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올해 봄이 좀 일찍 오는가 싶다. 겨울 날씨가 제법 추운 것 같았는데, 봄나물 올라오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지난 겨울은 따뜻한 겨울이었나 보다. 가장 먼저 올라오는 것은 아무래도 냉이와 꽃다지이다. 볕살 바른 곳은 벌써 제법 자라 잎이 파릇파릇하다. 냉이야 워낙 잘 알려진 나물이라 즐겨 먹기도 하고 저자에도 많이 나와서 누구나 잘 알지만, 꽃다지는 작기도 하려니와 요즘은 모르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옛날엔 첫배곳(초등) 책에 ‘달래, 냉이, 꽃다지 모두 캐보자.’ 란 노랫말이 있을 만큼 널리 알려진 나물이었는데,,,. 꽃다지는 데쳐서 나물로 해 먹으면 오줌을 잘 나오게 하고 염통을 튼튼하게 한다고 일러 내려온다. 쑥과 돌잔꽃풀(개망초)도 뒤질세라 머리를 내민다. 어저께 촉촉이 내린 단비님을 맞고 어제 오늘 사이에 참말 쑥이 쑥 올라온 느낌이다. 쑥은 뭐니뭐니해도 이른 봄에 막 올라오는 놈을 뜯어 쑥국을 끓여 먹으면 제맛이다. 봄내음, 첫 봄맛을 맛보는 지름길이다. 저는 마녘에서 널리 쓰는 개망초란 말보다 노녘에서 쓰는 돌잔꽃풀이란 이름이 더 좋은데, 돌잔꽃풀은 처음 아메리카에 살던 풀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와 들이고 메고 어디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4. 미꾸라지 아들이 미꾸라지를 갖고 놀았다. 넓고 둥근 빨래그릇에 물을 담고 미꾸라지를 담아 두었다. 아들은 좋아서 윗옷을 둥둥 걷고 쪼그려 앉아 두 손을 모아 미꾸라지를 건져 보고 달아나는 미꾸라지 앞을 손바닥으로 막는다. 한 마리 잡아 꼬리를 잡고 놀다가 물에 넣는다. “미꾸라지 만지니깐 어때?” “몸통 만지니깐 방귀 소리가 났어.” “엉? 미꾸라지 방귀 소리인지 어떻게 알아?” “거품이 올라왔어. 어제는 열 판이나 봤는 걸.” “너무 웃긴다. 미꾸라지도 방귀 뀌는구나!” “오늘 죽은 큰 미꾸라지가 쫘아 하고 방귀 소리 냈어.” 이제는 부엌 곁방에 둔 미꾸라지를 따로 담는다. 몇 마리를 바가지로 건져서 하얀 대야에 옮긴다. 거실로 들고나와 미꾸라지를 손가락으로 건드렸다가 또 가만히 지켜본다. 바닥에 엎드리고 보다가 그대로 미꾸라지 곁에 팔을 괴고 잠이 들었다. 큰아이가 새벽에 마루에 나오는 소리에 나도 깼다. 큰아이가 말했다. “간밤에 아주 큰 미꾸라지가 몸서리치다가 밖으로 튀어나와 죽었어.” 큰아이 말을 듣고 마루에 가 보니 미꾸라지가 살았다. 바닥에 깔아둔 신문에서 퍼드럭거리며 몸부림을 쳤다.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오늘 알려 줄 좋은 말씀은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야. 이 말은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정치가였던 앙드레 말로 님이 남기신 말이라고 해. 무엇이든 지며리 하다보면 몸도 마음도 그쪽으로 가기 마련이니 꿈과도 갈수록 가까워진다는 뜻이라고 생각해. 다들 지난 이레 새배해(신학년)를 비롯해 다니고 있는데 어떤지 궁금하구나. 그저 지난해 이맘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그런 일을 이루겠다는 꿈을 꾸며 살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곳에 가 닿으려면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그 길에 도움이 되는 책도 찾아 읽고 사람도 찾아 도움 말씀도 듣고 하면 더 좋겠지. 어떤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한 사람은 꿈을 품은 생각이 말과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그 말과 움직임이 마침내 내 삶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꿈을 그리고 또 그리다보면 그리던 그 꿈과 가까워져 닮아간다는 말을 썼다는 생각이 들어. 꿈을 갖고 사는 하루와 그렇지 않고 사는 하루는 다를 수밖에 없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3. 따돌림 작은딸이 학교에서 우유를 안 먹고 가방에 담아 왔다. 어떤 날은 하루 지나서 꺼내면 우유가 빵빵하게 부푼다. 우유를 넉넉하게 마실 때인데 꺼린다. 우유를 밥을 먹듯이 꼭꼭 씹어 먹으면 고소하다고 말해도 고소한 맛을 못 느끼는지 잘 안 먹는다. 우윳값은 꼬박꼬박 나가고 우유는 쌓이고 어떻게 하면 잘 먹을까 싶어 달게 타먹는 가루를 가게에서 샀다. 하얀 우유에 섞으니 초코우유로 바뀐다. “초코우유는 잘 먹네. 이제부터 집에 들고 오지 말고 가루 타 먹어.” “그럴까? 