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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살이는 겨레와 나라를 바로 세우는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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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몇 가지 더 짚어 볼 우리말 이야기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우리말살이는 겨레와 나라를 바로 세우는 바탕이다

 

6. 몇 가지 더 짚어 볼 우리말 이야기.

 

  충북 청원군 입석면 소로리에서 온 누리에서 가장 앞선 벼 여름지은(벼농사한) 볍씨가 나오기 앞만 해도, 온 누리에서 가장 앞선 벼여름짓기는 중국 호남성 양쯔가람가로 알려져 있었지요. 이제부터 11,000해 앞서 벼여름지이를 했다는 자취가 가장 오랜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여기서 한 갈래는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흘러가고(이것을 자포니카라 부름) 또 한 갈래는 동남아를 거쳐 인도로 흘러갔다(이것을 인디카라 함)고 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소로리에 ‘과학단지’를 마련한다고 파헤치다 옛사람 삶 자취를 찾아내고 그곳을 꼼꼼히 살펴본(발굴한) 바 놀랍게도 여기서 59 알 볍씨를 찾아내고 이것을 서울대와 미국 실험실에서 탄소동위원소로 재보니 이제까지 알려진 중국 양쯔가람가 보다 적어도 1,300해 앞선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잉글땅(영국) BBC를 비롯 온누리 새뜸(신문)과 널냄(방송)이 이 일을 널리 알렸고 온 누리에서 가장 일찍 벼여름지이를 한 곳이 바로 우리 배달땅이란 것이 밝혀졌지요.

  그래서 그런지 벼를 나타내는 우리말을 꼽아보면, 맨 먼저 씨나락 ― 볍씨 ― 모 ― 벼 ― 나락 ― 짚 ― 북데기 ― 우캐 ― 왕겨 ― 등겨 ― 쌀 ― 뉘 ― 밥 ―메- 고두밥 ― 죽 ― 미음 ― 누룽지입니다.

잉글말로는 벼도, 모도, 밥도 다 라이스입니다.

중국한자에도 벼를 일컫는 말이 이렇게나 많지는 않습니다. 우리말이 빼어나다는 걸 보여주지요. 말만 있고 어떤 글도 없던 때 일어난 일입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 말에는 임금이 살아도 집, 벼슬아치가 살아도 집, 거지가 살아도 그냥 다 같은 집입니다.

그런데 중국 한자말에는 집궁, 집궐, 집신, 집전, 집옥, 집댁, 집가, 집방, 집청, 집해, 집려, 집사, 집실, 집당, 집각, 집누, 집주, 집우, 집하, 집원처럼 우리말로 집으로 새기는 글자가 훈몽자회에 올라있는 것만 대충 잡아도 스무 자나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누리 짜임새랄까, 누리흐름을 살필 때는 우리 겨레가 대단히 찬찬하고 꼼꼼하게 살펴서 그 하나하나에 걸맞는 말을 지어 썼음을 알 수 있겠고요, 그러나 사람살이가 두루 골라서 아래위가 다 함께 잘 살지 않았나 싶어요. 누가 살더라도 사람 살림살이하는 곳을 다 통틀어 집이라 부른 거지요.

 

  또 어떤 이들은 우리 말에는 그림씨와 어찌씨는 넉넉하나 이름씨가 모자라 한자말이 그 모자람을 채워주고, 그래서 한자말을 배워야 하고 한자말을 당장 버리면 말글살이를 못한다고 울상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우리말 사전을 펼쳐봐라, 그러면 열에 여섯, 일곱이 한자말이고 우리말은 많아야 열에 서넛 밖에 안된다, 그래서 말글살이를 넉넉하게 하려면 한자를 배워야 하고 한자말을 써야 한다.’고 우기기도 합니다.

  참은 어떠할까요?

  첫째 어떤 말에 어찌씨 그림씨는 넉넉한데, 이름씨만 모자라는 그런 말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참(진실)은 그 많은 이름씨는 한자말로 적어놓다 보니 한자말에 잡아먹혀 죽어 간 겁니다. 알록달록, 옥신각신, 불그죽죽 같은 말은 아무리 한자말이 잡아 먹을래도 잡아먹을 수 없어 못 잡아먹어 살아남은 말입니다.

  둘째 ‘우리말집(사전)에 올라있는 말 가운데 열에 일곱은 한자말이다.’

이거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느 사람들이 도무지 쓰지 않는 얼토당토않는 한자말을 잔뜩 올려놓고 정작 백성들이 널리 써서 올려놓아야 할 우리말은 엄청 많이 빼 먹었어요. 이 말들을 하나하나 챙겨 올려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사람들을 속이는 그릇된 말입니다.

 

  또 대중말(표준말)이라는 것을 잡을 때 ‘서울 중류 가정에서 쓰는 교양있는 말’->‘교양있는 사람들이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고 솥뚜껑으로 쥐 잡듯이 엉성하고도 어설프게 매겨놓고 고장마다 여러 사람이 널리 쓰는 말을 모두 ‘사투리’로 몰아서 내던져 버렸어요.

사투리란 말부터 업신여기는 말이고 고장마다 보듬어 온 아기자기한 멀쩡한 온갖 말을 한칼에 사투리로 몰아 내친 이 말들을 다 찾아 말집에 올림말로 써 살려내야겠지요. 

 

  이제 우리 백성들이 몇몇 웃대가리들이 제멋대로 저지른 갖은 잘못을 되돌아볼 만큼 깨어나고 힘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이런 일들을 하나씩 풀어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