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70. 눈가루공 눈은 굴려서 눈사람을 빚는다. ‘굴리다·빚다’라는 낱말을 써야 알맞으나, 요새는 “눈사람을 만들다”처럼 잘못 쓰는 말씨가 확 번졌다. “공장에서 똑같이 뚝딱 만들어 내놓는 눈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만들까? 눈을 굴려 눈뭉치나 눈덩이를 빚는다. 그렇지만 ‘스노우볼’이라고 애써 말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리고 눈가루나 눈꽃가루가 날리는 모습을 담은 조그마한 공이나 노리개도 ‘스노우볼·스노볼’이라 하더라. 눈가루가 날린다면 ‘눈가루공’일 텐데. 눈꽃가루를 바라본다면 ‘눈꽃공’일 텐데. 눈가루공 (눈 + 가루 + 공) : 눈이 가루나 꽃처럼 날리는 듯하는 모습을 속에 담은 공이나 노리개. (= 눈공·눈꽃공. ← 스노볼·스노우볼snowball) 71. 엇빛 찰칵찰칵 찍을 적에는, 찍히는 사람이나 모습이 빛을 마주보아야 잘 나온다고 여긴다. 찍히는 뒤쪽에서 빛이 들어오면 어긋난다고 여긴다. ‘앞빛’일 적에 찰칵찰칵 찍기에 좋고, ‘뒷빛’일 적에는 아무래도 찍기에 나쁘다. 엇나가는 뒷빛일 테니 ‘엇빛’이라고 할 만하다. 엇빛 (엇 + 빛) : 어긋나는 빛. 어긋나게 들어오는 빛. 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0 언손 물꼭지에서 똑똑 떨어지던 물방울이 얼어붙습니다. 옆칸에서는 찬바람이 나옵니다. 한자리에 서서 나물을 만지면 손이 시리고, 무를 싸던 손바닥이 얼얼합니다. 호호 입김으로 손바닥을 녹이고 손등을 비비고 볼에 댑니다. 겨드랑에 손을 넣고 오금에도 찔러서 녹입니다. 차가운 손을 짝꿍 목덜미에 쑥 집어넣어 놀래킵니다. 어린 날에는 못에 낀 얼음을 깨고 말을 건졌어요. 눈밭에서 썰매를 타고 미끄럼발도 탔고요. 들녘에서 연을 날리고 눈사람을 굴리고 눈싸움을 하다가 처마에서 고드름을 따면 두 손이 벌겋게 얼어요. 화끈거리고 얼얼하고 가려워 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해요. 아랫목에서 손을 녹여요. 할아버지 불담이불을 쬐고 모닥불에 녹여요. 이윽고 뜨개실과 코바늘로 벙어리손끼개를 짜는데, 그래도 엉덩이 밑이 가장 따뜻해요. 손이 얼며 뛰어놀았고 손이 어는 줄 모르고 일합니다. 몸은 걸어다니는 구들입니다. 2024. 1. 30.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9 서툴다 조금만 바꿀 뿐인데 얼굴빛이 따뜻하게 보입니다. 아니, 마음을 바꾸면 얼굴빛도 매무새도 다르게 보입니다. 처음 하는 일은 누구나 서툴지만, 스스럼없이 하면 늘 새롭게 배우면서 씩씩합니다. 입술을 바르고 볼을 하얗게 발라야 예뻐 보이지 않습니다. 맨낯으로 해를 보고 바람을 쐬고 물로 씻을 적에 튼튼하면서 싱그러워요. 생각해 보면, 얼굴을 꾸미느라 품을 안 들이니, 마음을 가꾸는 일에 품을 들일 만합니다. 옷을 곱게 차리는 데에 마음을 안 기울이니, 일손이 좀 서툴더라도 언제나 즐겁게 배울 만합니다. 섣불리 나서니까 서툴어요. 서툰데 밀어붙이니 싸워요. 싸우니 시끄러워요. 아직 잘 모르니 물어보면서 하나하나 배워요. 하나씩 배우니 천천히 가닥을 잡아요. 하고 해보고 다시 하는 동안 손발을 맞추고, 마음에 담을 생각을 북돋웁니다. 물이 흐르듯 말을 하고 싶고, 물빛으로 말빛을 돌보고 싶습니다. 2024. 01. 07.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8 새해 우리 집 다섯 사람 가운데 짝꿍하고 막내가 미르해에 태어났습니다. 2024년은 미르띠요, 미르 가운데 파란미르라고 합니다. 