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4] 뿌리
멧길을 오르다 보면 쓰러진 나무를 자주 본다. 쓰러진 나무를 보면 문득 멈춰서 바라본다. 까맣게 타버린 나무에는 어떤 숨결이 남았을까. 꼿꼿이 설 적에는 그늘하고 열매를 내어주면서 보금자리가 되고, 쓰러진 뒤에는 버섯이며 이끼가 자라면서 더 작은 숲이웃한테 보금자리가 된다. 이 나무는 언제 뿌리까지 뽑혔을까. 다가가서 보니 흙이 바싹 말랐고, 잔뿌리도 굵은 뿌리도 안 보인다. 어느새 사라진 뿌리일 텐데 어떻게 그 우람한 몸을 버티었을까. 오래도록 서다가 쓰러진 나무는 흙으로 천천히 돌아가다가 아주 조그마한 씨앗이 새롭게 나무로 자라는 밑거름이 되겠지. 그동안 이 숲을 지키느라 애썼다. 이제 누워서 쉬렴. 어린 새나무가 네 곁에서, 또는 네 몸을 머금고서 뿌리내리며 자랄 테니.
2021.05.06.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