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7] 박달나무
나무는 잎하고 열매를 보면 알기가 쉬운데, 박달나무는 벚나무 참나무 앵두와 잎이 닮았다. 열매는 벌레처럼 생기고 누렇다. 어린 날에 아버지는 이 나무를 베서 홍두깨로 썼다. 낫으로 껍질을 얼추 벗기고 대패로 다듬는다. 잘 사는 집은 공장에서 사고 우리 집은 공장에 갈 살림이 안 되어 나무를 베어서 쓴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다듬어준 홍두깨로 국수를 밀었다. 밀가루를 포대기로 사 놓고 쓰기도 하고 밀밭을 지었다. 디딜방아에 두드려서 밀을 씻어 말린 뒤 국수를 빚는다. 어머니는 양푼이에 가루와 물을 섞어 빨래 치대듯이 두 손으로 반죽을 했다. 나무판에 놓고 홍두깨로 밀고 돌려서 또 밀었다. 동그랗게 펼치는 반죽은 모자 꼴이 나오다가 차츰 봉긋한 가운데를 납작하게 편다. 납작하게 펴면 홍두깨에 말아 손으로 쓱쓱 바깥쪽으로 훑으면 얇고 넓다. 돌돌 만 반죽이 서로 달라붙지 않게 밀가루를 묻혀 가면서 훑는다. 반죽을 보자기만큼 커다랗게 밀면 널어 두고 마실 한 바퀴 돈다. 꿋꿋해지면 착착 접어서 꽁지를 잘라내고 채썰었다. 우리는 꼬랑지를 받으려고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다. 꼬랑지를 아궁이에 넣고 불에 구우면 올록볼록 부풀고 바삭하다. 어머니가 국수 반죽에 콩기름을 넣어서 벙긋벙긋 일어난다고 했다. 우리는 어머니가 구워 준 국시 꼬랑지 서로 얻어먹으려고 싸우기도 했다. 쌀밥을 먹지 못해 보리밥을 먹고 여름에는 보리밥이 잘 쉬어서 국수에 말아 물배를 채웠다. 박달나무 열매가 벌레 같아 징그럽다고 여겼는데 무거운 몸으로 국수를 눌려 밀어주었네. 동글게 커 가는 박달나무야, 벌레 닮은 열매라고 보고도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해. 네가 도와 꼬랑지 밥을 잘 먹었구나.
2021. 09. 21.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