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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발걸음 18] 꽃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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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8] 꽃상여

 

내가 어릴 적에 우리 마을에는 사람이 많았다. 일흔 집이 모여 살고 한 집안에 다섯이나 일곱씩 살았다. 몇 백이 사는 마을에 죽는 사람도 많았다. 한 달에 몇 판이나 꽃상여가 나갔다.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이 종이꽃을 접었다. 꽃을 단 상여는 고왔다. 어른 열이나 넘게 붙어서 어깨에 짊어지는데 상여를 맨 우리 아버지 다리가 휘청거렸다. 옥양목으로 지은 한복을 입고 소리꾼 장단에 맞추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여러 사람이 발을 맞추었다. 온집안이 지팡이를 하나씩 짚고 뒤따른다. 사내는 ‘아이고’ 소리만 내고 가시내는 서럽게 울었다. 나는 행상이 나가는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마을 어귀에서 죽은 사람 옷을 태웠다. 옷을 태워 주면 넋이 입고 가라는 뜻이고, 이불은 무거워 짐이 되기에 태우지 않았다. 꽃상여는 마을 안길로 다니지 않고 마을 밖으로 나가 빙 돌아서 산으로 간다. 무섭기도 했지만 죽은 사람을 여럿이 태우고 재밌게 가니 내 눈에는 놀라웠다. 꽃상여가 나가는 날이면 떡이 생기고 고기를 먹으니깐 산까지 따라다녔지 싶다. 아버지는 집에 올 적에 수건하고 고무신을 갖고 왔다. 마을에서는 사람이 죽을 적마다 모두가 배웅한다. 잔칫날 같았다. 종이꽃이지만 알록달록하게 꽃으로 꾸며서 보내고 싶은, 남은 사람들 마음일까.

 

 

2022. 02. 25.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