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11 설거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1 설거지 나는 밥을 짓습니다. 눌은 판을 불에 올립니다. 짝은 옆에서 무를 갈다가, 어느새 눌은 찌꺼기를 벗겨 놓습니다. 이밖에 다른 설거지를 옆에서 뚝딱뚝딱 하는군요. 집에서 큰일을 치르고 나면 개수대가 수북합니다. 언제 이 설거지를 다 하느냐 싶지만, 곁에서 거드는 손길이 있으니 하나둘 사라집니다. 국을 담던 나무그릇도, 지짐이를 올린 나무접시도, 술을 올리던 그릇도, 하나하나 비누 거품을 내고서 …
- 숲하루 글쓴이
- 2024-02-25 22:16
작게 삶으로 79 어린나무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79 어린나무는 《나무를 심는 사람》 장 지오노 마이클 매커디 판화 김경은 옮김 두레 1995.7.1. 되살림쓰레기를 내놓다가, 헌책을 묶은 꾸러미에 있는 《나무를 심는 사람》을 보았다. 아직 읽어 보지 않은 책이다. 책은 멀쩡하다. 고맙게 건사해서 읽어 보았다. 어느 날 어느 사람이 나무 한 그루를 심고는 오랜 나날을 돌보고 아낀다. 긴긴 나날이 흐른 끝에 푸르게 우거진 숲을 이룬다. 작은 책에…
- 숲하루 글쓴이
- 2024-02-25 22:15

우리말 10 언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0 언손 물꼭지에서 똑똑 떨어지던 물방울이 얼어붙습니다. 옆칸에서는 찬바람이 나옵니다. 한자리에 서서 나물을 만지면 손이 시리고, 무를 싸던 손바닥이 얼얼합니다. 호호 입김으로 손바닥을 녹이고 손등을 비비고 볼에 댑니다. 겨드랑에 손을 넣고 오금에도 찔러서 녹입니다. 차가운 손을 짝꿍 목덜미에 쑥 집어넣어 놀래킵니다. 어린 날에는 못에 낀 얼음을 깨고 말을 건졌어요. 눈밭에서 썰매를 타고 미끄럼발도 탔고…
- 숲하루 글쓴이
- 2024-02-13 21:37
작게 삶으로 78 나비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78 나비물 《아나스타시아 1》 볼라지미르 메그레 한병석 옮김 한글샘 2021.1.25. 《아나스타시아 1》를 읽는다. 열 자락 가운데 둘째와 여섯째를 먼저 읽었다. 이제 첫째를 읽어 본다. 《아나스타시아》는 우리가 잃어버린 길과 마음을 짚는다. 첫째, 우리는 꿈을 잃었고, 꿈을 잃었기에 숲을 잊어버리는데, 숲을 너무 오래 잊은 채 등지다 보니 숲을 나란히 잃었다. 둘째, 우리는 사랑을 잃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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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2-13 21:32

우리말 9 서툴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9 서툴다 조금만 바꿀 뿐인데 얼굴빛이 따뜻하게 보입니다. 아니, 마음을 바꾸면 얼굴빛도 매무새도 다르게 보입니다. 처음 하는 일은 누구나 서툴지만, 스스럼없이 하면 늘 새롭게 배우면서 씩씩합니다. 입술을 바르고 볼을 하얗게 발라야 예뻐 보이지 않습니다. 맨낯으로 해를 보고 바람을 쐬고 물로 씻을 적에 튼튼하면서 싱그러워요. 생각해 보면, 얼굴을 꾸미느라 품을 안 들이니, 마음을 가꾸는 일에 품을 들일 만…
- 숲하루 글쓴이
- 2024-02-12 22:12
작게 삶으로 77 삶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77 삶터 《생쥐와 고래》 윌리엄 스타이그 이상경 옮김 다산기획 1994.9.10. 며칠 앞서 《생쥐와 고래》를 장만했다. 아들이 어릴 적에는 무릎에 앉혀 놓고 그림책을 날마다 읽어 주었는데, 벌써 스무 해가 지난 일이다. 이제는 그림책을 들어줄 아이도 없지만 사서 읽는다. 짝한테 읽어 주고 나도 읽을 마음인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 《생쥐와 고래》를 보면, 처음에 생쥐 혼자 나온다. 뭍은 생쥐한…
- 숲하루 글쓴이
- 2024-02-12 22:08

우리말 8 새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8 새해 우리 집 다섯 사람 가운데 짝꿍하고 막내가 미르해에 태어났습니다. 2024년은 미르띠요, 미르 가운데 파란미르라고 합니다. 섣달그믐에도 새해첫날에도 새녘에서 해가 뜹니다. 묵은해를 보내면서 넙죽 절을 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납죽 절을 합니다. 지나간 일은 잠재우고서 새롭게 만나자고 두런두런 말을 나눕니다. 지난해에 못 이룬 다짐을 새해에는 천천히 풀어 보자고 생각합니다. 사흘을 못 넘기고 허물어…
- 숲하루 글쓴이
- 2024-02-02 21:06
작게 삶으로 076 집이라는 곳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76 집이라는 곳 《초원의 집 2 대초원의 작은집》 로라 잉걸스 와일더 글 가스 윌리엄스 그림 김석희 옮김 비룡소 2005.9.25. 《초원의 집 2》을 읽는다. 미시시피강이 꽁꽁 얼 적에 건너려고 추운 겨울에 집을 옮기는 이야기가 흐른다. 마차에 살림을 싣고서 간다. 마차에서 자고 풀밭에 옷을 말린다. 마차는 움직이는 집이다. 드디어 맞춤한 곳을 찾아내고서는, 너른들에 집을 작게 짓는다. 통나…
- 숲하루 글쓴이
- 2024-02-02 21:04

작게 삶으로 75 말이라는 빛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75 말이라는 빛 《인간과 말》 막스 피카르트 배수아 옮김 봄날의 책 2013.6.24. ‘언어’라는 한자말을 어떻게 풀어서 쓰면 좋을는지 헤아리다가 《인간과 말》을 펼친다. 열 달쯤 앞서 읽은 책인데, 다시 펼치니 책 귀퉁이를 접어놓은 자국이 꽤 많다. 말에는 몸이 없다.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풀면 듣거나 읽기에 좋다. 자칫 어렵기만 할 수 있는 길을 나긋나긋 풀어낸 책이 아닐까 싶다. 문득 생…
- 숲하루 글쓴이
- 2024-02-02 21:04

우리말 7 읽는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7 읽는다 아침마다 골마루 꽃밭을 읽습니다. “잘 잤냐?” 손으로 쓰다듬고 물을 뿌려요. 한해살이 풀꽃이 세 해 넘게 숨을 쉽니다. 눈빛과 손빛으로 돌봅니다. 오늘은 어쩐지 어깨가 아픕니다. 찌릿하더니 손끝부터 힘이 툭 떨어져요. 찌릿한 채 하루를 보냅니다. 어깨를 툭툭 털면서 책을 읽다가, 이 글을 쓴 분이 어떤 마음인가 하고 헤아립니다. 나라면 어떻게 글을 써 볼까 하고 생각합니다. 일을 쉴 적에 책을…
- 숲하루 글쓴이
- 2024-01-25 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