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85. 흰웃옷 속에 받치는 흰빛인 웃옷이라면 ‘흰 + 웃옷’처럼 엮으면 어울린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흰웃옷을 가리키는 말을 일본에서 받아들인 일본영어인 ‘와이셔츠’를 고지식하게 쓰는데, 영어조차 아니고 우리 삶하고도 동떨어진 엉뚱한 말씨는 얼른 걷어내야지 싶다. ‘셔쓰’냐 ‘셔츠’로 다툴 까닭이 없다. ‘웃옷·윗도리’라 하면 되고, ‘적삼·저고리’ 같은 우리말이 버젓이 있다. 흰웃옷(희다 + ㄴ + 웃 + 옷) : 속에 받치는 흰빛인 웃옷으로 깃이 있고 소매가 있으며, 깃에는 댕기를 맬 수 있다. 하늬녘 차림이다. (= 흰윗도리·흰적삼·흰저고리·하얀웃옷·하얀윗도리·하얀적삼·하얀저고리·저고리·적삼·윗옷·윗도리·위. ←셔츠shirt/샤쓰シャツ, 와이셔츠ワイシャツ·Yシャツ/white shirt·dress shirt/와이샤쓰) 86. 다리꽃 흔히 ‘장애인 이동권’을 말하는데, 그냥 ‘다리꽃’을 말해야 알맞다고 느낀다. ‘어린이 다리꽃’이며 ‘아기 다릿날개’를 펼 적에는 누구나 홀가분하면서 즐겁고 느긋하게 어디이든 오갈 만하다. 아기는 어버이가 안거나 업거나 아기수레에 태워야 길을 다닐 수 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노래 우리말꽃 숲에서 짓는 글살림 47. 셈꽃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배움책(교과서)을 보면 ‘算數’처럼 한자로 적습니다. 우리는 이 이름을 꽤 오래 썼고, 요새는 ‘수학(數學)’으로 쓰지요. 총칼수렁(일제강점기)이 끝난 뒤에 지긋지긋한 일본말 굴레에서 벗어난 만큼, 배움책을 새로 엮을 적에 끔찍한 일본 한자말을 걷어내자는 물결이 일었습니다. 이즈음 ‘셈본’이란 이름으로 교과서가 나왔어요. 이러다가 남북이 갈려서 싸움수렁이 불거졌고, 남녘에 군사독재가 서슬이 퍼렇게 으르렁대면서 ‘셈본’이란 이름은 짓눌려 사라져야 했고, ‘수학·산수’ 두 가지 이름만 나돌았습니다. ‘셈’이란 무엇일까요? ‘세다’는 어떤 결을 나타낼까요? 적잖은 분은 ‘셈’은 얕거나 낮은 낱말이요, ‘수학’이나 ‘계산’ 같은 일본 한자말을 써야 제대로 배우거나 가르칠 만하다고 여깁니다. 참말로 그럴까요? 우리는 ‘셈’이라는 낱말을 아직 모르거나 찬찬히 생각한 적이 없지는 않을까요? 셈(셈하다·셈나다) ← 계산, 산(算), 산수(算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말꽃삶 20 집옷밥 밥옷집 옷밥집 저는 어른이란 몸을 입은 오늘날에도 ‘의’를 소리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동안 생각하고 가다듬고서야 비로소 ‘의’를 소리냅니다. 혀짤배기에 말더듬이란 몸으로 태어나고 자란 터라, 어릴 적에는 더더욱 고단했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요새는 둘레에서 이모저모 ‘입 속에서 혀랑 이를 어떻게 놀리면 되는가’를 밝히거나 알려주는 이웃을 쉽게 만날 만하고, 지난날에는 ‘‘의’를 비롯한 여러 소리를 어떻게 내면 되는가’를 차근차근 보여주거나 알려준 이웃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을식주 으식주 ‘을식주’는 무엇이고 ‘으식주’는 뭘까요? 제가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니던 1982∼87년 무렵에는 날마다 시키고 때리는 길잡이(교사)가 많았습니다. ‘시험’이란 이름이 붙은 일도 끝이 없었는데, ‘중간시험·기말시험’뿐 아니라 ‘월말시험·쪽지시험’이 꼬박꼬박 뒤따랐어요. 어느 갈래 어느 시험인지는 어렴풋하지만, ‘의식주’로 풀이(답)를 적어야 하는 일(문제)이 있었고, 적잖은 또래는 ‘을식주·으식주’처럼 틀린 풀이를 적었습니다. 예전 배움터에서는, 이처럼 틀린 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말꽃삶 19 탈가부장, 갇힌 말을 깨우다 조선이란 이름을 쓰던 나라는 500해에 걸쳐서 ‘중국 섬기기’를 했고, 이 나라 사람을 위아래로 갈랐습니다. 중국을 섬기던 조선 나리하고 벼슬꾼은 집안일을 순이한테 도맡기고, 나라일은 돌이만 도맡는 틀을 단단히 세웠지요. 곰팡틀(가부장제)을 일삼았습니다. 