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14 《매일 휴일 1》 신조 케이고 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5.30. 《매일 휴일 1》(신조 케이고/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를 읽다가 예전에는 그냥그냥 지나쳤을 낱말을 새삼스레 돌아보았습니다. ‘연금’이라는 한자말은 세 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얼마나 알까요? 쉬우면서 또렷하게 우리말로 마음을 밝히는 길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민간요법’이란 무엇을 가리킬까요? 그냥그냥 쓰느라 정작 속뜻을 모르지 않을까요? “두 사람의 단독주택 라이프가 시작되다”는 아주 엉터리로 쓰는 일본말씨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쓰는 말씨를 멋스럽다고 여기지 않나요? 이런 말씨가 ‘서울스럽다(도시적)’고 여기면서 즐기지는 않나요? 어깨에 힘을 잔뜩 넣는 말씨로는 삶을 못 밝힙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서 나긋나긋 나누려는 말씨에 비로소 사랑이 흐를 만합니다. 투박하고 작게 나아가려는 발걸음과 손짓에서 서로서로 헤아릴 줄 아는 즐거운 이야기가 흐를 수 있습니다. ㅅㄴㄹ 와다 하나에, 83세, 연금 생활 → 와다 하나에, 83살, 곁돈살림 → 와다 하나에, 83살, 꽃돈살림 16쪽 난 그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13 《이상하고 소란스러운 우표의 세계》 서은경 현암사 2023.4.5. 《우표의 세계》(서은경, 현암사, 2023)를 읽다가 ‘나래터(우체국)’에서 쓰는 숱한 말이 일본말씨인 줄 새삼스레 느낍니다. ‘초일봉투’나 ‘전지’ 같은 일본말씨를 여태 안 고치는군요. 저는 어린이로 살던 1982년부터 나래꽃(우표)을 모았습니다만, 나래꽃책(우표첩)을 빌려주고서 못 돌려받은 뒤로는 더는 모을 마음이 사라졌으나, 다달이 읍내 나래터에 가서 《우표》란 달책은 꼬박꼬박 읽습니다. 글쓴이는 ‘나이든 아재’를 꽤 거북하게 여기는 듯싶은데, 글쓴이도 머잖아 ‘꼰대 아재’ 나이에 이릅니다. 그분들이 비록 ‘꼰대 아재’여도 ‘나래꽃’ 하나에 깃든 작은 살림을 이야기하며 눈망울을 반짝이는 어린날을 보낸 기나긴 길을 걸어온 줄 좀 헤아려 보았다면, 이 책은 새록새록 돋보였으리라 느낍니다. 글쓴이가 모으는 나래꽃만 빛나야 하지 않아요. 요새 나래터 앞에 서는 줄은 예전에 대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쪽종이가 왜 ‘나래(날개)’인지 살피기를 바라요. ㅅㄴㄹ 편지 한 통을 보낼 때 우편 요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 글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1 낱말책 : 사전이라는 책 4 나라마다 다릅니다만 으레 이렇게 말합니다. ‘300∼500 낱말만 알아도 모든 생각을 다 나타내거나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이지요. 영어에서도, 일본말에서도, 우리말에서도 똑같습니다. 프랑스말이나 독일말이나 네덜란드말에서도 똑같지요. 더 많은 낱말을 알아야 하지 않습니다. 고작 ‘300∼500 낱말’만 알더라도 모든 생각을 얼마든지 담아낼 수 있어요. 왜 그러할까요? 우리는 ‘300∼500’이라는 바탕말이 있으면 이 바탕말을 알맞게 엮거나 붙이거나 자르면서 새말을 지을 수 있어요. 어느 한 가지를 나타내는 아주 새로운 낱말 하나가 있어야, 어느 한 가지를 똑똑히 나타낼 수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어느 한 가지를 나타낼 또 다른 말을 새롭게 엮어서 쓸’ 수 있습니다. ‘300∼500’이라는 낱말로 이리저리 엮다 보면 끝없이 새말을 지을 수 있는데, 이렇게 말짓기를 하면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0 낱말책 : 사전이라는 책 3 따지면 따질수록 낱말책은 ‘말을 다루는 책’이라고만 여길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낱말책은 ‘말을 다루는 책’을 넘는다고 느낍니다. ‘말을 다루는 책’ 너머에 있기에 낱말책이라고 할 만하다고 봅니다. 