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1 그럴듯하다 그렇다고 여길 만할 적에 ‘그럴듯하다’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렇다고 여길 만하거나 저렇다고 여길 만할 적에는 어떻게 나타낼까요? 입으로 말할 적에는 ‘이럴듯하다·저럴듯하다’처럼 나타내겠지만, 손으로 적는 글에서는 ‘이럴 듯하다·저럴 듯하다’처럼 띄어야 맞춤길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대목을 곰곰이 보아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입으로 말할 적에 띄어쓰기는 거의 안 따집니다. 느낌이나 결을 살필 뿐입니다. 그리고 새말을 하나 지었다면 그 낱말 하나만 새롭게 ‘붙여서 쓸’ 노릇이 아니라, 비슷한 얼거리인 다른 낱말을 함께 헤아릴 수 있어야지 싶어요. 국립국어원은 꽤 오랫동안 ‘신나다’를 한 낱말로 안 받아들여서 ‘신 나다’처럼 적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립국어원에서 ‘신나다’를 한 낱말로 받아들여 올림말로 삼았습니다. 다만 ‘신나다’는 올림말이 되었습니다만, 비슷한 얼거리인 ‘신명·신바람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메뜨다 밉살스럽도록 굼뜨다 ㉥어릴적에는 그렇게 싹싹하고 재바르던 조카가 몸집이 엄청 불어난 뒤로는 일마다 메떠서 아재비가 뒤치다꺼리해야 할 판이라니! 둘하다 굼뜨고 미련하다 ㉥오름이는 허우대는 훤칠한데 사람이 둘하여 일을 맡기려면 속깨나 썩을지도 모릅니다. 아둔하다 슬기롭지 못하고 아주 느리거나 굼뜨다. ㉥똑같은 말을 몇 디위 해야 하나, 이 아둔한 사람아. 남 말을 그렇게도 못 알아들어? 미욱하다 사람 됨됨이나 하는 짓이 어리석고 미련하다 ㉥이런 미욱한 사람들! 하나를 보면 열을 알지, 이제 그 손가락을 다 끊는 지렁에 지지셔야죠. 둘되다 됨됨이가 상냥하지 못 하고 미련하고 무디다. ㉥이쁜이는 둘된 데가 있어 아직 짝이 없지만, 착한 구석이 있어 남 눈에 눈물 흘리게 할 사람은 아니야. 머줍다 (몸짓이) 느리고 굼뜨다. ㉥나는 일 솜씨가 머줍어 함께 일하는 이들한테 늘 서머하다. 웅숭깊다 1. 마음보가 넓고 크다 ㉥이곳을 마다하고 떠난 미르돌이었지만, 다시 돌아오자 웅숭깊게 맞아 주었다. 2. 되바라지지 않고 깊숙하다 ㉥물아이 골짜기는 웅숭깊어 온갖 목숨붙이가 깃들어 살 만한 곳이다. 투박하다 튼튼하나 무디고 맵시가 없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칼같다 똑부러진 사람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어쩜 이렇게 의젓할까요. 어쩌면 이다지도 헌걸차게 제 뜻을 밝히면서 둘레를 밝힐까요. 얼핏 칼같이 군다 싶으나 부드러운 사람이 있어요. 언뜻 좋아 보이나 악착스러운 사람이 있고요. 겉보기하고 속보기는 다릅니다. 꾸미는 사람일수록 겉으로만 잘나가는 듯하나 속으로는 모질거나 꼰대이곤 합니다. 사랑을 펴는 사람이라면 속으로 빛나는 숨결이 모든 매몰찬 기운을 다독이면서 우리 외눈을 가만히 녹이는구나 싶습니다. 예나 이제나 곧고 참한 사람을 뚱딴지처럼 얕보거나 따돌리려는 갑갑한 울타리가 높습니다. 올곧은 사람이 외곬인 일은 없어요. 곧바르지 않은 사람이야말로 외길이요, 쳇바퀴를 붙잡고 사슬로 가로막습니다. 아름답지 않은 터전에서는 거꾸로 보아야 슬기롭게 알아본다고 느낍니다. 이 앞바람은 맞바람일까요, 아니면 등바람일까요. 이 뒷바람은 매끄러이 밀어주는 결일까요, 거칠게 밀어대는 발톱일까요. 마음이 굳어 단단하게 일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찾기 놀이]1-18 여섯 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누리집을 다녀 가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솜씨 뽐내기에 지음몬(작품)을 낸 배움이가 세 즈믄 사람(3000명)에서 몇 사람 빠질 만큼 되었습니다. 그리고 토박이말 겨루기, 다녀갑니다에 글을 남겨 주신 분들까지 함께해 주신 분들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매끄럽지 못했던 것도 있고 제 때 챙기지 못한 것들도 있었지만 다음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더욱 마음을 쓰겠다는 다짐도 해 봅니다. 