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오른길 부릉부릉 오가는 길을 보면, 큼지막한 쇳덩이가 오른길에서 불쑥 왼길로 들어서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서는, 왼쪽이나 오른쪽으로만 다닐 수 없습니다. 이쪽에서 만나거나 무엇을 보기도 하고, 저쪽에 들어가거나 살짝 다리를 쉬려고 멈출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이 거니는 자리는 으레 좁더군요. 왼길걷기나 오른걷기를 말하기 앞서 거님길이 그냥 좁아요. 손에 짐을 들거나 아이랑 손을 잡고 걷는다면, 앞에서 다가오는 사람하고 부딪힐 만합니다. 지난날에는 모든 길이 그저 길이었어요. 가거나 오거나 디디거나 돌아오거나 모두 호젓하게 흐르는 자리였습니다. 부릉부릉 달리는 곳에서는 말을 섞기 어렵습니다. 커다란 쇳덩이가 큰소리를 내느라 말소리를 잡아먹습니다. 시골에서도 이야기가 사라져요. 손으로 심고 가꾸고 돌보고 거두는 살림을 버리고, 커다란 쇳덩이를 논밭에 들이다 보니, 말을 섞거나 얘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며 일할 수 없습니다. 먼길을 갈 적에는 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풀칠 검사 통과 합격 풀칠(-漆) : 1. 종이 따위를 붙이려고 무엇에 풀을 바르는 일 2. 겨우 끼니를 이어 가는 일 ≒ 풀질 검사(檢査) : 사실이나 일의 상태 또는 물질의 구성 성분 따위를 조사하여 옳고 그름과 낫고 못함을 판단하는 일 통과(通過) : 1. 어떤 곳이나 때를 거쳐서 지나감 2. 멈추었다가 가도록 예정된 곳을 그냥 지나침 3. 검사, 시험, 심의 따위에서 해당 기준이나 조건에 맞아 인정되거나 합격함 4. 제출된 의안이나 청원 따위가 담당 기관이나 회의에서 승인되거나 가결됨 5. 장애물이나 난관 따위를 뚫고 지나감 합격(合格) : 1. 시험, 검사, 심사 따위에서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 어떠한 자격이나 지위 따위를 얻음 2. 어떤 조건이나 격식에 맞음 우리말을 담는 그릇인 한글입니다. 한글은 무슨 소리이든 담습니다. 새나 개구리가 들려주는 노래도, 바람하고 바다가 베푸는 노래도 담고, 이웃나라 말도 담습니다. 한글로 적어 놓기에 우리말이지 않습니다. 우리 삶을 우리 스스로 살펴서 우리 숨결을 담아서 여밀 적에 우리말입니다. 보기글처럼 ‘풀칠 + 검사 + 통과 + 합격’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펼쳐지고 푸르러지고 우리는 ‘-지다’를 잘 안 씁니다. ‘사라지다·없어지다’나 ‘누그러지다·미어지다’처럼 쓰기도 하지만, 이 보기글처럼 ‘펼쳐지다’나 ‘푸르러지고’처럼 쓰지는 않아요. 우리말씨는 워낙 이렇습니다. 그래서 “휜 허리는 곧고”나 “흰 머리카락은 푸르고”로 손질합니다. 때로는 ‘휜’이나 ‘흰’을 아예 덜어냅니다. 이 보기글은 말놀이처럼 ‘휜·흰’을 넣었구나 싶습니다만, 말씨를 망가뜨리는 얼거리라면 말놀이가 아닌 말장난이나 말치레입니다. “이제 허리는 펴고”로 앞자락을 열고서, “어느새 머리카락은 푸르고”처럼 뒷자락을 이을 수 있어요. 앞에만 ‘이제’를 넣어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휜 허리는 곧게 펼쳐지고, 흰 머리카락은 푸르러지고 → 휜 허리는 곧고, 흰 머리카락은 푸르고 → 이제 허리는 펴고, 머리카락은 푸르고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함민복, 문학동네, 2019) 20쪽 ㄴ. 사소한 낱말들 실은 지탱 -들의 ㅁ 확인 사소하다(些少-) : 보잘것없이 작거나 적다 실은(實-) : 실제로는. 또는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탱(支撑) : 오래 버티거나 배겨 냄 ≒ 탱지 확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천성이라는 것 갖고 있다 천성(天性) : 본래 타고난 성격이나 성품 ≒ 자성·천골 타고난다고 할 적에는 ‘타고나다’라 합니다. 타고나기에 ‘내림·내리다’나 ‘물림·물리다’라 해요. 이때에는 ‘밑·밑동’이 어릴 적부터 고스란하다는 뜻입니다. 