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대마도 나들이
- 첫 도장
내가 들어설 때이다. 짐을 바구니에 담는다. 짐은 짐칸에서 살피고 나는 빈 몸으로 훑고서 배를 탄다. 바다가 푸르다가 새파랗다가 시퍼렇다. 한 시간 반을 배를 타고 일본에 닿는다. 아까 여권과 입국허가증을 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처음이에요. 맨앞에 찍어 주세요.”
이때 아가씨가 웃었다. 내 얼굴을 보고 이제 두 검지를 올려 손그림(지문)을 찍는다. 상륙허가, 연월일, 체류기한, 체류자격, 체류기간이 적힌 종이를 붙인다. 짐을 챙기고 여권을 가방에 넣었다. 일본 버스에 타자마자 여권을 꺼냈다. 도장을 어디 찍었을까. 궁금했다.
근데 첫 장이 아닌 두 장 넘긴 곳에 붙였다. 따로 맨앞에 찍어 달라고 얘기까지 했는데 왜 껑충 뛰어 붙일까. “차근차근 찍어 주면 보기 좋을 텐데!” 하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여권을 덮다가 생각한다. 맨앞이 아닌 ‘6’이라 적힌 쪽이면 내가 마실을 온 달이 6월이라서 6에 찍었을까? 그래서 껑충 뛰었나? 아니지, 마지막이 57인데 13부터는 다르잖아. 무슨 뜻이지? 왜 첫 칸을 안 채울까?
배가 대마도에 닿는다. 밖에 나와서 여권을 펼친다. 상륙허가 입국 종이를 반 걸쳐 하늘빛으로 출국 도장을 찍었다. 여권이 다른 나라에 온 나를 밝힌다. 출국 도장에 ‘히타카츠’ 가 적혔다. 대마도 나들이라서 ‘대마도’라는 이름만 생각했는데, ‘쓰시마시(대마도시)’에 있는 ‘히타카츠 항구’가 있는 ‘히타카츠 마을’이로구나. 그래, 여기는 일본이니까 일본말로 이곳 이름을 밝힐 테고, 여러 마을이름이 있을 테지.
부산하고 대마도를 오가는 배표를 보면, 부산에서 갈 적에는 파랗고 대마도에서 올 적에는 하늘빛이다. 처음으로 나라밖으로 나들이를 하는 나로서는, 바다로 건너가려고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배가 파란하늘 무늬로 징검돌 같다.
2023. 07. 01.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