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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발걸음 16] 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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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6] 삐라

 

어린 날에 소먹이러 가면 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숲을 뒤지며 삐라를 찾는다. 나는 재 너머 숲에서 하나를 주웠다. 마을 언니 오빠는 몇 씩 줍던데 내 눈에는 삐라가 잘 안 보인다. 그때 숲은 요즘 숲과 달리 나무가 어렸다. 솔잎에 꽂히기도 하고 비에 젖었다가 마른 구겨진 종이는 풀밭에 드러났다. 내가 주운 삐라는 종이 돈 크기로 흑백 그림과 글씨가 적힌 듯도 하고 빨간빛이 적혔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소먹이러 갔다가 숲속에서 보물찾듯 삐라를 찾아 다녔다. 학교에 갖고 가면 선생님이 공책이나 연필을 주었다. 그렇지만 삐라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삐라를 보면 간첩이 가까이 사는 줄로 알고 떨었지만, 무엇 때문에 뿌리는지도 몰랐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북쪽에서 풍선에 넣어 멀리 왔거나 비행기로 뿌렸기에 산에 많았지 싶다. 그저 학교에서 주워 오면 상을 준다니깐 하나 더 받으려고 숲을 뒤지지만, 북쪽을 알리는 글이지 싶다. 바람은 나쁜 일도 씩씩히 한다. 돌개바람으로 바다를 건드리기도 하고 비를 몰아치기도 하더니 북쪽 풍선을 도와 우리 마을까지 보내고도 때론 숨죽이고 살랑이며 사람들한테 살갑게 구는 듯하다. 바람도 피바람이 불던 싸움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듯싶다.

 

2021. 11. 13.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