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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16 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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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6 일손

 

가게를 접습니다. 들인 살림을 몽땅 빼야 해요. 낱낱을 헤아려 덩어리로 묶고 적어 둡니다. 어떤 곳은 내가 미리 찍고 꾸러미에 담습니다. 이 꾸러미를 돌려받아 하나씩 뜯으면 종이에 적힌 대로 보는 셈입니다. 살림을 빼면서 돈이 맞는지 서로 맞추어요. 들일 적에도 하나하나 찍고, 나갈 때도 하나하나 찍습니다. 들어올 적에는 들이는 사람이 밑일을 합니다. 닫을 적에는 내가 밑일을 합니다. 오는 곳마다 꾸러미를 모아 담으려고 여럿이 옵니다. 이런저런 일을 해놓으니 고맙다고 꾸벅 절합니다. 나는 서로서로 섞이지 않게 품을 들이는 하루입니다. 가게를 여는 일도 닫는 일도 품이 잔뜩 들어갑니다. 손이 아프지만, 이 아픈 손으로 허리를 펴라고 톡톡 쳐줍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두 손을 서로 주무릅니다. 깍지를 끼고 꾹꾹 눌러요. 손가락 끝마디가 굽도록 손은 억척스럽게 일합니다. 


2024. 2. 22.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