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살구 글님 ] 초리야. 한가위는 잘 보냈니? 울산은 큰바람이 지나갔다는데 괜찮아? 더구나 넌 나랏일꾼이라 큰 하늘땅일이 있을 때마다 밤새워 일한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 디위에는 어떻게 지나갔나 싶어 걱정이 좀 됐어. 그렇지만 우린 서로 아무 새뜸 없는 게 좋은 새뜸이라 여기니 너한테 굳이 손말틀을 걸거나 하진 않았어. 이런 내 마음을 너라면 잘 알 거라 생각해. 이곳 푸른누리는 벌써 방바닥을 뜨끈하게 하고 산단다. 난 올해 한달에 이곳에 온 뒤로 '여기에 여름이 오긴 올까?'라고 늘 궁금했어. 날씨가 추워서 여섯달까지 겨울바지를 입고 살았다니까. 그러더니 갑자기 엄청나게 더워지더라. 여름이 오긴 오더라고. 그런데 여덟달이 끝나가면서 다시 밤낮으로 쌀쌀해지기 비롯했어. 장마가 끝나자마자 가을이 찾아온 느낌이었지. 푸른 잎으로 가득한 줄만 알았던 밤나무에도 어느덧 밤송이가 달리더니 금새 알이 굵어지지 뭐야. 알이 굵어지나 싶었는데 어느새 밤송이가 터지고 알밤이 두두둑 떨어지네. 아... 가을! 가을이 왔어. 난 콧구멍이 벌렁거릴 만큼 가을을 좋아해. 근데 푸른누리에 있으니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좋아지네. 이렇게 된 바에 난 모든 철을 다
[ 배달겨레소리 살구 글님 ] 보고 싶은 내 동무 초리에게. 내가 한글이름을 '살구'로 짓겠다 했을 때, 너도 한글이름이 갖고 싶다며 몇가지 들어 달라고 했지. 그 가운데서 네가 고른 건 '초리'였어. '가느다랗고 뾰족한 끝'을 가리키는 '초리'라는 말은 참말로 너에게 딱이었지. 남을 찌르는 말을 잘하는 너를, 벌써부터 네 아우는 '가시'라고 부른다고 했으니 얼마나 찰떡 같냐. 그 이름을, 나는 이제야 불러보는구나. 내가 이곳 푸른누리에 온지 어느새 여덟달이 지났어. 시골에서는 때가 천천히 흐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이리도 쏜 화살처럼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어. 앞으로 내가 이곳에서 무얼 하고 지내는지, 둘레 사람들에게 글월을 띄워볼까 싶어. 그 가운데 으뜸으로 생각난 사람이 바로 너란다. 우리가 같은 한배곳을 다니다가 일본에 바꿔배움이로 갔을 때, 참말로 많은 글월을 주고 받았는데, 그지? 집안사람들과 떨어져 처음으로 다른나라에서 혼자 지내던 그 때, 네가 보내는 글월은 나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었는지 몰라. 그렇다고 그때 외로웠다는 건 아니야. 혼자 있으니까 어찌나 신나고 좋던지! 얼른 이곳 나날살이를 이야기해 줄게. 한달부터 셋달까지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