섣달그믐에도 새해첫날에도 새녘에서 해가 뜹니다. 묵은해를 보내면서 넙죽 절을 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납죽 절을 합니다. 지나간 일은 잠재우고서 새롭게 만나자고 두런두런 말을 나눕니다. 지난해에 못 이룬 다짐을 새해에는 천천히 풀어 보자고 생각합니다. 사흘을 못 넘기고 허물어진다면, 다시 다짐하면서 나흘을 넘겨 보렵니다. 나흘 만에 또 무너지면, 또 다짐하면서 닷새를 넘겨 보렵니다. 집일도 가게일도 술술 풀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한 해가 저물기에 새롭게 1월 1일부터 열듯, 집안살림도 가게살림도, 글살림도 즐겁게 여미자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한 줄을 쓰는 이 마음 곁에 새가 찾아와서 노래를 부르면 좋겠어요. 2024. 01. 11.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7 읽는다 아침마다 골마루 꽃밭을 읽습니다. “잘 잤냐?” 손으로 쓰다듬고 물을 뿌려요. 한해살이 풀꽃이 세 해 넘게 숨을 쉽니다. 눈빛과 손빛으로 돌봅니다. 오늘은 어쩐지 어깨가 아픕니다. 찌릿하더니 손끝부터 힘이 툭 떨어져요. 찌릿한 채 하루를 보냅니다. 어깨를 툭툭 털면서 책을 읽다가, 이 글을 쓴 분이 어떤 마음인가 하고 헤아립니다. 나라면 어떻게 글을 써 볼까 하고 생각합니다. 일을 쉴 적에 책을 읽고, 다시 일을 할 적에는 일터만 살핍니다. 짝꿍하고 나누는 말도, 일터에서 오가는 말도, 서로 마음이 오가는 징검다리입니다. 말을 주고받으니 마음을 읽고, 말을 글로 담으니 책이 태어납니다. 늦은저녁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우리 집 꽃밭을 돌아봅니다. “잘 있었니?” 나는 풀꽃하고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서로 눈망울을 읽고 싶어요. 풀꽃하고 나 사이에 오간 말을 글로 옮기고 싶어요. 2024. 1. 2.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6 밤하늘 땅거미가 지면 밤은 하루를 토닥토닥 고요히 재웁니다. 자다가 깼어요. 별님이 똑똑 두드려요. 밖을 보니 달무리가 있어요. 차고 기울고, 기울다가 다시 차오르는 달빛을 봅니다. 별도 달도 하늬쪽으로 한 뼘 옮겨요. 새녘에 반짝이는 별을 봐요. 깜빡깜빡 불을 켠 날개가 밤하늘을 갈라요. 여름이면 시골집 마당에 누워 별을 헤아렸어요. 닻별을 살피고 국자별을 찾으면 붙박이별은 쉽게 보여요. 별똥별을 보면 아기가 태어나거나 누가 돌아간다고 믿었어요. 밤빛이 들어왔어요. 책상맡과 머리맡이 환해요. 밤바다에는 윤슬이, 들숲에는 풀꽃나무가 별빛이랑 속삭여요. 밤새도록 사랑이 흘러요. 달은 햇빛에 튕겨 빛나고, 별님은 스스로 빛나요. 갓밝이에 샛별이 빛나요. 밤하늘은 별빛과 별노래로 꽉 차요. 그런데 이 많은 별이 어디로 갔을까요. 쏟아지는 미리내를 보고 싶습니다. 스스로 빛나는 별을 닮고 싶습니다. 2023.12. 28.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5 발바닥 태어난 아기 발바닥을 착 찍어요. 통통한 발에 간지럼을 태우면 발가락이 꼼지락꼼지락 활짝 펴요. 어른은 발바닥을 한껏 오므려요. 까치발로 딛고 서다가 뒤꿈치를 써요. 맨바닥에서는 발바닥이 미끄러워요. 쭉쭉 발밀이를 해요. 발을 동동 굴러요. 어리광을 부리며 발부림을 쳐요. 지치도록 울며 발버둥도 쳐요. 발바닥은 발바심을 해요. 싫으면 발뺌하고요. 발삯을 받으려고 심부름도 잘해요. 발바닥은 우리 몸 기둥입니다. 