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3] 쥐똥꽃
쥐똥나무에 까치가 앉자 어디서 날아왔는지 직박구리가 시끄럽고 사납게 울어댄다. 작고 까만 열매가 송사리로 맺었는데 까치는 먹지 못하고 쫓겨갔다. 까만 열매가 쥐똥 닮아서 쥐똥나무 이름이 붙었지 싶은데, 열매가 많은 만큼 쥐도 많아 붙였을까. 어릴 적에 우리 집에 쥐가 많았다. 어머니가 집 둘레를 깨끗이 치워도 쥐는 어디 숨었다가 나오는지 담벼락이나 뜨락 따라 휙 지나가 부엌 모퉁이 가게로 사라졌다. 부엌 앞에 장독대가 있고 모퉁이 돌면 김치단지를 묻어두었다. 바로 옆에는 디딜방아가 있었다. 하루는 김치독을 묻은 가게를 지나 뒷집 담을 기어 올라갔다. 뒷집은 언덕이라 담이 높다. 우리 담장에 올라서도 내 키를 넘는 뒷집 언덕을 받치는 돌을 잡고 오른다. 빙 돌아서 가기 귀찮아서 담으로 다녔다. 다시 담을 타고 내려오다가 쥐를 보았다. 김칫독을 덮어둔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어디로 쥐가 들어갔는지 두리번거리다가 생쥐를 보았다. 지푸라기에 다섯 마리가 모였다. 나는 생쥐 한 마리를 집어 손바닥에 놓고 보았다. 눈도 안 떴다. 갓 태어난 쥐는 살결도 곱고 보드라워 귀여운데 자라니까 검은 털이 나고 징그럽네. 아버지가 담아 놓은 나락 가마니를 뚫고 밀가루 자루도 갉아먹고 기둥도 갉아먹고 우리 집 저지레꾼이었다. 쥐는 하도 빨리 달아나서 잡지 못하고 작대기로 쫓았다. 쥐똥 따라 쥐덫을 놓고 약도 놓고 찐득이도 놓았다. 아침마다 한 마리는 걸려들었다. 쥐는 우리가 먹는 반찬도 훔쳐먹고 나락도 훔치고 고구마도 갉아먹는 도둑으로 살았다. 부엌이 따뜻해서 불을 켜면 후다닥 달아나는 쥐하고는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네. 쥐똥꽃은 저렇게 하얗게 피는데 삶은 시커멓네. 쥐는 집안이 많아서 사람들이 싫어하느라 숨어 살고 훔쳐 먹나. 쥐똥나무는 쥐가 먹은 만큼 열매를 맺어 새한테도 나누네. 땅바닥 어딘가에 사는 쥐는 제 똥을 닮은 열매가 있는 줄 알까. 나무를 타고 따먹을까. 쥐는 도둑질 안 하고는 못 살까. 요즘은 시골집을 번듯하게 짓는데 쥐는 어디서 살까. 사람 눈에 안 띄는 구석을 잘 치우기도 하는데도 미움받던 쥐 이름으로 쥐똥나무는 새한테서 사랑받는 나무가 되었네.
2021. 11. 13.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