갖춤곳(각종시설)에 못 모이기나 문닫기는 되도록 줄이되, 입마개쓰기, 드나드는이 이름적기 같은 바탕이 되는 앓이막이지킬거리(방역수칙 의무적용대상)는 넓어진다. 지실(재해)없앨꾀으뜸자리(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맏하루(1일), 이런 속내를 뼈대로 한 사람사이 떨어지기 바꾼 꾀를 잡아 알렸다. 앞으로 떨어지기 얼개는 1걸음(살이 앓이막이), 1.5걸음(두리퍼지기비롯), 2걸음(두리빠르게 퍼지기), 2.5걸음(온나라퍼지기), 3걸음(온나라널리퍼지기)로 나뉜다. 이미 해오던 높,갑,낮 바드러움갖춤(위험시설) 3갈래 얼개는 무거움(9가지), 여느(14가지), 돌봄갖춤(관리시설) 2갈래 얼개로 홑되게 하고, 이들 갖춤터 모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 빛박이 미리내 ] 푸른누리 가을은 푸르던 밤송이가 익어 벌어지며 떨어지는 알밤과 함께 열립니다. 개울가 올밤나무에서 맨 먼저 떨어지는 알밤은 밤맛이 싱겁고 깊지 않지만 첫 알밤이라서 늘 사랑을 받아요. 올 알밤이 떨어질 때면 뒷메엔 송이가 올라올 때가 되어요. 소나무 숲에서 나는 송이도 앞서 외꽃바라기가 맨 앞장을 서고, 싸리버섯도 더러 올라오고, 솔버섯(황금비단그물버섯)이 한창일 때 슬며시 올송이 밭에서 한 둘씩 고개를 내밀어요. 송이가 제법 난다 싶으면 참나무밭에선 능어리(능이버섯)가 올라오고, 그러면 송이꾼들이 바빠지지요. 올해는 여름에 비가 많아 송이가 많이 날 것 같았으나 가을비가 적어 송이가 작달만하고, 많이 나지도 않았지요. 저절로 나는 버섯이 한창일 때 알밤도 한물이 되어요. 푸른누리엔 밤나무가 많아 해마다 떨어지는 알밤을 줍고 고르는 일이 큰 일이라 올해도 여러 님들이 오셔서 밤줍기를 거들었고, 두루 나눠 가졌지요. 밤이 끝날 때 쯤이면 모래실 감나무 밭과 비룡마을 감나무 밭에는 단감, 곶감감(둥시), 개ㅇ감 같은 감이 익지요. 올해도 감을 따다 부지런히 곶감을 깍았어요. 따뜻하고 맑은 가을 햇살에 곶감이 잘도 익어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한실 ] 우리가 쉬운 으뜸벼리(헌법)를 가진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머리말 일찍이 우리 겨레는 오늘날 쫑궈 한뭍(대륙)까지 널리 퍼져 살면서 온 누리에서 가장 앞선 삶꽃을 아름답게 꽃피운 겨레였음이 뒤늦게 여기저기 땅속에 묻혀있던 삶자취에서 드러나고 있다. 아름답게 꽃피운 삶꽃(문화, 문명)을 이웃겨레와 나누며 사이좋게 골고루 잘 살았던 겨레삶 밑거름은 말할 나위 없이 바른 삶과 겨레말살이였으리라. 겨레 모두가 바르게 살고 쉬운 겨레말만을 쓰는 동안에는 겨레삶이 빛나게 꽃피었다. 그러다 이웃나라 한자를 받아들여 한자를 익힌 사람들만이 벼슬아치가 되어 나라를 다스리고 부터는 안으로 고름(평등)과 사이좋음, 어울림이 깨져 겨레 힘이 차츰 여려지고, 밖으로부터 이웃나라가 자주 쳐들어와 겨레삶이 어처구니없이 뒤틀리고 백성들은 오랫동안 어려움과 괴로움에 빠져 살아왔다. 끝내는 오랫동안 삶꽃을 나눠줬던 섬나라 사람들 종살이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나 백성들은 안으로 백성위에 버텨 앉은 몇 안 되는 다스림이(임금과 벼슬아치들)와 싸우고, 밖으로는 쳐들어온 무리들과 아주 오랫동안 싸워 겨레와 나라와 겨레말을 지켜왔다. 갑오(1894) 해 온 백성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