나리·벼슬꾼이 나아가는 곰팡틀은 한문만 글이었습니다. 세종 임금이 여민 ‘훈민정음’은 ‘중국말을 읽고 새기는 소릿값’으로 삼는 데에 그쳤어요. 오늘날 우리가 안 쓰는 ‘훈민정음’이 제법 있습니다. 우리 소릿값이 아닌 중국 소릿값을 담아내는 틀이었기에, 굳이 살릴 까닭이 없어서 하나씩 사라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여느사람(백성·평민)은 글(한문)을 못 배우도록 틀어막았습니다. 조선이란 나라가 아닌, 고구려·백제·신라·발해·가야·부여에서도 나리하고 벼슬꾼은 집안일을 안 했을 테지만, 곰팡틀까지 일삼지는 않았어요. 이 곰팡틀은 이웃나라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오며 외려 더 단단하였고, 일본이 물러간 뒤에도 서슬퍼런 총칼나라(군사독재)가 잇는 바람에 곰팡틀을 걷어낼 틈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곰팡틀을 이제 겨우 걷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기를 바랍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랑 어린 날을 떠올리면, 여리고 골골대는 몸이지만, 어떤 일을 맡으면 온힘을 다하였습니다. 힘이 모자라니, 작건 크건 용을 써야만 할 수 있습니다. 누가 거짓말을 시키면 거짓말을 도리도리했습니다. 거짓말을 입밖으로 뱉으면 속이 확 타들어가더군요. 하늘은 늘 우리가 착한지 안 착한지 지켜본다고 느꼈어요. 주먹으로 윽박지르거나 두들겨패더라도 꼬박꼬박 참다운 말을 읊으며 살았습니다. 거짓을 일삼는 무리가 주먹을 휘두를 적에는 얼핏 무서워 보일 수 있습니다만, 사랑이 한 톨도 없는 마구잡이는 무서울 일이 없습니다. 어깨동무도 이웃빛도 없는 무리는 늘 끼리끼리 갇혀서 스스로 무너져요. 팔짱은 두 가지입니다. 불구경을 하는 팔짱이 있고, 서로돕기를 하려고 다가와서 끼는 팔짱이 있습니다. 짝을 맞추어 너랑 나랑 아름답게 웃는 살내음을 나누려는 손길이기에 따뜻합니다. 걸음을 맞추어 나하고 네가 곱게 노래하는 꽃빛을 나누려는 하루이기에 포근합니다. 코앞에서 으르렁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기를 바랍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꼽 참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소리를 으레 들었습니다. 누가 알아본다고 힘을 그렇게 들이느냐고 핀잔하더군요. 지스러기 같은 일은 지나가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길에 하찮거나 하잘것없는 일이란 없을 텐데요. 길미가 된다고 여길 적에만 손을 댄다면, 조그마한 일에는 시들하다면, 눈에 뜨이지 않는다고 해서 볼것없다고 넘긴다면, 아무래도 우리 마음은 물거품에 마병으로 가득하리라 느낍니다. 눈꼽 같다고 여겨 꼽을 주는 말이나 짓을 일삼는 분이 있더군요. 그분한테는 그저 구정물이나 버림치로 보였겠구나 싶어요. 자갈밭이 풀밭으로 거듭나고, 나무씨앗 한 톨이 깃들어 천천히 자라면서, 어느새 숲으로 바뀌기까지는 적잖이 걸릴 테지만, 틀림없이 돌밭도 숲밭으로 피어날 만합니다. 자잘하다고 여겨서 등을 돌리기에 돌더미가 그냥 돌더미로 남습니다. 못할 일이란 없어요. 덧없는 일도 없어요. 누구는 같잖게 볼 테지만, 둘레에서 크잖게 보든 말든 우리가 품고 심어서 가꾸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5 나가는곳 일본 쇳길(전철)에는 언제부터 한글을 나란히 적었을까요? 일본 쇳길에 적힌 한글이 익숙한 분은 예전부터 그러려니 여길 수 있고, 퍽 오랜만이나 처음으로 일본마실을 한 분이라면 새삼스럽다고 여길 수 있어요. 모든 나루에 한글이 적히지는 않습니다만, 큰나루는 어김없이 한글을 적습니다. 나루이름을 한글로 적고, ‘나가는곳’이라는 글씨를 함께 적더군요.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나루에 ‘나가는곳·들어오는곳’을 적습니다. 곁들여 한자로 ‘出口·入口’를 적지요.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말이요, 무엇이 일본말일까요? 