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딸한테 /숲하루
햇빛이 써놓은 봄날
꽃잎을 꿈에서 보았다
뱃속에서 넉 달 만에 꼼지락
다섯 손가락을 본 이날
너는 첫 끈을 꽉 잡았단다
여섯 달째는 길에서 옷을 고르다가
갑자기 쓰려져서 구급차를 탔고
아기는 걱정없으나
엄마는 피가 모자라고 하더구나
너는 둘쨋끈을 척 잡았네
아홉 달째는 계단에서 굴렀단다
둥실한 배를 움켜잡고
3층부터 열 칸이나 데굴데굴
엎드린 채 미끄러졌지
손등 발등 까지고
부축 받아 실려갔어
가슴이 철렁했지
너는 셋쨋끈을 움켜잡았어
드디어 빛을 보고서
세이레에 젖을 떼고
시골집에 너를 맡겼다
어느 하루는
아기가 숨을 쉬지 않아
할아버지 할머니가 숨이 막혔다지
캄캄밤에 할머니가 업고 찾은 곳에서
손을 따고서야 숨통이 뚫렸단다
넌 다시 끈을 잡았어
언니동생 틈에서
늘 한 걸음 물러나도
지켜보고 참고
곱게 자라 오늘이로구나
이제 또 하늘이 맺은 끈을 잡는가
두 마음 봄꽃나무처럼 피우겠지
늘 나란나란 풀잎이 노래하겠지
꽃마다 하루를 적고
잎마다 오늘을 담고
열매마다 꿈을 얹어
네 다섯 가지 끈을
네 아이한테 살며시 이어주겠지
사랑으로
2022. 12. 25.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