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넋 곁말 81 새책 책을 조용히 즐기는 길을 가리라 생각하면서 살다가 서른 살을 앞두고 손수 쓴 책을 처음으로 내놓습니다. ‘손수 쓴 꾸러미’는 제법 많습니다만, 따로 책집에 안 넣었어요. 열 해 남짓 혼책(독립출판물)을 즈믄(1000) 가지 즈음 엮어서 둘레에 나누기만 할 뿐 ‘값을 붙인 새책’에는 마음이 없었어요. 2004년에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선보였는데, 몇 해 동안 여러 펴냄터에서 책을 내자고 다가온 말을 다 뿌리치고서 숲책(생태환경책)을 여미는 작은 펴냄터를 살펴서 내놓았어요. 책을 내며 글삯을 안 받았어요. 되레 책을 잔뜩 사서 나라 곳곳 책집지기님한테 하나씩 건네었어요. 어제를 읽는 헌책은 모레로 가는 새책인 줄 배웠으니, 더 신나게 배우려는 마음이었습니다. 우리 낱말책을 펴면 ‘신간·신서·근간’ 같은 한자말은 버젓이 싣되, ‘새책’처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넋 곁말 80 뜻글 한글은 ‘소리글’이라고 하고, 온누리 모든 소리를 담아낼 수 있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글·그림·그리다·그릇’은 뜻이 맞물립니다. ‘말·마음·맑다·마을’도 뜻이 맞물려요. 소리는 같되 뜻이 다른 ‘눈(보는눈)·눈(눈송이)·눈(잎눈·꽃눈)’이 있고, ‘배(배꼽)·배(배나무)·배(거룻배)’가 있어요. 이밖에도 소리는 같으면서 뜻이 다른 ‘쓰다·차다·거르다·바르다·고르다’ 같은 낱말이 수두룩합니다. 우리나라 한글이 소리글이기만 하다면 “소리는 같되 뜻이 다른 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한글은 소리글이면서 뜻글이라고 느낍니다. ‘ㅏ’하고 ‘ㅓ’도, ‘ㅣ’하고 ‘ㅡ’하고 ‘·’도 소리일 뿐 아니라 뜻이 깃들어요. ‘하늘·한·해·함께·하얗다·하나’도 소리일 뿐 아니라 뜻입니다. 한글은 ‘뜻소리글(뜻글 + 소리글)’이라 해야 올바르리라 봅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넋 곁말 79 노래그림꽃 저는 어릴 적부터 여러 가지 바보였습니다. 이른바 ‘가락바보·노래바보·소리바보’였어요. 요즈음에는 이 바보굴레를 얼마나 씻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락을 못 맞추고 노래가 엉성하고 소리를 못 가누곤 했어요. 하도 바보스럽다고 놀림을 받기에 사람들 앞에서는 입을 벙긋하지 못 하기 일쑤였지만, 남몰래 가락을 익히고 노래를 가다듬고 소리에 귀기울이며 살았어요. 혼자서 살아갈 적에는 바보스러움을 꽁꽁 숨기기 쉬웠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더 숨길 수 없어요. 둘레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아이들한테 노래를 들려주고 함께 춤춥니다. “이봐, 이녁 아이들이 자네 가락바보·노래바보를 배우겠어!” 하고 끌탕하는 사람이 제법 있는데, “사랑스럽네요. 어버이가 노래를 못 불러도 아이들은 노래를 잘 부르기도 하더군요.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즐겁게 노래하는 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넋 곁말 78 포근뜰 남녘에서는 ‘뜰’만 맞춤길에 맞다고 여기고, 북녘에서는 ‘뜨락’만 맞춤길에 맞다고 여깁니다. 