뭉개거나 납작하게 하는 힘이 있어요. 발바닥 가운데는 무지개 꼴로 버팁니다. 몸이 앉거나 누우면 일어나 하늘을 봐요. 가끔 맨발로 걸으며 달랩니다. 땀을 흘리면 발가락 사이에서 고린내가 나요. 발바닥은 길라잡이입니다. 발이 지나가면 발자취를 남깁니다. 고마운 발을 따뜻하게 덮어줍니다. 발바닥을 믿고 스스로 삶을 다 걸어갑니다. 건너뛰지 않아요. 한 걸음 두 걸음 발밤발밤을 합니다. 2023.12.25.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4 손바닥 손바닥에 물을 받아 입을 헹굽니다. 낯을 씻고 몸을 씻습니다. 손바닥은 몸 끝에서 바닥 일을 해요. 엎어지면 손바닥이 먼저 달려와요. 작다고 비웃으면 뺨을 때려요. 주먹다짐하면 별이 번쩍 떠요. 궂은일로 굳은살이 돋고, 손바닥에 허물이 살아요. 손바닥은 텃밭을 일구는 내 연장입니다. 손바닥은 땀이 나도록 일을 해요. 땅바닥은 흙이 덮고 냇바닥은 물이 덮고 손바닥은 무늬가 덮어요. 나를 활짝 여는 열쇠입니다. 나를 먹여살리는 밥줄이지요. 손뼉을 치고 싶고, 받고 싶습니다. 싫으면 손사래칩니다. 잘못하면 싹싹 빕니다. 매를 맞으면 손바닥은 비손을 올려요. 눈물을 훔치면 손바닥이 가려 줍니다. 하늘을 담지 못해도 하늘을 가려 줍니다.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는 사랑손입니다. 손바닥에 떠오르는 아침해를 얹어 봅니다. 뭉게구름도 담아 봅니다. 멧바람도 담아 봅니다. 손바닥 보자기에 신바람이 춤을 춥니다. 2023.12.23.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 낙서 落書 벽에 있는 낙서들 → 담에 있는 글 칠판의 낙서를 지웠다 → 판에 끄적인 글을 지웠다 담 모퉁이의 얼룩이며 낙서까지도 → 담 모퉁이 얼룩이며 적바림까지도 ‘낙서(落書)’는 “1. 글을 베낄 때에, 잘못하여 글자를 빠뜨리고 씀 2. 글자, 그림 따위를 장난으로 아무 데나 함부로 씀. 또는 그 글자나 그림 3. 시사나 인물에 관하여 풍자적으로 쓴 글이나 그림”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글·글꽃·말꽃’이나 ‘글장난·글놀이·글지랄’이나 ‘말장난·말놀이’나 ‘놀이글·장난글·장난말’으로 손봅니다. ‘깨작거리다·끄적거리다·끼적거리다’나 ‘담다·넣다·써넣다·적다’로 손볼 만하고, ‘살짝적이·적바림·남기다’나 ‘재미글·웃음글·익살글·우스개’로 손보면 되어요. ‘작은글·조각글·쪽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3 짝 ‘짝!’ 하고 부릅니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입술을 짝 폅니다. 웃는 얼굴입니다. 널방아에 얹은 널판처럼 입술이 나란합니다. 널을 놓는 방아는 짝이 있어야 타요. 한쪽이 하늘로 올라가면 한쪽은 땅으로 내려옵니다. 한쪽이 무거우면 내려오지 못 해요. 우리 다리를 볼까요. 한쪽이 나아가면 다른쪽은 슬쩍 밀어요. 걸으면 걷고, 뛰면 뜁니다. 두 발은 같은 쪽을 봅니다. 짝도 같은 쪽을 걸어요. 닿소리와 홀소리를 짝지으면 낱말을 낳아요. 가시와 버시는 아기를 낳아요. 짝이 있어 새롭게 얻습니다. 사랑은 함께 키워요. 짝사랑은 혼자 키워 외로워요. 신을 짝짝이로 신으면 뒤뚱거려요. 짝은 짝짝인 마음을 잘 짜맞추는 사이입니다. 발을 묶고도 어깨동무로 뛰어요. 붙음쇠는 같은쪽을 밀어내고 다른쪽을 당기지만, 사람은 끼리끼리 짝을 맺습니다. 물 한 방울은 마르기 쉽지만, 짝과 함께하면 냇물에 닿을 힘을 얻습니다. 2023.12.22.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