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젬것 꽃을 처음으로 따먹은 때를 돌아봅니다. 어릴 적부터 새로 핀 꽃을 보면 달콤하리라 여기며 문득 따서 살짝 씹곤 했습니다. 달달한 꽃이 많지만 되세 신 꽃도 제법 있습니다. 먹을거리가 적어 꽃을 먹자고 여기기도 했고, 그저 꽃아이로 놀았다고 할 만합니다. 들꽃이건 집꽃이건 아름다이 바라보며 고이 아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나쁠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꽃이 피는 푸나무를 돌보는 사람은 사나운 짓을 안 하리라 여겼어요. 질경이나 토끼풀이나 괭이밥이라 하더라도 이 들꽃을 안 알아보며 마구 밟거나 그냥 짓이긴다면 놈팡이나 엉터리라고 여겼습니다. 입으로는 훌륭해 보이는 말을 읊으면서 막상 풀꽃나무를 함부로 다룬다면 호로놈일 뿐이거나 허튼놈이 눈가림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푸르게 숨쉬는 바탕은 숲입니다. 숲빛을 잊기에 젬것이요, 숲결을 잃기에 우스꽝스럽고, 숲내음을 등지기에 몹쓸것이고, 숲바람을 안 마신다면 야살떼로 뒹굴지 싶어요. 책은 덜 읽어도 좋으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쿡 자그마한 소리도 잘 듣는 사람이 있으나, 커다란 소리마저 잘 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저 귀가 먹은 탓일 수 있지만, 마음을 안 연 탓도 크다고 여겨요. 또박또박 말을 하건 반듯반듯 글을 쓰건, 마음을 닫은 사람은 줄거리뿐 아니라 속빛을 손사래치거든요.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을 적으려고 늘 붓종이를 챙깁니다. 그래요, 붓종이입니다. 굳이 ‘필기구’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은 안 쓰고 싶습니다. 적잖은 분은 익숙한 대로 저절로 말을 하겠으나, 저로서는 안 익숙하더라도 문득문득 생각을 추슬러서 삶을 새롭게 바라보며 가꿀 만한 말씨를 살리려고 해요. 생각을 글로 담는 살림이니 붓입니다. 붓을 닮았다고 여겨 붓꽃입니다. 붓을 놀려 글씨가 태어나듯, 북돋우며 풀포기가 살고, 북을 치며 가슴을 쩌렁쩌렁 울리는 가락을 지핍니다. 쑤석거리는 말이라면 듣기 거북할 텐데, 추근거리거나 지분대는 말도 듣기에 싫어요. 치켜세우거나 바람넣는 말도 성가십니다. 가슴을 콕…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멀뚱멀뚱 우리가 입으로 터뜨리는 말은 마음에서 솟습니다. 즐겁거나 슬픈 모든 기운이 삶이라는 길을 거쳐 마음으로 자리잡고, 앞으로 이루거나 일구려는 뜻에 따라서 새롭게 이야기를 얹어서, 가만히 소리를 입고서 흘러나옵니다. 무뚝뚝하구나 싶은 목소리도, 아무렇게나 읊는 듯한 말도, 딱딱하다고 느낄 얘기도, 언제나 우리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우리한테 마음이 없다면 마치 시늉처럼 뇌까리는 말이 나올 텐데, 그냥그냥 내뱉는 말이라면 멀뚱멀뚱 듣다가 잊어버릴 만합니다. 마음이 흐르기에 따사로운 말이라면, 마음이 없기에 차가운 말이에요. 마음을 담기에 얼핏 꼰대스러워 보여도 너그러운 말이고, 마음을 안 담기에 숨막힐 뿐 아니라 틀박이처럼 되풀이하는 말입니다. 아이가 눈을 반짝이면서 어른한테 여쭈듯, 어른도 아이 곁에서 눈을 반짝이며 한마디를 나긋나긋 들려준다면 함께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주절주절 늘어놓기보다는 생각을 추슬러서 펼쳐요. 남을 흉내내며 가라사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 살려쓰기 다듬읽기 4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장명숙 김영사 2021.8.18.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장명숙, 김영사, 2021)를 이태 앞서 마을책집에서 읽다가 내려놓았습니다. 올해에 문득 장만해서 찬찬히 읽고서 덮었습니다. 짧지 않은 나날 씩씩하게 걸어온 길을 갈무리했다기보다는, 어쩐지 글치레가 잦습니다. 옷이 멋부림 아닌 옷살림이라면, 글도 글꾸밈 아닌 글살림으로 바라볼 노릇입니다. 