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울산고을 우리말 땅이름 살펴보기 3. 한실거랑으로 흘러드는 물줄기와 그 물길이 지나는 마을들(1) 어릴 때 동네 어른들한테서 ‘밝메(백운메) 세가람오름(삼강봉)에 떨어지는 비는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때로는 쇠동골(소호) 쪽으로 떨어져 가라가람(낙동강)으로 가고 어떨 때는 안에(내와), 바데(외와) 쪽으로 떨어져 형산가람으로 가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탑골 쪽으로 떨어지면 테화가람으로 내리 흐른다’는 우스개소리같은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세 가람으로 갈라지는 꼭지점이 바로 세가람오름이다. 이 밝메에서 흘러내린 물이 탑골을 지나면 아름다운 가메들 골짜기를 굽이굽이 돌아 마넉골(미호)내를 이루어 마넉골 벌을 적시고 흘러가서 만나는 첫 마실이 버던(유촌)이다. 우리가 어릴 적 어머니한테 듣던 ‘버던 김서방네 잔치한단다’처럼 들었던 버던이란 아름다운 우리말은 사라지고 모두 유촌이라 일컫는다. 하기는 마넉골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미호라고 일본사람들이 와서 지었을 것 같은 한자말 이름을 쓴다. 아랫마넉골(하동)까지 새녘(동쪽)으로 흘러오던 물줄기가 마녘(남쪽)으로 조금씩 굽어지다가 버던에서부터는 마녘으로 오롯이 굽어 흐르면서 삼정골에 가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울산고을 우리말 땅이름 살펴보기 1. 울주군 두서면 보안골을 가운데 두고(1) 울주군 두서면은 처음 경주군 외남면에 딸렸는데, 1906해에 울산군 두서면이 되고 1914해에 다시 떼고 붙이고 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보안골은 옛날부터 사람들이 불러오던 이름인데, 왜놈종살이 뒤로 복안(伏安)이라고 쓰면서, 요즘은 보안이라 소리내는 이가 드물다. 오늘날 복안리라고 부르는 보안골 안에는 네 마을이 있는데, 볕바른 한가운데 있는 볕달(양지)마을이 가장 크고, 그 마녘(남쪽)으로 천마메 기슭에 자리잡은 응달(음지)마을이 있고, 응달마을 앞에 솟은 절터메(또는 성불암메라고도함)를 사이에 두고 응달마을에셔 보면 새녘에 있고, 볕달마을에서 보면 새마녘(동남쪽)에 자리잡은 새터마을이 있고, 이 세 마을보다 큰겨랑 윗쪽에 있는 안에(내와), 바데(외와) 마을 쪽으로 한참 올라가서 천마메 달갯골을 마주 보고 자리잡은 당수마을, 이렇게 네 마을을 통틀어 보안(흔히 보안사일래)이라 불렀다. 새터마을에서 마녘으로 당만디고개를 넘어가면 마넉굴(미호) 마을이 아미메(또는 헤미메) 기슭에 펼쳐지는데, 길다랗게 절터메와 삼봉메를 등지고 웃마넉골(상동), 가운데마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울산고을 우리말 땅이름 살펴보기 1. 울주군 두서면 보안골을 가운데 두고(2) 성불암메(=절터메)는 새터마을을 옆에서 품고 있어 마을에서는 가장 종요로운 메다. 옛날엔 아랫녘은 밤나무밭과 잔솔밭, 웃녘은 참나무가 많았고 오늘날엔 밭으로 일군 넓이도 꽤 되고 밤나무 잣나무 참나무 제피나무가 많이 자란다. 제피나무는 죄피나무라고도 하는데 어린 싹은 간장과 고추장에 조려 밑반찬으로 쓰고, 익어가는 열매껍질은 말려 가루를 내어 미꾸라지국에 넣어 먹고, 뿌리나 줄기 껍질은 말렸다 가루를 내어 물고기 잡는데 쓰는 값진 나무다. 그 밖에도 더덕, 취나물, 참나물, 부지깽이, 비비취 같은 맛있는 나물도 많이 자란다. 마을쪽 아랫녘에 작은 딷밭골짜기가 있고 마을에서 봐서 그 오른쪽 옆에 버무굴(범이 살았다는 굴)이 있고 그 아랫녘이 못골이다. 아주 작은 못이 골짜기 끄트머리에 있어 붙은 이름이다. 갓재이, 또는 갓쟁이 골짜기는 새터마을에서 보면 가장자리에 있는 골짜기다. 끝에 있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그런데 ‘옛날에 갓 만드는 이가 살았다’는 둥 없던 얘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갓재이라는 말뜻을 몰라서 생기는 일이다. 앞봇갓은 새터마을 바로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울산고을 우리말 땅이름 살펴보기 2. 보안 새터에서 못앞(천전) 가는 길 어머니가 나서 자란 곳은 한실 마을이고 열일곱살 때 못앞(한실에서 한실내를 거슬러 시오리쯤 떨어진 마을)으로 옮겨와 살다가 열아홉에 가마 타고 보안 새터로 시집오셨으니, 엄마집(외가) 가는 길은 새터마을에서 못앞마을까지 걸어가는 길이었다. 누구나 다 그랬겠지만, 옛날엔 따로 나들이(여행)가 없고 동네 속에서 뱅뱅거리며 지내다 엄마집(외가) 가는 나들이는 언제나 꿈길이다. 