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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즈믄 스물해 시월 열여드레 맑음 여름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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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글씀이 빛처럼 ]

 

 

두 즈믄 스물해 시월 열여드레 맑음 여름지이 나날적기(일기)

 

오늘은 마늘 심는 날. 어제는 밭에 돌을 골라내고 구멍 뚫린 비닐을 씌워 두둑을 마련(준비)했습니다. 오늘은 구멍에 하나씩 마늘을 심습니다. 왼손가락으로 땅에 구멍을 내고, 오른 손에 마늘을 쥐고, 뿌리가 나오는 부분이 밑으로 가고 싹이 나오는 부분이 위로 가게 마늘을 넣고 흙을 덮어주면 됩니다. 여러 번 하다 보니 길수가(요령이) 생기네요.

 

마늘쪽의 둥근 데를(부분을) 손가락으로 밀어 땅에 박으니 좀더 수월하네요. 왼손 둘째나 군데 손가락으(검지나 중지)로 구멍을 파는 것도 “ㄱ” 자 꼬챙이 같은 연장이(도구가) 있으면 편할 것 같은데, 이미 그런 연장이 저자(시중)에 나와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배달 겨레는(민족은) 워낙 애짓기 잘해서(창의적이어서) 이거 있어야(필요)하겠다 싶으면 누리집(인터넷) 뒤져보면 벌써 나와 있더라구요. 마늘 한쪽한쪽 마음(정성)껏 심다보니 어느덧 끝나버렸습니다. 여름지이(농사)는 걷(수확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씨를 뿌릴 때 정성을 들이는 마음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벼를 벱니다. 벨틀(기계)로 하니 베서 바로 자루(포대)에 담깁니다. 예전 같으면 벼를 베고, 말리고, 단을 묶고, 지게에 져나르고, 낱가리를 쌓고, 훌테에 훓고, 가마니에 담았다가 멍석을 펴서 말렸다가 다시 가마니에 담았다가 다시 말렸다가를 되풀이를반복을) 했지요. 어렸을 적 나락을 가마니에 담고 나르고 하는 것이 참 힘들었어요. 무거워서 그랬는지. 보리는 더 했지요. 꺼끄러워서.

 

오늘은 벨틀(기계)로 베서 트럭에 싣고 왔는데 자루가 1톤짜리입니다. 사람이 들지 못하고 지게차로 내려서 갑바 위에 펼쳐 널었습니다. 동무들과 함께 일하니 무거운 일도 금방 끝나버립니다. 금방 끝나니 그 무거운 것도 잠깐(잠시)여서 짐(부담)이 되지 않아 할 만한 일입니다.

우케 말리기 좋으라고 볕 좋은 날이 이어지네요. 헤헤

 

이제 남은 일은 텃씨(토종) 메주콩 거두는 일과 김장입니다. 한 이레쯤 지나 콩 잎이 지면 콩대를 꺾어 볕에 말렸다가 털(타작을 하)면 됩니다. 한달 남짓 남은 동안 김장 무, 배추 잘 보살펴서 십일월 보름께(중순)에 김장을 하면 됩니다. 김장이 끝나면 메주를 쒀서 볕에 말려야지요. 마지막으로 김장거리 뽑은 자리를 설엊어(정리해)서 갈잎(낙엽)과 똥거름을 넣고 밭을 갈고 겨울을 납니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갑니다. 봄에 씨뿌릴 날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씨앗을 뿌리고, 싹이 트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 맺고...... 겨울엔 잠을 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