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22 개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22 개다 내 몸에 물이 넘칩니다. 콧물로 흘러나와요. 흥하고 코를 풉니다. 코가 시원하게 뚫립니다. 구름이 무거워 웁니다. 작은 물방울로 잎을 적시고 바닷소리를 온땅과 풀잎이 들어요. 하늘을 씻어요. 숲을 씻고 바람을 씻어요. 비스듬히 또는 곧게 내린 빗줄기가 빗자루로 되어 골짜기를 쓸고, 내 눈빛에 스며 핏줄기를 씻어냅니다. 하늘이 눈을 뜹니다. 하늘이 비를 걷고 구름을 걷습니다. 목련이 활짝 펼친 잎…
- 숲하루 글쓴이
- 2024-08-15 21:38
밥꽃마음 1 누런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밥꽃마음 1 누런쌀 논에서 네 손으로 바심한 볍씨 집에서 네 손으로 볍씨를 벗겨 감나무 자루로 들어가는 왕겨 씨눈이 붙어 밝은 누런쌀 담지 누런쌀 겨를 벗길수록 하얀쌀 깎은 쌀겨 쌀눈 가루는 등겨 얼굴에 붙이고 찌개는 걸죽해 소가 먹는 밥이기도 하지 나 오면 흰쌀 두 줌 누런쌀 한 줌 네 혼자 있을 때는 누런쌀 석 줌 꼭꼭 씹어 천천히 먹는 하루 딱딱 턱소리 나도록 오래 씹지 뽀얗게 기름진 흰밥이고 푸스스하고 거…
- 숲하루 글쓴이
- 2024-07-05 21:56
우리말 21 쿵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21 쿵 둘이 나들이 갑니다. 짝은 바퀴 달린 가방을 처음 끈다면서 싱글벙글합니다. 마녘으로 네 시간을 차를 몰아요. 짐을 풀고 가자지만 한 군데 돌자고 했어요. 갯벌에 깨금발로 들어가 물신을 신고 건지는 감태를 보는데 짝은 내리지 않아요. 볼 것 없다고 퉁명스럽게 말해요. 섬에 오기로 하고 섬에서 방을 얻기로 했는데 혼자서 덜컹 먼 곳에 방을 잡았어요. 어디를 가더라도 하루 두 시간을 길에서 보내야만 해…
- 숲하루 글쓴이
- 2024-07-05 21:54
우리말 20 만나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20 만나다 해남에 있는 대흥절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는 어느 이름난 분 글씨가 걸렸습니다. 얼마나 오랜 나날을 이어온 글씨인지 새삼스럽습니다. 이 글씨를 보려고 숱한 사람이 이곳까지 드나들었을 발자취를 더듬습니다. 글씨에는 글로 담은 사람 손길이 있습니다. 뭘 사고서 슥슥 적는 글씨에도, 종이에 붓으로 남기는 글씨에도, 이렇게 절집에 거는 글씨에도, 모두 손으로 스치는 마음이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글…
- 숲하루 글쓴이
- 2024-06-27 23:51
우리말 19 허탕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9 허탕 뭔가 빠진 듯한 하루하루가 흐른다. 비가 오는 날 자동차를 씻었다고 하면 뒷불을 갈아 주기로 한 곳이 있는데, 어쩐지 헛걸음만 했다. 하루도 아닌 이틀째 헛길이다. 손수 뒷불을 갈지 못 하니 어쩌지 못 한다. 잔뜩 불을 내 본들 나 혼자 괴롭다. 좀 걸어 보자고 생각하면서 냇길을 따라서 천천히 마을책집으로 간다. 처음 닿은 곳은 안 열었다. 그러네 하고 두리번하다가 다른 책집으로 간다. 아기를 …
- 숲하루 글쓴이
- 2024-05-25 12:00
우리말 18 날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글님 ] 우리말 18 날개 다리밑에 줄지은 비둘기를 보았습니다. 벼랑에서 바위를 타는 염소가 이 같은 모습일까 싶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라면 비둘기가 아슬아슬하게 다리밑 틈바구니에 깃들지 않습니다. 나뭇가지에 앉는 비둘기라면 가만가만 노래하다가 훌쩍 날아서 다른 나무에 앉고, 하늘을 부드러이 가로지릅니다. 대구는 서울보다 작아도, 비둘기한테 그리 살갑지 않습니다. 서울도 비둘기한테는 사근사근하지 않겠지요. 나무도 숲도…
- 숲하루 글쓴이
- 2024-05-08 20:44
작게 삶으로 87 씨앗에서 삶으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87 씨앗에서 삶으로 《씨앗철학》 변현단 들녘 2020.3.13. 뒷산을 내려오다가 나팔꽃씨를 네 알 따서 주머니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 창가 흙에 바로 놓았다. 흙을 살살 뿌려서 씨앗을 덮었다. 앞으로 나팔꽃씨는 어떻게 자랄는지 궁금하다. 싹이 트는 모습부터 지켜보고 싶다. 《씨앗철학》을 읽었다. 이 책은 뿌리기, 자람기, 맺기, 이렇게 세 갈래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올봄 개구리가 깨어나던 …
- 숲하루 글쓴이
- 2024-05-08 20:44

우리말 17 잎망울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7 잎망울 매화나무 한 그루에 꽃이 활짝 핍니다. 가지 끝에는 잎망울이 알알이 맺힙니다. 활짝 핀 꽃에는 벌이 바쁩니다. 잎망울은 먼저 피어난 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벌이 일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깨어나려고 합니다. 산수유도 잎망울이 벌어져요. 나무는 추울 적에 가지 끝으로 움틔워요. 잘린 가지에 걸터앉습니다. 눈을 감아요. 꽃내음이 향긋이 실려옵니다. 가라앉은 마음이 붕 떠오릅니다. 머리맡에 …
- 숲하루 글쓴이
- 2024-04-20 19:41
우리말 16 일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6 일손 가게를 접습니다. 들인 살림을 몽땅 빼야 해요. 낱낱을 헤아려 덩어리로 묶고 적어 둡니다. 어떤 곳은 내가 미리 찍고 꾸러미에 담습니다. 이 꾸러미를 돌려받아 하나씩 뜯으면 종이에 적힌 대로 보는 셈입니다. 살림을 빼면서 돈이 맞는지 서로 맞추어요. 들일 적에도 하나하나 찍고, 나갈 때도 하나하나 찍습니다. 들어올 적에는 들이는 사람이 밑일을 합니다. 닫을 적에는 내가 밑일을 합니다. 오는 곳마…
- 숲하루 글쓴이
- 2024-03-28 11:36
작게 삶으로 86 입만 아팠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86 입만 아팠다 《천재 유교수의 생활 5》 아마시타 카즈미 소년 매거진 찬스 옮김 학산문화사 1997.3.15. 《천재 유 교수의 생활 5》을 새해 첫날에 펼쳤다가 덮고서 다시 펼친다. 유교수는 딱히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늘 마음을 열고서 생각을 펼친다. 스스로 곰곰 생각하고 스스로 눈을 뜨고 알아가는 그림을 보여주는데 대단한 끌린다. 가끔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답답할 …
- 숲하루 글쓴이
- 2024-03-28 11: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