낱말책짓는 사람으로서 밝혀 본다면, 낱말책이란, ‘말을 다루는 길을 이야기하는 책’이지 싶습니다. 그저 말을 다루거나 싣는 책이 아닌, 말을 우리가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쓰며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이야기할 적에 즐겁거나 새롭거나 뜻있는가를 넌지시 짚는 책이지 싶습니다.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길’을 돕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말을 마음에 씨앗으로 심어서 생각하는 길’을 이끄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마다 똑같은 날이 아닌 날마다 새로운 날이듯, 모두 똑같은 말이 아닌 모두 새로운 말인 줄 느끼도록 북돋우거나 살리는 책이라고도 할 만해요. 우리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12 《10대와 통하는 영화 이야기》 이지현 철수와영희 2023.4.5. 《10대와 통하는 영화 이야기》(이지현, 철수와영희, 2023)를 읽었습니다. 푸름이한테 책을 읽히고서 책을 이야기하는 어른은 많으나, 영화·만화를 함께 보고서 찬찬히 이야기하는 어른은 드뭅니다. 더구나 책·영화·만화를 푸름이하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한 벌만 슥 훑고서 이야기하는 어른만 많습니다. 적어도 열 벌씩 되읽거나 다시보고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속뜻을 짚고 삶빛을 헤아리면서 앞꿈을 그리는 실마리를 열리라 봅니다. 그런데 글님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아직 얼마 안 본 듯싶습니다. 2013년 〈바람이 분다〉부터 보아야, 이이가 왜 ‘제로센 전쟁찬미’를 진작부터 곳곳에 담았고, ‘전범국가 이탈리아’를 그렇게 좋아하는가를 엿볼 수 있어요. 책도 영화도 만화도 힘·돈·이름을 거머쥔 이들이 속이거나 감추는 뒷길이 무척 많습니다. ‘광고’는 힘꾼(권력자)이 합니다. 작은사람이나 들꽃은 ‘광고’를 안 합니다. 우리가 어른으로서 푸름이하고 영화를 이야기하자면, 먼저 스스로 ‘100벌쯤 다시보기’ 할 만한 영화만 골라서 보고 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11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5 행복한 장애인》 김혜온 글 원정민 그림 분홍고래 2020.12.12. 《행복한 장애인》(김혜온, 분홍고래, 2020)을 읽으며 ‘이웃’을 생각해 봅니다. 어떤 낱말로 누구를 가리키든, 먼저 마음에 사랑을 담으면서 스스로 빛나지 않을 적에는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밟습니다. 하찮게 여기거나 이웃으로 마주하지 않기에 따돌려요. 서울 한복판 아침길(출근길)은 빽빽합니다. 북새통(교통지옥) 아침길에 목소리를 내면 메아리가 되기 어려워요. 바퀴걸상이 아니어도 북새통은 모든 사람한테 불수레(지옥철)이거든요. 서울 한복판 아침저녁에는 바퀴걸상뿐 아니라 아기수레도 못 다니고, 아기를 안고 다니기도 벅찹니다. 불수레에 시달리는 사람을 이웃으로 바라보아야 풀잇길을 낼 수 있습니다. 시골·서울 모두 자전거로도 뚜벅이로도 고달픕니다. 쇳덩이(자동차)가 너무 많아요. 시골에는 낮은버스(저상버스)가 하나도 없답니다. 아는가요? 다리꽃 목소리는 정작 시골에서는 여태 안 냅니다. ㅅㄴㄹ 인상이 부드러워 보이는 → 부드러워 보이는 → 얼굴이 부드러워 보이는 10쪽 아이들의 야유에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틈새몫 그리 멀잖은 지난날을 돌아본다면, 이 땅에 잿빛고을은 없습니다. 지난날에는 서울조차 잿빛골이 아닌 들골이요 숲고을이라고 할 만합니다. 커다란 쇳덩이가 부릉부릉 매캐하게 방귀를 뀌는 길이 없던 지난날에는 누구나 걸어다녔고 어디에나 새가 내려앉고 풀꽃나무가 흐드러진 푸른고장이었어요. 어느새 잿빛나라로 바뀌니, 하늘을 찌를 듯 솟는 잿집이 가득합니다. 