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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1] 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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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1] 매미

 

서울 매미는 똑같은 소리를 한꺼번에 터트리고 기운을 쓴다. 누구 소리가 높은가 내기하며 우는 듯하다. 노래라기보다 시끄러운 소리로 들린다. 깊은숲 매미는 서로 다르게 고운 소리로 끊어지고 이어지고 쉬었다가 한결 세게 힘을 싣는다. 어릴 적에 듣던 소리이다. 마을에 큰나무는 거의 없지만 멧골 감나무에서 매미 울음이 들려온다. 뒤 안에 심은 감나무에 붙은 매미를 잡으려고 손가락을 모았다. 그러나 잡으려고 하면 날아갔다. 마당에 떨어졌다가 휙 날아가는 매미를 보기도 하고 죽어서 뒤집힌 매미만 보기도 했다. 아버지는 들일 하고 샛밥을 잡수러 올 적에 매미를 한 마리씩 잡아서 나를 주었다. 아버지는 동생하고 갖고 놀게 날개를 뜯어서 주었다. 어떤 날은 날개가 있어도 날아가지 못하는 매미가 있고 울지 못하는 매미도 있다. 아버지가 준 매미는 아이처럼 짧게 울었다. 나무에서 태어나 어두운 흙에서 몇 벌 허물을 벗으며 살던 애벌레가 다시 나무로 올라와 등을 가르고 날아가는 줄은 몰랐다. 어린 날에는 매미가 벗은 껍데기를 본 적이 없었다. 여름 한철 살아도 모습을 세판 바꾸고 땅에서 나무로 하늘로 넓은 자리에 살면서도 떼로 울까. 짝을 찾아오는 매미는 귀가 잘 안 들리려나. 몸도 작은데 우렁찬 소리를 오래내니 놀랍다. 하루도 모자라 한철을 울기만 하네. 울지도 날지도 못하는 매미는 나한테 노래를 가르쳐 주려고 왔는지 모른다. 울음소리가 사라지면 여름이 끝나겠지. 그때나 이제나 아직도 목소리만 가다듬는다. 높고 낮게 여리고 세게 부르면 소리가 고와 짝이 빨리 올 텐데. 나도 어린 날에 그렇게 많이 울었지만, 너처럼 노래를 부르지 못해. 나는 노래를 부를 줄 몰라. 이제는 네 울음이 시끄럽다고 하지 않을 생각이야.

 

2021. 11. 05.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