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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3. 새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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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3. 새싹

 

  새가 노래하는 소리에 문득 올려다본다. 새소리를 잊고 나무에 돋은 새잎을 바라본다. 새잎 돋은 아까시나무를 땅바닥에서 올려다보니 마치 하얀구름에 닿을 듯하다. 씨앗에 새싹이 돋듯 나무에 새잎이 돋는다. 사람도 어버이 몸에서 갓 태어난 아기는 새잎이나 새싹 같다. 옅푸른 이 새싹이며 새잎을 해를 받아 차츰 짙푸르다. 짙푸르게 우거질 때도 좋지만, 어쩐지 나는 갓 돋은 옅푸른 새잎에 마음이 더 간다. 어린 날 시골에서 학교를 갈 적에 솔밭에서 쉬고, 아까시나무 가지를 따서 가위바위보를 하며 이파리를 땄다. 이러면 학교에도 집에도 어느덧 다다른다. 잎을 다 딴 앙상한 가지로 머리카락을 돌돌 감는 놀이도 한다. 이 새잎도 머잖아 꽃을 내면서 여름을 맞이하겠지. 이 나무도 아기 같은 새잎이 어른 같은 짙푸른 잎이 되면서 한껏 우거지다가 겨울을 맞이하겠지. 나도 나무처럼 하루를 걸어왔고, 하루를 걸어간다.

 

2021. 5. 3.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