잿터에서는 서로 샛몫을 차지하려고 다퉈요. 틈을 노립니다. 틈새몫을 거머쥐려고 눈을 밝힙니다. 서로 아끼고 함께 돌볼 줄 아는 나눔몫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터전을 꽃터로 가꾸는 길을 그립니다. 남한테 길잡이가 되라고 말하기보다, 스스로 먼저 첫발을 내디디면서 길눈을 밝히려 합니다. 스스로 하기에 스스로 누리니, 스스로 꽃자리를 그리면서 꽃씨를 심고서 꽃마을을 이루고 꽃누리로 피어날 수 있어요. 잿마루에서는 잿더미를 뒤집어쓰며 콜록거릴 테지만, 꽃마루에서는 꽃내음이 살랑살랑 포근합니다. 오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토씨 우리말 ‘골’을 보면, ‘고을’을 줄인 말이고, ‘골짜기’를 가리키고, ‘머리에 깃들어 생각을 일으키는 곳’이고, 아플 적에 ‘골골’대고, 부아가 나는 모습을 ‘골’을 부린다고 나타냅니다. 글씨는 같아도 쓰임새는 다른 ‘골’은 ‘10000’을 세는 오랜 이름이기도 합니다. 다 다른 말에는 모두 다른 삶이 흐릅니다. 하루하루 살아오며 새롭게 뜻을 보태고, 도란도란 어우러지면서 여러 이야기가 붙습니다. 문득문득 이 길을 돌아봅니다. 즐겁게 읽어 꽃적이를 해놓은 글을 되새기고, 사랑이 흘러넘치는 말마디를 곱씹습니다. 나락이 물결치던 들은 까막까치하고 참새하고 멧비둘기가 내려앉는 빈들로 바뀝니다. 한가을까지 노래를 들려주던 뭇풀벌레는 겨울을 맞이하면 모조리 흙으로 갑니다. 아침저녁으로 흐르는 바람은 숱한 숨결이 엮는 노래를 들려줍니다. 밤마다 돋는 별은 덧말도 군말도 없이 반짝이는 마음을 밝힙니다. 일마다 토를 붙이는 사람이 있지만, 아무런 토씨가 없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녹다 서울은 집도 사람도 많습니다. 가게를 차려 장사하는 사람이 줄짓고, 길에서 장사하는 사람도 숱합니다. 때로는 수레에 살림을 싣고 장사를 합니다. 더 하고 싶지 않으면 끊습니다. 오래오래 하며 언제나 즐거운 일이 있고, 조금 했으나 이내 물리는 일이 있어요. 반갑다면 품을 테고, 안 반갑다면 쳐내요. 싫기에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 바람이 불어 살살이꽃이 살래살래 꽃송이를 흔듭니다. 여름이 끝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에 가을걷이를 마치면 어느덧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입니다. 휭휭 부는 바람에 가랑잎이 날립니다. 억새씨가 가을바람에 하얗게 날아갑니다. 새길을 떠나는 씨앗은 길을 잃을까 걱정하지 않아요. 저기 봐요. 바람을 타고서 흩날리는 씨앗이 하하호호 웃어요. 낯선 길일 텐데 모두 어디로 마실을 가려나 두근두근하는 마음이에요. 씨앗이 모두 날아가면 억새줄기는 가늘고 허전해 보일까요. 씨앗이 다 사라져서 서운할까요. 억새도 모든 들풀도 씨앗을 기꺼이 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9 낱말책 : 사전이라는 책 2 낱말책은 “삶을 담은 말을 담은 책”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낱말책을 엮는 이가 “삶을 담는 말”을 제대로 보거나 짚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다음도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낱말책을 엮는 이가 삶을 제대로 보지 않고서 글(학문)로만 다가서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낱말책을 짓는 이가 삶이나 사람이나 사랑이나 살림을 제대로 모르거나 겪지 않은 채 ‘일만 한다면(낱말만 그러모은다면)’ 낱말책은 어떻게 나올까요? 낱말책을 엮거나 짓는 이는 언제나 눈을 밝게 떠야 합니다. 온누리를 옳거나 그르다고 가를 까닭은 없되, 아름다움과 참다움을 볼 줄 알아야 하고, 사랑하고 기쁨을 느낄 줄 알아야 하며, 너랑 나 사이에 어떤 숨결이 흐르는가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낱말책을 엮거나 짓는 이는 ‘제 나라 말’을 누구보다 슬기롭게 쓰거나 다루는 마음을 길러야 할 뿐 아니라, 상냥하거나 다소곳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