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8
― 빛
“책 나왔네요? 우리 고장 으뜸가는 신문에 알림글이 나왔어요. 기쁩니다. 올해 여러모로 큰일 하셨지요? 새해에도 힘차게 나아가 보세요!”
“책 나왔네? 우예 냈노? 궁금하다. 내도 요새 뭔가 써 보려고 끄적이는데 잘 안 되더라. 용하다. 올해에 시집도 내고 수필책도 냈네? 무슨 좋은 재주가 있어 이리 책을 내노?”
다른 사람들이 쓴 글하고 책만 읽다가 쉰 줄이란 나이에 이르러 시집도 수필책도 한 해에 하나씩 냈다. 한 해가 저무는 날, 두 가지 책을 가슴에 안고서 살살 쓰다듬는다. 내세울 이름이 없을 텐데 책을 둘씩이나 냈네. 내 글이름을 또렷이 새긴 책을 둘을 품었네.
시집은 내가 나한테 주는 빛이라 여겼다. 쉰 해를 잘 살아왔다고 주고 싶은 빛이었다. 수필책은 막내한테 주는 빛으로 여겼다. 큰딸 작은딸은 시골집을 조금은 맛보았어도 막내는 시골집을 모를 수 있겠다 싶어, 막내한테 남겨주는 빛이 되도록 천천히 글길을 여미었다.
새해에는 어떤 빛을 글에 담을 수 있을까. 먼저 두 딸한테 빛을 심어 줄 글을 써 볼까. 이러고서 짝꿍한테도 빛을 건넬 글을 써 볼까. 깊고깊은 밤이 가득한 겨울을 지내기에 봄이 오듯, 살고 살고 또 살아가는 날이 글씨앗으로 영글지 싶다. 묵은해를 고맙게 돌아본다. 새해 첫발을 뗀다.
2023. 01. 01.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