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 빛박이 영주 ]
요즘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저도 9월 스무날에 땅콩 캐는 걸 처음으로 나날이 가을걷이를 하고 있습니다. 땅콩은 키가 자라지 않아 더 놔둬야 할 것 같았는데, 캐어보니 알이 꽉 차서 껍질이 얇은 걸 보면 좀 늦게 캔(수확한) 것 같았습니다. 두둑에 두더지 지나간 자국을 보니 두더지 때문에 땅콩이 튼튼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도 이만큼 내어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여름내 장마와 큰바람(태풍) 속에서도 잘 살아남아, 따서 볕에 잘 말려 두었던 붉은 고추도 닦아서 갈무리했구요.
한가위 무렵이면 톡톡 떨어지는 호두도 볕에 말렸다가 자루에 담아 무게도 재고 시렁(선반)에 올려놨습니다. 좀 더 한갓(한가해)지면 껍질을 깨서 음식 만들 때 쓰기 수월하게 마련할 생각입니다.
여름내 푸졌(풍성했)던 풋고추, 깻잎, 가지, 여주도 따서 장아찌를 담갔습니다.
호박과 가지는 썰어 볕에 말려 마른(건)나물로 마련을 했구요. 고구마 줄기와 잎도 말렸습니다. 겨울에 푸성귀 드물(귀할) 때 한 몫 할 것입니다.
작두콩과 여주는 차로 만들었습니다. 작두콩은 코앓이(비염)에 좋다고 하고, 여주는 당뇨병에 좋다고 합니다. 비염이나 당뇨병 있는 동무들과 나누려고 합니다.
바질은 페스토를 만들어 꺼내 먹기 쉽도록 작은 병에 담아 얼려 갈무리(냉동 보관)하고, 말려서 차도 만들었습니다.
고구마도 캤는데 밑이 잘 들지 않았습니다. 고구마 싹(순)이 남는다고 사이사이(중간중간)에 꽂아 넣었는데 이것이 불씨가(화근이) 된 것 같습니다. 고구마가 앉을 자리가 모자라(부족)다보니 잎만 우거지(무성하)고 밑은 잘 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캐는 일도 힘이 듭니다. 두둑을 잘 지어서 밑이 잘 든 고구마는 캐기도 수월합니다. 농사지은 지 다섯 해가 되었는데도 할 때마다 다르니 늘 배우게 됩니다.
흐음~ 들깨 내음(향기)! 들깨도 베어 널었다가 털었습니다. 한 알이라도 흘리지 않으려고 깔개를 넓게 깔고 맨 가운데 앉아 조심조심 털었습니다.
탄저병이 걸려 뽑아낸 고추 자리에는 시래기무, 갓, 근대, 쑥갓, 상추, 알타리무를 심었는데 잘 자라고 있습니다.
바질 거둔 자리에는 아욱을 심었습니다. 가을 아욱은 맛이 있어서 문 걸고 먹는다는데 얼마나 맛날지 기다려집니다. (기대가 됩니다.)
땅콩 거둔 자리에는 봄동, 겨울초, 시금치, 상추 등 겨우나기 남새(월동채소)를 심었습니다. 이듬해(내년) 초봄 귀하게 만날 놈들입니다. 날마다 돌볼 수 없어 고랑에 물호스를 대고 물을 듬뿍 주었더니 파랗게 올라온 봄동, 겨울초는 보기에도 흐뭇합니다. 이놈들 자라는 걸 보면 물을 많이 주어야겠구나 하고 알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