글 한 줄에는 이제껏 얻거나 누리거나 쥔 이름값이 아닌, 민낯과 맨발과 속빛을 얹을 적에 이야기로 피어납니다. 옷살림에서는 손꼽히실 수 있고, 젊은이를 가르치실 수 있으나, 굳이 글쓰기까지 넘보려 한다면, 부디 일곱 살 어린이 눈길로 돌아가서 ‘새내기 할머니’로서 글씨·말씨를 추스르시기를 바라요. 햇빛은 반짝이고 삶은 대단합니다. 해는 눈부시고 오늘은 빛납니다. 옷을 차려입기에 사람이 빛나지 않습니다. 꾸밈말이나 치레말을 끌어들일수록 오히려 글이 시들시들합니다. 새길을 찾는 마음이라면, 우리말부터 새로 배우는 눈길을 틔우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3백여 쪽의 책을 쓰면서 → 3백쪽 즈음 책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 살려쓰기 다듬읽기 3 《체벌 거부 선언》 아수나로 엮음 교육공동체벗 2019.5.5. 《체벌 거부 선언》(아수나로 엮음, 교육공동체벗, 2019)을 읽었습니다. 뜻있게 엮은 책이라고 보면서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체벌’이란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되물으며 헤아리지는 못 하는구나 싶고, ‘거부’나 ‘선언’은 또 무엇인지 찬찬히 새기지 않았구나 싶어요. ‘체벌·거부·선언’ 세 낱말 모두 우리말 아닌 ‘일본 제국주의·군국주의 한자말’입니다. 매질이나 주먹질을 거스르거나 손사래치겠다고 외치거나 밝히겠다면, 우리 삶터에 스미거나 깃든 모든 굴레하고 멍울부터 씻고 털어낼 노릇입니다. 이 작은 낱말 하나에까지 총칼(군사·독재주의) 기운이 흘러요. 이런 일본 한자말을 떨쳐내지 못하거나 않는다면, ‘아무렇지 않게 쓴 작은 말씨 하나’가 말주먹(언어폭력)이 되는 얼거리를 못 읽고 안 느낄 테지요. 모든 열매는 암꽃하고 수꽃이 만나야 씨앗을 맺고 영글어서 얻습니다. 순이돌이가 어깨동무를 사랑으로 하면서 살림길을 새롭게 짓는 보금자리를 찾아야 비로소 삶입니다. ㅅㄴㄹ 아이들의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 아이들이 매달려도 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4 삶터 우리 삶터를 돌아보면 어수룩하거나 모자란 대목을 어렵잖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날하고 견줄 수 없이 나아지거나 발돋움한 대목도 참 쉽게 찾아볼 만해요. 어느 모로 보면 아직 아쉽지만, 어느 모로 보면 앞으로 새로운 길을 열 만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가만히 생각을 기울여 봅니다. 우리가 즐겁게 나아갈 길이란 언제나 기쁨으로 새로 짓는 길이라고. 우리가 아름답게 걸어갈 길이란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웃음꽃을 터뜨리는 길이라고. 저는 으레 말을 새로 짓습니다. 그러나 아예 없던 말을 감쪽같이 지어내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을 이리 엮거나 저리 맞추면서 새로 지어요. 아주 낯선 새말은 짓지 못하고, 수수하거나 쉬운 말을 새로 짓습니다. 제가 짓는 말은 제가 처음으로 짓기도 하지만, 둘레에서 예전에 일찌감치 지어서 더러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하고 이웃님하고 무엇이 다른가 하면, 저는 제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밤놀이옷 큰고장(도시)에서 살 적에는 밤모임에 곧잘 나갔습니다. 아침·낮·저녁에는 다들 밥벌이를 하느라 바쁘니, 밤이어야 비로소 짬을 낼 수 있는 이웃이 많습니다. 시골에서 살며 밤빛모임은 아예 안 합니다. 시골사람은 별빛이 돋을 즈음 꿈나라로 가기도 하고, 저부터 보금숲에서 별바라기를 하면서 포근히 꿈누리에서 쉬려 합니다. 밤마실을 안 하니 밤마실옷이건 밤놀이옷이건 여태 입은 적도 장만한 일도 없습니다. 누가 밤빛을 누리는 별모임을 연다면 그분더러 “‘별밤옷’을 입으시겠군요.”라든지 “별마실옷’을 차리시겠어요.” 하고 말할 뿐입니다. 말을 어렵게 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스스로 아직 모르니까 빙빙 돌리거나 갖은 먹물말(학술용어)을 주워섬겨요. 