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0 언손
물꼭지에서 똑똑 떨어지던 물방울이 얼어붙습니다. 옆칸에서는 찬바람이 나옵니다. 한자리에 서서 나물을 만지면 손이 시리고, 무를 싸던 손바닥이 얼얼합니다. 호호 입김으로 손바닥을 녹이고 손등을 비비고 볼에 댑니다. 겨드랑에 손을 넣고 오금에도 찔러서 녹입니다. 차가운 손을 짝꿍 목덜미에 쑥 집어넣어 놀래킵니다. 어린 날에는 못에 낀 얼음을 깨고 말을 건졌어요. 눈밭에서 썰매를 타고 미끄럼발도 탔고요. 들녘에서 연을 날리고 눈사람을 굴리고 눈싸움을 하다가 처마에서 고드름을 따면 두 손이 벌겋게 얼어요. 화끈거리고 얼얼하고 가려워 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해요. 아랫목에서 손을 녹여요. 할아버지 불담이불을 쬐고 모닥불에 녹여요. 이윽고 뜨개실과 코바늘로 벙어리손끼개를 짜는데, 그래도 엉덩이 밑이 가장 따뜻해요. 손이 얼며 뛰어놀았고 손이 어는 줄 모르고 일합니다. 몸은 걸어다니는 구들입니다.
2024. 1. 30.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