바로 ‘나가는곳·들어오는곳’이 우리말이요, ‘出口·入口’가 일본말입니다. ‘出口·入口’를 한글로 옮긴 ‘출구·입구’는 우리말일까요? 아닙니다. 일본 한자말을 한글로 옮겼을 뿐입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보면 ‘출구(出口)’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 ‘나가는 곳’, ‘날목’으로 순화”로 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81. 철바보 어릴 적 어머니가 문득 읊은 ‘철부지’란 낱말이 어려워 “어머니, 철부지가 뭐예요?” 하고 여쭈었더니 “철부지? 어려운 말인가? 철을 모르는 사람이란 뜻이야. 철딱서니없다는 뜻이지.” 하고 부드러이 알려주었다. 우리말로 “모르는 사람 = 바보”이다. 그러면 ‘철바보’처럼 처음부터 쉽게 이름을 붙이면 어린이도 어른도 다들 쉽게 알아차리고 이야기를 펼 만하리라. 철바보 (철 + 바보) : 철을 모르거나 잊거나 살피지 않거나 느끼지 않는 사람. 철이 들지 않은 사람. (= 코흘리개. ← 철부지-不知, 삼척동자, 무지無知, 무지몽매, 지각知覺 없다, 불효, 불효막심, 불효자, 불효녀, 불효자식) 82. 큰가작 어린이 눈으로 바라보는 길이란, ‘눈높이 낮추기’가 아닌 ‘눈높이 넓히기’이다. 몇몇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말을 치우고서, 누구나 알아보면서 삶을 북돋우고 빛내어 가꾸는 길을 열려는 마음이라면 ‘어린이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며 말을 편다’고 느낀다. 밥집에 간 아이들이 차림판에 적힌 ‘대중소’란 글씨를 보며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둘레 어른은 으레 “큰 것하고 중간 것하고 작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기를 바랍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지긋하다 지난날 쓰던 말을 오늘날 모두 되살리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요새 새롭게 쓰는 말씨를 구태여 안 버려도 됩니다. 그저 하나를 알아보면 되어요. 새롭게 쓰는 말도 ‘새말’이고, 오래오래 잊다가 다시 쓰는 옛말도 ‘새말’입니다. 갓 나와서 새책집에 꽂혀도 ‘새책’이고, 이때껏 모르고 살았으나 헌책집 시렁에서 비로소 만나 처음으로 들추어도 ‘새책’입니다. 둘레에서 ‘자동차·카’ 같은 한자말하고 영어를 흔히 쓰면, 저는 우리말 ‘수레’를 슬쩍 곁들입니다. 우리 발걸음을 헤아려 ‘짐수레’를 ‘화물차·트럭’을 풀어내는 낱말로 삼을 만해요. ‘양말·삭스’가 넘실거려도 문득 우리말 ‘버선’을 보탭니다. 지긋지긋하다면 지겹다는 뜻이지만, 지그시 바라보는 ‘지긋하다·지긋이’에는 참하고 듬직한 자취가 흐릅니다. 지긋이 손을 놀려 그림을 이뤄요. 우리 이야기를 그림종이에 옮깁니다. 차근차근 일구는 삶을 고스란히 적바림하기에 삶글입니다. 대단한 길을 걸어왔기에 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기를 바랍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힘겹다 새벽에 마당에 내려설 적마다 하늘빛을 살핍니다. 바람 한 줄기를 마시면서 날씨를 읽습니다. 집에 보임틀(텔레비전)을 안 둘 뿐 아니라, 날씨알림을 안 듣습니다. 스스로 하늘숨을 마시고 읽으면 하루를 알 수 있어요. 해님은 날마다 우리한테 찾아듭니다. 때로는 구름이 폭 덮으면서 마치 햇살이 안 퍼지는 듯 감추기도 하고, 때로는 빗줄기가 후두둑 쏟아지며 해가 없나 싶기도 하지만, 하늘은 늘 우리 숨결을 헤아리면서 새롭게 찾아와요. 고단한 날에는 하늘꽃을 그리면서 마당이나 풀밭에 드러누워 눈을 감으면 온몸에 기운이 새록새록 올라옵니다. 둘레에서 들풀이 한빛을 푸르게 베풀어요. 힘겨울 적에는 스스로 밝님이 되어 마음 가득 사랑을 길어올려요. 이웃이나 동무가 토닥이면서 도울 수 있되, 누구나 스스로 살리는 빛살로 천천히 쉬면서 버거운 무게를 씻을 만합니다. 빚을 졌다면 빛으로 갚으면 됩니다. 짐스러운 생각은 빛꽃 한 줄기로 다독이면서 털어낼 만해요.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