근데 얼마큼 담아 가?” “우유 둘 먹을 만큼만 담아.” 얼음과자 숟가락으로 두세 숟가락 넣으면 먹기에 알맞다. 조금 넉넉히 담았다. 가방에서 꺼내다 뒤집혀도 가루가 흘리지 않는 속이 훤히 보이는 그릇에 세 숟가락 퍼 담았다. “엄마, 얘들도 많은데 어떻게 나만 먹어?” “그럼 짝꿍하고 먹어. 다 나눠 먹으면 좋지만 그러면 가루가 너무 헤프잖아.” 며칠 짝꿍하고 먹고 짝꿍도 이제 들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조금 더 큰 그릇을 꺼낸다. 제티를 붓고 나니 남은 가루가 푹 줄었다. 며칠 가방에 넣어 두고 먹는다며 듬뿍 담는다. 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2. 체스 잃어버린 체스를 찾았다. 아들이 여덟 살 적에 설날에 절하고 심부름해서 돈을 모았다. 모은 돈으로 체스를 샀는데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졌다. 한동안 잊었다. 아들이 열 살 무렵 책상을 옮기다 찾았다. 손바닥 크기에 납작한 체스 상자가 오락기(닌텐도) 칩을 숨겨둔 곁에서 나왔다. 아들은 이름을 겨우 알아내고 두 누나를 꾀어서 체스를 했다. 조금 놀다가 큰누나가 방에 들어갔다. 차츰 밤이 깊어 가자 작은누나도 방에 들어간다. 먼저 들어간 큰누나한테 가서 놀자고 한다. 큰누나가 공부 끝내고 놀아 준다고 해 놓고 못 논다. 아들이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집에서도 왕따다. 으앙 으앙 으앙….” 그리고는 울면서 방에 들어간다. 우는 아이를 달래 보려고 뒤따라갔다. 손잡이를 잡고 돌리려는데 안쪽에서 문을 잠그고 또 운다. 이러쿵저러쿵 지치도록 혼잣말을 한다. 문을 두드리며 열어 달라고 아무리 말해도 안 연다. 잔뜩 골이 났다. 아들 방문 앞에 앉았다. 아들은 방에 나는 밖에서 문을 보고 말했다. 둘이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했다. 여느 날 같으면 끝까지 울음으로 버티지만, 뚝 그쳤다. 그리고 차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1. 라디오 책상맡에 앉아 책을 읽는데 문득 아들이 부른다. “엄마, 엄마는 귀에 꽂고 듣는데, 노래는 어디서 나와?” “라디오.” “그래? 엄마, 방에서도 들을 수 있나?” “그럼 들을 수 있어, 테이프 쪽 단추를 라디오 쪽으로 밀어. 다음은 볼록한 단추를 돌려서 빨간 줄을 88.1에 맞추고 또렷하게 소리가 들리면 손을 떼. 그러면 나와.” “어, 참말이네!” “빨간 줄을 다른 자리에 옮겨도 나오지만 뭘 하면서 듣기에는 시끄러워. 그냥 한 자리에 두고 들어 보렴. 소리는 낮추고.” “알았어. 엄마.” “곧 있으면 옛노래가 나올 거야. 가리지 말고 들어 보아.” “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너무 재밌어!” “책하고 노래만 있으면 하나도 안 심심해. 이제 좋은 동무 둘 생겼네.” 날마다 틀어 놓은 라디오 소리가 그날에야 귀에 들어왔을까. 노느라 들리지 않았지 싶다. 아들이 집에서 영어 듣기를 했다. 아들은 새것을 받아서 쓰고, 딸아이가 쓰던 오랜 것은 내가 물려받아 라디오로 삼는다. 딸한테서 물려받은 것은 작아서 자리를 덜 차지하니 책상에 올려 두었다. 아들은 영어를 듣는 카세트에서 라디오도 나오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아들 #딸 #좋은말씀 #명언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6-난 못해 라는 말은...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난 못해'라는 말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지만 '해볼 거야'라는 말은 아주 놀라운 일을 만들어 낸다."야. 이 말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 아무것도 이루어 낼 수가 없는데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뜻이지. 처음으로 알려 준 '삶은 될 대로 되는 게 아니라 생각대로 되는 것이다'라는 말과도 이어지는 말이라고 할 수 있어. 그리고 '우리가 어떤 일을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일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 일을 꾀하지 않기 때문이다'와도 이어지는 말이지. 이렇게 비슷한 말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새길 만한 값어치가 있는 말이기 때문일 거야. 우리 아들, 딸도 언제든지 무슨 일이든지 '해볼 거야'라는 말을 하면서 다 이루어 내며 살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들이 올려 놓은 것을 보면 '기적'이라는 말을 썼더라. 