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2. 각시붓꽃

URL복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2. 각시붓꽃

 

  구불구불한 팔조령 옛길로 들어온다. 숲에 막 들어서는데 각시붓꽃을 만난다. “각시붓꽃이네.” 곁에 다가가 앉는다. 꽃잎이 짙으면서 맑은 보랏빛이다. 눈부시다. 보랏빛 바탕에 물감을 하얗게 찍은 듯하다. 하얀 무늬는 마치 꽃이 하나 더 핀 듯하다. 언젠가 멧골에 오르다가 어느 무덤가에서 용담꽃이며 각시붓꽃을 몇 뿌리 캔 적이 있다. 그날 고운 꽃을 우리 집에 옮겨심는다며 들뜨다가 그만 징검다리에서 미끄러져 엉덩이를 세게 찧었다. 멧꽃을 캔 그날 곁님은 자동차를 몰다가 버스를 박았단다. 엉덩방아를 안 찧고, 곁님이 자동차를 몰다가 박지 않았으면 어떠했을까? 문득 멧꽃한테 잘못했다고 깨달았다. 멧골이며 숲에 깃든 꽃 한 송이나 돌멩이 하나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말고, 섣불리 데려가지 말아야 하는 줄 뒤늦게 돌아보았다. 고운 꽃은 그곳에 피었기에 곱지 않을까? 씨앗을 맺을 적에 받아서 한 톨을 얻고서 우리 집에 심어도 되지 않았을까? 멧길을 타다가 각시붓꽃을 다시 만날 때면 예전 일이 떠오르다. 들꽃도 풀꽃도 저마다 피어나는 자리에 그대로 있을 적에 곱구나 싶다.

 

2021. 5. 3.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