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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15 나잇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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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5 나잇값

 

열한 해 동안 하루도 가게일을 쉰 적이 없어요. 가게를 아주 닫고서 쉴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둘이 섬에 가고 싶습니다. 둘이 하늘을 날아 이웃나라로 마실하고 싶습니다. 나들이 가방을 한 벌 삽니다. 예전에도 나들이 가방을 산 적 있지만, 그무렵에는 몇 달을 드러눕는 바람에 끌지 못 했어요. 두 딸이 엄마집에 오면 저희 짐을 이 나들이 가방에 담아서 하나씩 갖고 갔어요. 새로 장만한 나들이 가방은 나 혼자 쓰고 싶습니다. 두 딸 앞에서 나들이 가방을 자랑했는데, 이튿날 짝꿍이 꾸지람합니다. 엄마가 그러면 안 된다고 해요. 딸도 쓸 일이 있으면 마음껏 쓸 수 있지 않느냐고 하는군요. 하기는, 나들이를 날마다 다니지 않을 테니, 딸이 빌려쓸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모처럼 혼자 누리고 싶은 살림이기에 나잇값에 걸맞지 않은, 또 엄마답지 않은, 그렇지만 나다운 마음이고도 싶습니다.

 

 

2024.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