일본말을 옮김말씨로 잘못 옮긴 보기글입니다. “무엇이 있지”로 고쳐쓸 얼거리인데, “타고난 버릇이 있지”나 “물려받은 매무새이지”보다는 “내림이지”나 “내려받았지”나 “타고났지”처럼 단출히 고쳐씁니다. ㅅㄴㄹ 천성이라는 것을 갖고 있지 → 내림이지 → 밑동이 있지 → 타고났지 《YAWARA!(야와라) 9》(우리사와 나오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0) 110쪽 ㄴ. 소망의 크고 작음 분별 것 자체 불가능 소망(所望) : 어떤 일을 바람. 또는 그 바라는 것 분별(分別) : 1. 서로 다른 일이나 사물을 구별하여 가름 2. 세상 물정에 대한 바른 생각이나 판단 ≒ 분변(分辨) 3. 어떤 일에 대하여 배려하여 마련함 4. [화학]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섞여 있는 혼합물을 물리적·화학적 성질의 차이를 이용하여 차례차례 단계적으로 분리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78. 올날 바로 이곳에 있는 날은 ‘오늘’은 ‘오다 + ㄴ + 날’인 얼개이다. ‘온날 = 오늘’이다. 날이 지났기에 ‘지난날’이라 한다. 그러면 앞으로 올 나날을 헤아릴 적에는 ‘오다 + ㄹ + 날’인 얼개로 ‘올날’처럼 쓸 수 있다. 또는 ‘오는날’처럼 써도 어울린다. 올날 (오다 + ㄹ + 날) (= 오는날·모레·앞날·앞. ← 미래, 후일, 훗날, 내일來日, 후後, 이후, 다음번-番, 초현실, 장차, 장래, 전도前途, 향후, 금후, 차후, 추후, 패스pas, 보류, 이순위, 잠시 후, 차次, 차기次期, 후배, 후진後進, 후임, 후계, 후손, 후예, 후세, 자손, 손孫, 손주, 손자, 손녀, 손자손녀, 격세유전) : 1. 바로 이곳에 있는 이때를 지나면 오는 날. 2. 이제 이곳으로 오는 날. 앞으로 맞이할 날. 아직 이루거나 누리거나 펴지 않았지만, 머잖아 오거나 맞는 날. 꿈으로 그리는 날. 79. 어울눈 영어 ‘gender sensitivity’를 1995년부터 쓴다고 하며, 일본에서는 ‘성인지 감수성(性認知 感受性)’으로 옮긴다고 한다. 우리는 이 일본말씨를 고스란히 받아들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52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정해구 역사비평사 2011.5.16.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정해구, 역사비평사, 2011)을 새삼스레 읽습니다. 2024년에 〈건국전쟁〉이란 이름을 붙인 보임꽃이 마치 ‘다큐멘터리’라도 되는 듯이 나오더군요. 이런 거짓부렁은 아무런 삶그림(다큐)이 될 수 없습니다. 그저 거짓부렁에 눈속임에 길들이기일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2024년에 ‘망나니 이승만’을 ‘나라 아버지’로 치켜세우는 거짓부렁이 보임꽃으로 나온다면, 2054년 무렵에는 ‘얼간이 전두환’도 이와 비슷하게 기리는 거짓부렁이 보임꽃으로 나올 수 있을 듯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눈뜨려 하지 않으면 거짓부렁에 놀아납니다. 우리가 스스로 눈감은 채 힘·돈·이름에 사로잡혀서 멱살질만 해댄다면, 앞으로 아이들은 우리 발자취를 잊을 뿐 아니라, 우리 앞길마저 잃어버릴 만합니다. 망나니나 얼간이가 잘못했기에 그들을 돌로 쳐죽여야 하지 않습니다. 서정주나 고은 같은 얼치기도 매한가지입니다. 이들을 바위로 쳐죽여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이들 민낯을 낱낱이 밝혀서 어떤 허물이었는지 남기고서, 이제부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읽기 51 《그때 치마가 빛났다》 안미선 오월의봄 2022.10.4. 《그때 치마가 빛났다》(안미선, 오월의봄, 2022)는 치마하고 얽힌 삶길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글쓴이는 여러 가지를 놓치거나 등돌리려고 합니다. 치마가 워낙 순이옷일까요, 아니면 누구나 두르던 옷일까요? 오늘날 치마는 어떤 옷가지일까요? 오늘날은 누구나 바지를 뀁니다. 