환하게 안다면 환하게 알아듣도록 가장 쉬운 말씨랑 낱말을 골라서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글을 쓰고 말을 폅니다. 풀꽃하고 동무를 하면 풀꽃말을 쓰지요. 나무하고 이웃하면 나무말을 들려줘요. 별님하고 사귀면 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바른앉기 몸을 반듯하게 펴자고 생각하면서 움직이면, 참말로 몸은 반듯반듯 움직입니다. 반듯앉기는 반듯마음을 따라서 피어납니다. 바른앉기는 온몸을 곧게 펴면서 팔다리를 마음껏 뻗으려고 나아가는 첫길이지 싶습니다. 어릴 적에 한가위나 설이면 작은아버지가 우리 집으로 찾아옵니다. 작은아버지 세 분은 바른앉기를 못 합니다. 무릎꿇기도 못 하시더군요. 몸이 뻣뻣하니까 못 할 텐데, 어느 결로 굳어버렸다는 뜻이요, 이처럼 딱딱한 틀을 풀어내려고 스스로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 살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팔다리를 쓰고 손발을 놀리면서 흙을 만지거나 바람을 마시거나 볕을 쬐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반듯앉기가 수월합니다. 고요히 앉아서 쉬다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겠지요. 몸놀림이란 삶놀림이요, 사랑살림이자 숲살림하고 맞닿는다고 느껴요. 스스로 건사하는 대로 흐르고, 스스로 깃드는 곳에서 자라요. 높거나 낮은 자리를 따지면 고달프게 마련이고, 들거나 있을 숨결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바늘돌 칼을 쥐고 싶다면 부엌에 설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싸움칼로 가르거나 베는 짓은 바보요, 무를 썰고 마늘를 다지고 당근을 토막내고 감자를 치는 손길은 아름답다고 봅니다. 숱한 사내들은 참 오래도록 싸움을 벌입니다. 거머쥐려고 싸우고, 빼앗으려고 싸우며, 지킨다면서 싸웁니다. 싸움칼을 쥔 하루라면 늘 싸움을 마음에 담습니다. 짬을 내어 부엌칼을 쥔다면 살림길에 마음을 기울여요. 한가위나 설에 달빛을 바라보는 분이 많은데, 달이 무엇인지 찬찬히 짚는 넋이라면, 달빛 사이로 얼핏설핏 드러나는 작은 별빛을 눈여겨보리라 생각해요. 푸른별은 해님을 비롯한 별빛이 스미는 사이에서 포근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별빛으로 마주하기에 사랑스러워요. 흐르는 틈을 헤아리다가 바늘돌을 문득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모든 소리가 한칼에 사라지면서 고요한 꿈나라로 곧장 날아가곤 합니다. 한곳에 마음을 쏟으면 소리도 모습도 불현듯 걷혀요. 자그마한 돌멩이를 손바닥에 얹어서 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 살려쓰기 다듬읽기 2 《소금》 강경애 민음사 2019.10.18. 《소금》(강경애, 민음사, 2019)을 읽었습니다. 낱말이 하나하나 살아서 숨쉬는 글결을 새록새록 돌아봅니다. 요새는 이만큼 글을 쓰거나 이렇게 글빛을 여미는 사람이 드뭅니다. 어쩌면 아주 사라졌을는지 모릅니다. 늘 쓰는 우리말이라지만 정작 ‘우리 마음을 담는 말’이 아닌 ‘우리를 억누리는 우두머리(권력자)가 욱여넣은 말’에 갇힌 굴레에서 못 헤어나온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다만, 강경애 님이 쓴 글에도 손볼 대목은 있습니다. 지난날 막 스며들던 일본말씨가 있고, 일본 한자말이 있습니다. 굳이 안 써도 될 한자말을 구태여 쓰면서 묶음표에 넣기도 하고요. 이런 여러 대목을 차곡차곡 손질하면서 되읽을 수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말빛을 가꾸고 말넋을 북돋우며 말삶을 일구는 어진 사람으로 즐겁게 마주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말이 말인 줄 알기에 마음이 마음인 줄 알고, 넋이 넋인 줄 읽으면서 빛이 빛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ㅅㄴㄹ 끝도 없는 망망한 바다를 향하여 죽음의 길을 떠나는 → 끝도 없는 바다로 죽음길을 떠나는 → 끝없는 바다로 죽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