지난 엿날에는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세 이레 만에 간 시골은 참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붉은 빛깔로 주렁주렁 달려 있던 감은 말할 것도 없고 잎도 하나 남김 없이 다 떨어지고 없었습니다. 싸늘한 바닥은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발이 시렵도록 차가웠죠. 건건이를 챙겨 넣고 이른 저녁을 먹은 뒤 설거지를 하다가 손이 시려움을 느끼고 아직 물을 데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끼시는 게 몸에 배서 그러지 마시라 말씀을 드려도 그러시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바쁘게 보낸 한 이레를 마무리하며 토박이말 찾기 놀이를 만들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90 맛바르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맛바르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맛있게 먹던 음식이 이내 없어져 양에 차지 않는 감이 있다'라고 풀이를 하고 "차가운 식혜가 맛있다고 네가 다 먹어 버려서 맛바르잖아."를 들어 놓았습니다."를 보기월로 들어 놓았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음식이) 맛있게 먹던 음식이 다 없어져 양이 차지 않아 마음이 시들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보고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맛바르다: 맛있게 먹던 먹거리가 이내 없어져 배가 차지 않아 마음이 시들하다. 우리가 살다보면 뭔가 맛있는 것을 먹다가 배가 차지 않아 좀 더 먹고 싶은데 먹을 게 없어서 아쉽다 싶을 때가 더러 있지요? 그럴 때 그만 먹는 게 속에는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배가 부른 느낌이 들 때까지 먹고 나면 곧 배가 너무 불러서 거북해지곤 합니다. 흔히 밥을 먹을 때 "조금 적다 싶을 때 그만 먹는 게 좋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맛바를 때 그만 먹는 게 좋다."고 하면 좋을 것입니다. "통닭 한 마리를 시켜서 둘이 먹으니 맛바른데 뭐 좀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노래에서 길을 찾다]20-꿈 오늘 들려 드릴 노래는 '꿈'입니다. 이 노래는 4316해(1983년)에 나왔는데 조창훈 님이 노랫말과 가락을 지었으며 '정유경' 님이 부른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노랫말과 가락을 지은 '조창훈' 님이 높배곳배움이(고등학생) 때라고 하는데 꿈을 꾸는 듯한 풋풋한 사랑을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노랫말 가운데 '은은하다', '향한', '시계'를 빼고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더 반가웠습니다. 하얀 별빛이 쏟아지는 곳에서 내 마음을 털어 놓았다는 말과 뿌연 안개가 떠다니는 꿈속같은 곳에서 내 눈빛을 입김에 띄워 보냈다는 말이 남다르고 참 예쁩니다. 꽃잎에 물들인 빠알간 사랑이 어두운 하늘을 눈물로 적신다는 말에 절로 안타까움과 슬픔이 느껴집니다. 바람에 부딧혀 사라졌다는 말이 노래 이름이 꿈인 까닭을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빗소리에 눈을 떴을 때 귀에 익은 시계소리가 들렸다고 하니 더욱 뚜렷해집니다.^^ 여러분도 노랫말을 되새겨 보시고 나름대로 풀이를 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에 노랫말과 함께 노래까지 이어 놓을 테니 들으시면서 저마다의 울림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1] 수박 여름이면 마을에 수박 장사가 왔다. 