치마를 입고 싶다면 치마를 두르고, 바지를 꿰고 싶다면 바지를 뀁니다. 순이뿐 아니라 돌이도 치마를 두르고 싶으면 즐겁게 두를 노릇입니다. 그저 옷이거든요. 이렇게 해야 하거나 저렇게 갈라야 하지 않습니다. 웃사내질로 순이를 억누르는 짓은 언제부터 누가 어디에서 일삼았을까요? 이 대목도 곰곰이 짚을 일입니다. 조선 오백 해는 어떤 틀이었고, 조선이 사라진 지 백 해 남짓 지나는 동안 우리 삶터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우두머리는 한자·중국글을 ‘수글’로 여기고, 훈민정음을 ‘암글’로 여겼습니다. 중국말을 한자로 담아서 써야 ‘참글(진서)’이라고까지 여겼어요.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쓰는 글은 ‘무늬만 한글’이지는 않나 돌아볼 노릇이에요. 우리 삶과 넋과 마음을 우리말에 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솔깃하다 눈이 있으니 보고, 귀가 있으니 듣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음을 쏟지 않으면, 눈귀로는 못 느끼기 일쑤입니다. 눈길을 끌어당기는 모습이더라도 마음이 가지 않으면 쉽게 스쳐요. 귀를 기울일 만하지 않다면, 얼핏 달콤한 이야기일지라도 이내 고개를 돌리고요. 읽는눈이란 마음을 담아 함께하려는 눈결이지 싶습니다. 곁눈이란 마음으로 바라보려는 눈망울일 테고요. 그냥그냥 듣고서 따라갈 수 있을까요? 갑자기 빠져들 때가 있다지만, 우리가 스스로 마음을 쓰지 않을 적에는 휩쓸리듯 잠기고 말아요. 끄달리지요. 설거지를 하고 밥을 짓는 하루 일거리를 비롯해서, 말 한 마디를 들려주고 이야기를 누리는 자리라든지, 글 한 줄을 적어서 주고받는 살림 어디나, 생각을 엮어 나누려는 마음이 흐릅니다. 솔깃하기에 쳐다보지 않습니다. 군침이 돌기에 달려가지 않아요. 물들거나 젖고 싶지 않습니다. 온누리에 퍼지는 햇빛이랑 별빛을 가만히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녹이려 합니다. 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약빠르다 둘레를 보면 약빠른 사람이 어김없이 있는 듯합니다. 잔꾀를 쓰며 살살 빠져나가요. 꾀바르게 달아나는데, 얕게 굴면 다들 아니까 제 발등을 스스로 찍는 셈일 텐데, 약빠리 짓을 못 그치더군요. 그들 스스로 짓궂거나 고약한 짓에 호되게 매운맛을 보아야 깨달을까요. 눈비음으로는 모래집을 올리는 덧없는 시늉일 뿐인 줄 모르는 듯싶어요. 하루하루 살며 돌아보노라면 깍쟁이는 늘 깍쟁이를 만납니다. 잿놈은 잿놈을 만나고, 꽃님은 꽃님을 만난다고 느껴요. 다만, 그들이 약삭빠리로 굴더라도 그쪽을 안 쳐다보면 되어요. 나쁘다고 여기면서 손가락질을 해본들 그쪽이 바뀌는 일이 없거든요. 닳아빠진 짓을 나무라기보다, 스스로 사랑이라는 길을 나아가면서 빛날 노릇이더군요. 씨앗을 심기에 씨앗이 싹터요. 씨앗을 안 심고서 투덜댈 적에는 투덜질만 되풀이해요. 새해머리에 지난걸음을 되새깁니다. 머나먼 길을 걸어왔어도 늘 처음이라는 마음으로 새걸음을 내딛습니다. 씨뿌리기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가운몫 가두어서 키우는 집짐승하고 풀어놓아 돌보는 집짐승은 다릅니다. 가두면 누구나 괴롭고, 가두지 않으면 누구나 홀가분해요. 날개가 묶인 새는 슬퍼서 울고, 마음껏 날갯짓을 하는 새는 즐겁게 노래합니다. 아이하고 어른도 매한가지예요. 억지로 누르면 아이어른 모두 고단합니다. 스스럼없이 뜻을 펴며 이야기할 수 있어야 비로소 활짝 웃으며 무엇이든 이뤄요. 눌린 사람은 제 힘을 못 내요. 토막이 난달까요. 동강난 채 기우뚱하지요. 마음을 틔워야 몸을 열고 생각을 풀어냅니다. 꾹꾹 동여매면 어느 날 펑 터지고 말아요. 바깥바람을 가리려고 울타리를 칠 만하고, 안쪽에서 지내는 모습을 구태여 밖에서 구경해야 하지 않으니 가볍게 담을 두를 만해요. 이와 달리, 모두 똑같이 틀에 가두려고 울타리를 친다면 그만 스스로 깎는 짓이 돼요. 얼핏 닮아 보일 수 있지만, 비슷한 모습이란 다른 모습이에요. 저마다 나아가는 길이 다릅니다. 스스로 걸어가는 길이 새로워요. 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