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15 나잇값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5 나잇값 열한 해 동안 하루도 가게일을 쉰 적이 없어요. 가게를 아주 닫고서 쉴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둘이 섬에 가고 싶습니다. 둘이 하늘을 날아 이웃나라로 마실하고 싶습니다. 나들이 가방을 한 벌 삽니다. 예전에도 나들이 가방을 산 적 있지만, 그무렵에는 몇 달을 드러눕는 바람에 끌지 못 했어요. 두 딸이 엄마집에 오면 저희 짐을 이 나들이 가방에 담아서 하나씩 갖고 갔어요. 새로 장만한 나들이 …
- 숲하루 글쓴이
- 2024-03-24 21:29
작게 삶으로 85 써주는 글보다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85 써주는 글보다는 《모독》 박완서 글 민병일 사진 학고재 1997.1.25. 《모독》은 2018년에 처음 장만했다. 그때 나는 일에 묶여 살았다. 일기도 쓰지 못했다. 집밖이며 나라밖이며 아무튼 바깥이 몹시 궁금할 때 장만했다. 박완서 님은 유럽과 아시아를 가리지 않고 찾아다닌 듯하다. 다 다른 곳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서 꽃을 피운 아름다운 이야기를 쓴다. 빼앗고 빼앗기며 싸우던 숱한 슬픔이 …
- 숲하루 글쓴이
- 2024-03-24 21:24

우리말 14 몽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4 몽돌 바닷가에 옵니다. 드넓은 모래밭을 걷습니다. 그물막 뒤켠으로 모래가 쌓여 작게 덩이를 이룹니다. 썰물로 바닥이 드러나자 몽돌 하나도 드러납니다. 밀물이 밀려오자 몽돌이 모서리만 남습니다. 하염없이 바닷물과 몽돌을 바라보는데, 이 몽돌이 꼭 사람처럼 달리다가 멈추다가 하는 듯합니다. 어릴 적 살던 멧골에는 돌이 참 많았습니다. 바위가 얇은 켜는 살짝 밟으면 부서지기도 했습니다. 돌이 푸스스 떨어지…
- 숲하루 글쓴이
- 2024-03-04 23:30
작게 삶으로 84 책을 보듯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84 책을 보듯이 《천재 유교수의 생활 4》 야마시타 카즈미 신현숙 옮김 학산문화사 1997.2.25. 《천재 유교수의 생활 4》은 아줌마와 학생과 애인과 노인과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길을 다룬다. 유교수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사람을 만나면서 생각을 얻는다. 달려가는 학생을 앞지르면서 ‘앞의 풍경’을 보는 기쁨을 얻고, ‘뜨거워진 손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앞에 펼쳐진 모습을 만나는 책읽기’를 하자고…
- 숲하루 글쓴이
- 2024-03-04 23:29

작게 삶으로 83 서로 들려주는 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83 서로 들려주는 말 《나무의 말이 들리나요?》 페터 볼레벤 장혜경 옮김 논장 2020.6.15. 《나무의 말이 들리나요?》는 숲이 집인 나무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흐른다. 숲에 몸을 숨기며 먹고사는 짐승과 벌레 이야기가 나온다. 나무가 뿌리내린 바닥에서 버섯이 하는 일을 다루고, 나무에 깃드는 새 이야기를 두루 다룬다. 짐승과 새도 말을 하고 짝을 찾는다. 사람들은 새가 하는 말을 울음으로 여긴…
- 숲하루 글쓴이
- 2024-03-04 23:29

작게 삶으로 82 글쓰기 길잡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82 글쓰기 길잡이 《우리말꽃》 최종규 곳간 2024.1.31. 《우리말꽃》을 펼친다. 겉 종이에 '꽃' 글씨 하나가 꽉 찼다. 눈에 확 띄게 썼을까. 궁금해서 얼른 여는꽃을 읽는다. 글쓴이는 책이름처럼 ‘여는말’이 아닌 ‘여는꽃’이라는 이름을 새로 지었다. 이 ‘여는꽃’을 읽으니, 글쓴이가 걸어온 길이 죽 흐른다. 어릴 적에 인천 바닷가에서 놀며 들은 말에,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추스르면서 이웃…
- 숲하루 글쓴이
- 2024-03-04 23:19

우리말 13 늦겨울 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글님 ] 우리말 13 늦겨울 비 봄을 몰고 오는 비입니다. 어제 봄맞이(입춘)였습니다. 아침에 내리는 이 비는 봄을 그리는 비이면서 겨울을 보내는 비입니다. 늦겨울비이고, 이른봄비입니다. 구름이 아침해를 가려 어둡고 찌뿌둥합니다. 내내 이불을 뒤집어쓴 채 쉬고 싶은 날입니다. 늦잠꾸러기이고 싶습니다. 찬비는 흙을 흔들어 풀을 깨우고 나무를 깨우고 꽃망울을 깨웁니다. 장대비처럼 세차지 않아요. 가랑비처럼 부슬부슬 내립니다. …
- 숲하루 글쓴이
- 2024-03-04 23:19
작게 삶으로 81 떠난 사람을 헤아리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81 떠난 사람을 헤아리기 《애도일기》 롤랑 바르트 김진영 옮김 걷는나무 2012.12.10. 나는 어릴 적에는 걸핏하면 울었다. 그렇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에도, 사흘 뒤에 무덤에 들어갈 때도, 나는 엄마처럼 오빠처럼 소리내어 울지도 않았다. 마음은 슬프나 눈물이 맺히기만 했다. 아파서 누운 아버지를 보니 차라리 잘 가신다고 생각했다. 세 해 동안 아버지 생각이 날마다 났다. 《애도일기》를 여…
- 숲하루 글쓴이
- 2024-03-04 23:18

우리말 12 겨울나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글님 ] 우리말 12 겨울나기 겨울을 앞두면, 우리 어머니는 으레 빨간김치 하얀김치를 독에 담습니다. 처마 밑에는 무잎과 배춧잎을 널어서 시래기로 말려요. 아버지는 여름에 나무를 베어 말려요. 톱으로도 도끼로도 땔나무를 쪼개요. 멧골짝 겨울은 더 일찍 오고 더 춥습니다. 어릴 적에는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엄마아빠가 장작을 피워서 밥을 짓고 물을 데우고 소죽을 끓이고 메주를 쑤고 조청을 고고 두부를 찌고 팥죽을 끓이고 호밤벅…
- 숲하루 글쓴이
- 2024-02-25 22:24
작게 삶으로 80 고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80 고비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출판 2018.10.5. 《아침의 피아노》를 여섯 달 앞서 처음 읽을 적에는 깜짝 놀랐다. 글쓴이는 롤랑 바르트가 쓴 《애도일기》를 옮겼는데 두 책이 비슷한 글감이다. 《애도일기》는 옮긴 말씨가 썩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의 피아노》는 좀 다르다. 죽은 어머니를 슬퍼하는 옮김책은 슬프고 슬프다는 말만 헛되이 맴도는 알맹이 없는 멧울림으로 읽었다면, 《…
- 숲하루 글쓴이
- 2024-02-25 2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