경운기에 가득 싣고 알리면 마을 사람이 몰려와서 고른다. 손으로 톡톡 두들겨 통통 맑은소리가 나면 잘 익은 수박이고 퉁퉁 끊어지면 껍질이 두껍다. 그래도 속은 갈라 봐야 허벅허벅하거나 여물고 짙은지 알기에 아저씨가 세모로 칼집을 내어 속을 보여주었다. 찬물에 수박을 담가 두었다가 시원하다 싶을 적에 쟁반에 놓고 썬다. 수박 한 덩어리 자르면 가운데부터 골라 먹고 숟가락으로 껍질까지 긁어먹었다. 우리는 여름이면 수박이 먹고 싶어 작은고모네와 큰고모네에 갔다. 큰고모네는 살림이 넉넉했는데 구두쇠 이름이 붙어 다녔다. 수박은 마루에도 냉장고에도 있었다. 밭에서 수박을 팔고 남은 수박이 있다고 곤이하고 희야하고 밭으로 갔다. 비탈진 멧기슭 밭에 덩굴을 헤치고 수박을 땄다. 손날을 세워서 힘껏 수박을 내리쳐서 수박을 쪼갰다. 이랑에 쪼그리고 앉아 실컷 먹었다. 코가 수박에 닿고 턱에 닿아 물을 뚝뚝 흘리면서 크다 만 수박 일 곱 통을 그 자리에서 먹었다. 집에 와서도 냉장고에 든 수박을 꺼내 먹었다. 고모는 마루에 서서 많이 먹는다고 눈을 부라리며 성을 냈다. 우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괴로움은 두루 미치고, 아픔도 두루 미치고, 나숨도 두루 미칩니다. 누구라도 바라거나 골이 나거나 싫거나 두려운 마음(더럼)을 일으키면 그 사람은 굳어지고 괴로워집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들어맞아요. 그러므로 이 마음닦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 깜짝할 사이마다 몸틀 안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몸 참, 마음 참을 줄곧 바라봅니다. 숨이 들어오면 숨 들어옴이 이 때 참이고, 숨이 나가면 숨 나감이 이 때 참입니다. 숨이 깊으면 깊은 게고 얕으면 얕은 것입니다. 두루 미치는 참으로 마음을 닦아 가면, 겉으로 드러나는 굳어있고 단단하고 거센, 겉 참에서 꿰뚫고 뚫고 나가, 쪼개고 나누고 녹이면서 가녀린 참으로 더 가녀린 참으로 나아갑니다. 나날이 거친 데서 가녀린 데로 더 가녀린 데로 나아가 가장 가녀린 몬 참, 가장 가녀린 맘 참으로 나아갑니다. 마음닦기 온 흐름은 스스로 참을 깨닫도록 도와줘요. 스스로를 알아가는 이 길은 누리흐름(참, 자연법칙)을 알도록 해 줍니다. 그래서 스스로 안에서 참을 겪으면서 두루 미치는 누리흐름을 알아 갑니다. 목숨이 있건 없건 누구에게나 모든 것에 들어맞는 두루 미치는 참입니다. 우리가 이 두루 들어맞는 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3. 억지로 ‘만들’ 수 없는 말 오늘날에 이르러 ‘어른’이라는 낱말이 제자리를 잃습니다. 어쩌면 ‘어른’이라는 낱말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어른다운 어른’은 없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어른’이란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사람이 아주 많이 줄었고, 아이들한테 ‘어른 구실’을 가르치려는 어버이가 자꾸 줄어듭니다. 어른 자리에 서야 할 분들 스스로 ‘어른다이 살기’하고 멀어지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어른’이라는 낱말을 놓고 ‘얼운·얼우다’라는 옛말을 살펴서 말하기도 합니다. “혼인한 사람”이 어른이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이러한 말밑풀이는 틀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더 헤아릴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가 예부터 어떤 사람을 놓고 ‘어른’이라고 할 적에는 혼인한 사람만 두고 가리키지 않습니다. 나이만 많이 든 사람이라고 해서 어른이라고 하지 않아요. 임금 자리에 선대서 어른이 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나이쯤 되기에 어른이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혼인을 안 했대서 어른이 아니라고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