어쩌다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걸음을 줄일 때도 있었지만, 어머니 따라 온 길을 걸어가기가 일쑤였다. 집을 나서면 먼저 당만디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오르막길 얼추 가운데쯤에 가웃방구(반방구)가 있고, 거기쯤 지날 때 엄마가 “반방구네!” 하시면 고개까지 가웃 넘게 왔으니 힘내라는 말로 들렸다. 당만디 고갯길은 꽤 가파른 길이어서 아이들에겐 오르기가 제법 힘들었다. 가웃방구를 지나 한참 더 올라가면 가파르던 길이 좀 눅어지면서 덜 가파른 길로 바뀌어 당만디 고개까지 이어져 한결 쉽게 갈 수 있고 그 어름에 있는 중산골을 지나면 진풀밭이 나오고 그러면 곧 당만디 고개에 이른다. 당만디 고개는 네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우리말살이는 겨레와 나라를 바로 세우는 바탕이다 6. 몇 가지 더 짚어 볼 우리말 이야기. 충북 청원군 입석면 소로리에서 온 누리에서 가장 앞선 벼 여름지은(벼농사한) 볍씨가 나오기 앞만 해도, 온 누리에서 가장 앞선 벼여름짓기는 중국 호남성 양쯔가람가로 알려져 있었지요. 이제부터 11,000해 앞서 벼여름지이를 했다는 자취가 가장 오랜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여기서 한 갈래는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흘러가고(이것을 자포니카라 부름) 또 한 갈래는 동남아를 거쳐 인도로 흘러갔다(이것을 인디카라 함)고 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소로리에 ‘과학단지’를 마련한다고 파헤치다 옛사람 삶 자취를 찾아내고 그곳을 꼼꼼히 살펴본(발굴한) 바 놀랍게도 여기서 59 알 볍씨를 찾아내고 이것을 서울대와 미국 실험실에서 탄소동위원소로 재보니 이제까지 알려진 중국 양쯔가람가 보다 적어도 1,300해 앞선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잉글땅(영국) BBC를 비롯 온누리 새뜸(신문)과 널냄(방송)이 이 일을 널리 알렸고 온 누리에서 가장 일찍 벼여름지이를 한 곳이 바로 우리 배달땅이란 것이 밝혀졌지요. 그래서 그런지 벼를 나타내는 우리말을 꼽아보면, 맨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우리말살이는 겨레와 나라를 바로 세우는 바탕이다 5. 우리말이 지닌 깊은 뜻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자는 뜻이 깊은 뜻글자이고 우리글은 소리글자여서 소리만 적는다고 알고 있어요. 맞는 말이지만 소리대로 적는 것은 우리 글이고 그런 소리가 나는 우리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깊은 뜻을 지닌다는 걸 아는 이는 드뭅니다. 우리말 ‘사람’은 ‘살다’ 줄기 ‘살’에다 이름꼴을 만들 때 쓰는 ‘암’을 붙여 살암 → 사람이 된 말입니다. 마치 달리다 옛말 닫다 줄기 닫+암+쥐 → 닫암쥐 → 다람쥐가 되듯이 말입니다. 쥐가 다 달리지요. 다람쥐는 그저 ‘달리는 쥐’라는 뜻을 넘어 ‘쥐 가운데 가장 잘 달리는 쥐’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란 뜻을 넘어 살아가는 목숨 가운데 ‘가장 잘 사는 목숨붙이’란 뜻입니다. 곧 우리말 사람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바른 삶인지를 살피면서 그저 잘 먹고 잘 사는 걸 넘어서 마음이 고요하고 흐뭇하게, 나아가서 모든 사람이 고루, 두루, 흐뭇하게 잘 사는 길을 살펴서 살아가는 목숨이란 뜻입니다. 사람을 뜻하는 말은 인, 인간, 인민, 시민, 민중, 국민, 민초, 맨, 휴먼, 피플...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우리말살이는 겨레와 나라를 바로 세우는 바탕이다 4-2. 우리말을 살려 쓸 자리는 어디 어디일까? 셋째 우리말을 살려 쓸 자리는 배움책(교과서)입니다. 참말은 이것이 첫째 자리입니다.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쳐 배우도록 해야 하는데 첫배곳(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말이 우리말은 아주 드물고, 거의 다 니혼 한자말입니다. 쉬운 우리말을 배워 쓸 자리에 어려운 한자말을 먼저 가르쳐 우리말 쓸 때를 처음부터 빼앗습니다. 참으로 슬프고 가슴 아프고 서럽고 눈물 나는 일입니다. 종살이 벗어난 지 일흔다섯 해가 지났는데도, 왜말인 ‘학교’라는 말을 그대로 쓰면서 아직도 그곳에서 니혼 한자말을 으뜸으로 가르치면서도 책 지은이도, 펴낸이도, 배곳 가르침이(교사)도, 나라일꾼(교육청, 교육부 사람)도 왜말 가르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내내 우리말은 가르치지 않고 어려운 한자말을 가르쳐요. 