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 01. 등꽃
팔조령 쉼터 지붕에 등꽃이 이르게 핀다. 옅은 보랏빛으로 우거진 꽃송이가 쉼터 지붕을 타고 주렁주렁 달린다. 가느다랗던 등나무 둘은 서로 꼬여서 지붕으로 뻗기만으로는 모자란지 쇠기둥뿐 아니라 모두 친친 감으려 하는 듯싶다. 스스로 곧게 서기보다는 서로 친친 감으면서 자라는 등나무다. 다른 덩굴나무도 서로 친친 감는다. 홀로 뻣뻣하게 서서 바람에 흔들리듯 춤추다가도 곧은 모습이 아닌, 서로 똘똘 뭉쳐서 비바람에도 꿈쩍을 않는 모습 같다. 친친 감는 모습은 어떤 삶일까. 서로 친친 감느라 껍질이 쓸리면 아플까. 서로 친친 감기에 모진 비바람에도 멀쩡하게 살아내는 의젓한 길일까. 등꽃은 언뜻 눈물방울 같다. 등꽃을 보는 봄이면 스물다섯 여름날 첫째 아이를 낳고 시골집에 맡기고서 일하러 다니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 흙을 만져 그릇을 빚는 자리에도 다녔다. 흙반죽으로 등꽃시계를 빚느라 흙등꽃을 며칠 동안 하나하나 붙이곤 했다.
2021. 5. 3.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