그 기적이라는 것이 '사람의 생각으로 미루어 헤아릴 수 없는 아주 놀라운 일'을 뜻하니까…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길트기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토박이말 살리기]1-15 길트기 토박이말 살리기 글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마음을 써 읽어 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게다가 둘레 사람들께 제 글을 나눠 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 분들은 더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런 여러분이 계시기에 제가 이 일을 그만두지 않고 할 수 있답니다. 누구나 다 아는 말이 아니다 보니 낯설고 어려워서 눈길을 돌리게 되는 분들이 많은 줄 압니다. 그래서 가끔은 놀이를 하면서 다시 보면 조금은 반가울 수도 있지 싶습니다. 그렇게 시나브로 토박이말과 가까워진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겁니다. 토박이말 살리기 15부터 19까지 낱말과 설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태서 찾기 놀이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뜻도 생각해 보시고 보기월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생각이 안 나도 좋습니다. 그렇게 또 토박이말을 만나는 거지요.^^ *찾으실 토박이말: 길트기, 깍두기집안, 깝살거리다, 깨단하다, 꺽지다, 염통, 허파, 까치설, 설빔, 쇠다 *다시 보기 [설과 아랑곳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0. 빵 아이들이 기다리던 빵굼틀(제빵기)이 왔다. 두 아이하고 함께 종이상자를 뜯는다. 두 딸이 상자를 밑으로 당기고 나는 위로 잡아당겼다. 하얀 바탕에 네모낳고 묵직한 틀이 나왔다. 상자 바닥에서 책을 꺼냈다. 어떻게 쓰는가 알려주는 얇은 책하고 빵굽기를 담은 책이다. 우유 식빵 쪽을 펼친다. 책에 적힌 대로 해본다. 우유를 넣고 달걀을 하나 깨고 밀가루를 붓고 이스트하고 버터하고 소금을 넣고 단추를 누른다. 뚜껑은 속이 비친다. 가만히 보니까 네모난 속통이 돌아간다. 밀가루가 물하고 섞이고 차츰 덩어리로 바뀌면서 저절로 뭉친다. 뭉친 반죽이 벽을 탕탕 치면서 빙글 돌아간다. 빵이 다 되려면 세 시간쯤 걸린다. 두 딸은 쪼그리고 앉아 지켜보다가 아빠가 불러서 어딜 나갔다 왔다. 그때까지 반죽은 돌아갔다. 돌다가 쉬고 하는데 부풀어오르지 않았다. 두 아이가 들어오자마자 빵이 다 되었는지 자꾸 물었다. 아직 남은 시간이 적혔는데 나는 기다리지 못했다. 뭔가 단추를 잘못 눌렸나 해서 멈췄다. 다시 처음부터 단추를 꾹 눌렸다. 반죽이 탕탕 이쪽 벽에 붙었다가 저쪽 벽에 붙었다 치기만 하고 탕탕 소리만 냈다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아들 #딸 #토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터박이말 #순우리말 #고유어 #명언 #좋은말씀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5-기운과 끈기는...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기운과 끈기는 모든 것을 이겨낸다'야. 이 말은 '벤자민 프랭클린'이 한 말인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나 공부나 일을 할 때 갑자기 고단하다는 생각이 물 밀듯이 밀려 올 때 떠올려 되새기면 좋을 말이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그렇게 힘이 들고 고단하다 싶을 때 기운을 내서 더욱 지며리 하면 끝내 이겨낼 수 있게 된다는 말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우리가 흔히 일을 많이 했을 때 '피곤하다'는 말을 많이 쓰는데 '피곤하다'는 말을 '고단하다'는 토박이말로 갈음해 써 보면 좋겠어. 그리고 하는 일이 힘에 벅차다 싶을 때 '되다'라는 말도 떠올려 써 보렴. '되다'가 반죽이나 밥 따위에 물기가 적어 빡빡하다'는 뜻도 있고 '일이 힘에 벅차다'는 뜻도 있거든. 일이든 공부든 되면 쉬어 가면서 하는 게 좋단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꾸준하고 차분하게 하는 게 좋은데 '꾸준하고 차분한 모양'을 나타낼 때 쓸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