그러다 보니 첫배곳을 나와 갑배곳(중학교)에 가면 더 많은 한자말을 배워 익히고 높배곳(고등학교)을 마칠 때쯤 되면 우리말을 거의 모를 뿐만 아니라 못 쓰는 사람이 됩니다. 거기다 한배곳(대학) 까지 나오면 우리말은 토씨로나 쓰고, 한자말로 못 바꾸는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우리말살이는 겨레와 나라를 바로 세우는 바탕이다 4.-1 우리말을 살려 쓸 자리는 어디 어디일까? 먼저 벼리말(줏대말-법률용어)을 우리말로 바꿉니다. 으뜸벼리(헌법)와 벼리(법률)를 쉬운 우리말로 지으면 백성 누구나, 아이들까지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어 바른길을 따르고 지키기가 수월하겠지요. 어려운 한자말로 벼리를 짓는다는 것은 짓는 사람 스스로도 잘 모른다는 뜻입니다. 누구라도 스스로 파고드는 쪽(전공분야)을 훤히 안다면 아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우리말로 말할 수 있습니다. 잉글말(영어)이나 한자말로 밖에 나타낼 수 없다면 아직 훤히 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쪽(분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가운데서 벼리말을 으뜸으로 잡은 것은 백성 한사람 한사람이 나라 임자로서 스스로 다스리는 바탕인 벼리(법)를 임자인 저도 모르도록 짓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일이지요. 더는 벼리꾼(헌법학자, 법학자, 법률가, 판·검사)에게 맡길 수 없지요. 그러므로 새 으뜸벼리(헌법)는 반드시 백성이 모두 나서서 지어야 하고 누구나 알 수 있게, 쉬운 우리말로 지어야 할 겁니다. 이를테면 새 으뜸벼리를 이렇게 지어보면 어떨까요? 우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우리말살이는 겨레와 나라를 바로 세우는 바탕이다 3. 우리말을 어떻게 살려 쓰나 죽어가는 우리말을 살려내려면 첫째로 우리말을 밀어내고 자리잡은 한자말을 하나씩 하나씩 말글살이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이를테면 ‘감사하다’를 쓰지 말고 ‘고맙다’라고 말하고 ‘준비하다’는 ‘마련하다’, ‘장만하다’로, ‘비교하다’는 ‘견주다’로, ‘계속하다’는 ‘이어하다’로, ‘시작하다’는 ‘비롯하다’, ‘열다’로, ‘최고로’, ‘제일’은 ‘가장’이나 ‘으뜸’으로, ‘주방’은 ‘부엌’으로, ‘고객’은 ‘손님’으로, ‘전후’는 ‘앞뒤’로, ‘상하’는 ‘위아래’로, ‘좌우’는 ‘왼오른’으로 바꿔씁니다. 그러므로 ‘후문’은 마땅히 ‘뒷문’이라 써야겠고 ‘오전’, ‘오후’는 ‘앞낮’, ‘뒷낮’으로 쓰면 좋은데 좀 어설픈 것 같지요. 듣기에 그런데 ‘앞낮’, ‘뒷낮’이라고 조금만 써가면 귀에 익고 입에 익어가요. 요즘 ‘왼, 오른’을 잘 모르거나 어렴풋해서 헷갈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워낙 ‘좌우’를 많이 써 그렇겠지요. ‘사용하다’, ‘이용하다’는 ‘쓰다’로, ‘사망하다’는 ‘돌아가다’나 ‘죽다’로, ‘서거하다’는 ‘돌아가시다’로, ‘수고하다’는 ‘애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우리말살이는 겨레와 나라를 바로 세우는 바탕이다 2. 왜 우리말을 살려 써야 하나? 우리 겨레 글살이를 우리글(한글)만 쓸 거냐, 한자를 섞어 쓸 거냐를 두고 쉰 해 넘게 거품 물고 다퉈 오던 일은 오늘날 온 나라 거의 모든 사람이 우리글로만 오롯이 글살이를 하게 됨으로써 헛된 실랑이를 해왔음이 드러났고, 한자를 섞어 써야 하고 그래서 한자를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우기던 사람들이 온통 엉터리였음도 또한 한낮같이 환하게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새뜸(신문)이든 배움책이든 한배곳책(대학교재)이든 새카만 한자가 사라지고, 누구나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한글살이가 온겨레 글살이에 자리잡았습니다. 우리글이 생겨난 뒤로 오늘날처럼 널리 온 백성한테 두루 쓰인 적이 일찍이 없었지요. 게다가 손말틀이 나온 뒤로는 우리글이 날개를 단 느낌입니다. 그런데 마냥 기뻐할 일만도 아닌 것이 겉으로 보면 우리글살이를 하니 우리말을 잘 지켜온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말은 이제까지 있어 본 적 없는, 가장 바드러운(위태로운) 자리에 놓였습니다. 마치 바람 앞에 놓인 작은 호롱불 같아요. 한마디로 우리글은 살아났는데, 그새 우리말은 죽어갔습니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