우리는 ‘뜰·뜨락’을 나란히 우리말로 사랑하면서 돌볼 적에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집 곁에 가볍게 ‘뜸(틈)’을 두어 풀꽃나무를 가꾸는 자리가 ‘뜰·뜨락’이에요. 처음은 수수하게 뜰이거나 뜨락입니다. 어느새 꽃뜰·꽃뜨락으로 피어납니다. 이윽고 들꽃뜰·뜰꽃뜨락으로 자라나더니, 바야흐로 풀꽃뜰·풀꽃뜨락을 이룹니다. 누구나 푸른뜰을 누릴 적에 삶이 빛날 테지요. 저마다 푸른뜨락에서 햇볕을 머금고 바람을 마시고 빗방울하고 춤출 적에 하루가 신날 테고요. 우리 삶터가 포근뜰이라면 서로 아끼는 눈빛이 짙다는 뜻입니다. 우리 터전이 포근뜨락이라면 스스로 사랑하면서 부드러이 어울린다는 소리입니다. 풀씨는 흙 한 줌이면 푸릇푸릇 깃들어요. 꽃씨도 흙 한 줌이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74 더듬꽃 모든 사람은 다릅니다. 똑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흔히 ‘여느(보통·평범·일반)’ 같은 낱말을 앞세우곤 하지만, ‘여느사람’조차 모두 달라요. “똑같은 ‘여느사람(보통이거나 평범한 사람·일반인)은 없”습니다. 누구나 다 다른 줄 제대로 알아차리는 눈에 알아보는 넋이라면, 구태여 ‘장애·비장애’ 같은 한자말을 안 끌어들이리라 봅니다. ‘장애·비장애’ 같은 한자말을 내세우면 내세울수록 되레 더 갈라치기로 기울면서 남남 사이로 쪼개진다고 느껴요. 웃으니까 ‘웃다’라 하고, 우니까 ‘울다’라 합니다. 다리를 저니까 ‘절다’라 하거, 눈이 하나이니까 ‘외눈’이라 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쉽게 말을 더듬었으니 ‘더듬이’ 같은 말을 들었는데, 풀벌레한테 난 ‘더듬이’를 떠올리면서, 또 영어 ‘안테나’가 우리말로는 ‘더듬이’이니,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73 돌이나라 사내란 몸을 입고 태어나기에 잘나지 않고, 가시내란 몸으로 태어나서 잘나지 않습니다. 가시내는 가시내라는 숨결이고, 사내는 사내라는 숨빛입니다. 겉몸은 순이랑 돌이로 다를 뿐, 돌이하고 순이는 두 마음을 고루 품으면서 한 가지 몸으로 삶을 누리고 살림을 지으며 사랑을 나눕니다. 힘이 좋은 쪽이 있고, 어질면서 슬기로운 쪽이 있습니다. 참하면서 착한 쪽이 있고, 고우면서 상냥한 쪽이 있습니다. 둘은 저마다 다른 넋이면서, 사람이라는 길로는 나란한 빛입니다. 오늘날 배움터에서 가르치는 발자취(역사)를 놓고 본다면 적잖은 나날을 ‘꼰대짓(가부장제)’으로 보냈습니다. 우두머리(지도자·왕·대표)가 서는 나라에서는 언제나 고리타분한 틀에 갇혔어요. 이 우두머리는 으레 사내였고, 사내들은 끼리끼리 감투를 쓰며 곰팡내를 풍기는 수렁에 잠기면서 싸움질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72 긴낮 어릴 적에 어머니는 상냥하면서 어진 길잡이(교사)였습니다. 요새는 배움터 길잡이(학교 교사)가 어린이를 마구 때리거나 괴롭히는 짓이 사라졌다지만, 지난날에는 배움터에서 길잡이한테 뭘 물어볼 수 없었어요. 아주 무섭고 사나웠거든요. 어머니한테 여쭈면 “얘, 너희 학교 선생님들은 안 가르쳐 주니? 왜 늘 엄마한테만 묻니?” 하시지요. “몽둥이를 들고 노려보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물어봐요. 모르면 모른다고 때리는걸요.” “아유, 할 수 없지. 그래서 뭐?” 어느 날은 “‘하지’하고 ‘동지’가 뭐예요?“ 하고 여쭙니다. “하지랑 동지? 학교는 그런 절기도 안 가르치니?” “아직 책(교과서)에 안 나오는걸요.” “여름에 낮이 가장 길어서 ‘하지’이고, 겨울에 밤이 가장 길어서 ‘동지’야. 그러니까 긴낮이 하지이고, 긴밤이 동지이지.” “아, 그런 한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71 글눈 가난하거나 못 배운 사람을 나무라거나 깎아내리거나 비아냥대거나 놀리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난한 탓에 누가 돈을 조금 쥐어 주면 헤벌레 넋이 나간다고 지청구를 하는데, 돈이 많은 이들은 돈냄새를 맡고서 쉽게 휘둘리는 터라 사람빛이 없다고 지청구를 할 만할 텐데요? 못 배운 탓에 누가 옆에서 무어라 쑤석거리면 쉽게 춤춘다고 꾸짖는데, 많이 배운 터라 슬슬 빌붙을 뿐 아니라 얄궂게 구멍을 내어 빠져나가거나 뒷짓을 일삼기 일쑤 아닐까요? 가난해서 나쁘거나 가멸차서 나쁘지 않습니다. 못 배워서 모자라거나 많이 배워서 모자라지 않습니다. 언제나 마음에 따라 다를 뿐입니다. 가난하거나 못 배웠어도 마음을 곧게 세운 사람은 한결같이 푸르고 아름다워요. 가멸차거나 많이 배웠어도 마음을 시커멓게 먹은 사람은 노상 지저분하고 사납지요. 우리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말빛 곁말 70 바다빗질 어릴 적 살던 인천에서는 바닷가를 보기가 만만하지 않았어요. 쇠가시울타리가 높고 길게 뻗었거든요. 개구멍을 내어 드나들었고, 가까운 영종섬으로 배를 타고 갔습니다. 뻘바다는 모래밭이 적으니 먼곳에서 물결에 쓸려온 살림을 구경하는 일은 드뭅니다. 모래밭이 넓은 곳에서는 물결 따라 쓸린 살림이 많아요. 때로는 빈병이, 조개껍데기가, 돌이, 쓰레기가 쓸려옵니다. 어느 나라부터 물결을 타고 머나먼 길을 흘렀을까요. 우리나라부터 흘러갈 살림이나 쓰레기는 어느 이웃나라 바닷가까지 나들이를 갈까요. 바닷가 사람들은 으레 줍습니다. 살림이라면 되살리도록 줍고, 쓰레기라면 치우려고 줍습니다. ‘해변정화’ 같은 어려운 말은 몰라도 바닷가를 빗질을 하듯 찬찬히 거닐면서 물결노래를 듣는 하루를 건사합니다. 머리카락을 가만가만 빗질을 하며 가지런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69 멧채 멧자락에 호젓하게 살림칸을 마련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글우글 모이기를 꺼리고, 북새통을 이루는 커다란 고을보다는 풀꽃나무하고 동무하면서 새랑 숲짐승하고 이웃하려는 매무새로 보금자리를 가꾸려는 마음입니다. 작게 세우는 ‘멧집’에는 멧짐승이 슬몃슬몃 찾아와서 기웃기웃하겠지요. 멧길을 오르내리다가 다리를 쉬고 숨을 돌리는 조그마한 칸이 있습니다. 멧자락에서라면 바위에 걸터앉아도 즐겁고, 그저 흙바닥에 벌렁 드러누워도 홀가분합니다. 다만 조금 더 느긋이 머물면서 몸을 달랠 만한 바깥채를 조촐히 꾸려놓는 ‘멧터’이자 ‘멧쉼터’입니다. 우리가 저마다 ‘멧채’를 일구면서 조용히 살아간다면 푸른별은 매우 아늑하면서 따사로울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알맞게 떨어져서 멧살림을 한다면, 부질없는 총칼(전쟁무기)을 만들 까닭이 없고,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