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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4] 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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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사진: 박종덕님]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4] 가재

 

마을 앞뜰 어귀에 느티나무를 지나 오빳골 재 덜 가서 아랫마을로 내 따라 논 따라 길이 갈라졌다. 가는 길로 갈라지는 곳에 냇물이 흐른다. 재 너머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을 만나 아랫마을로 뻗어가는 냇가는 가재가 있는 개울이다. 냇바닥에는 누렇고 검은 돌과 큰돌 작은돌이 있고 물이 떨어지는 곳에 시멘트를 발라 밑쪽에는 작은 뚝이 있다. 물이 넘쳐 흘러가고 뚝으로 논둑과 냇가에서 자라는 산수유가 늘어서니 언제나 그늘이 진다. 마을 언니 오빠 동생하고 씻으러 가거나 가재를 잡으러 뚝을 따라 물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아버지 헌 검정고무신을 들고 갔다. 큰돌을 뒤집고 작은 돌을 들춰 가재를 찾는다. 들춰 본 돌은 제자리에 두고 물이끼에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비껴 걸었다. 돌 밑에 알갱이 돌에 숨는다. 딱딱한 껍데기에 두 집게발이 통통하게 올라오고 더듬이를 내밀며 느릿느릿 바위틈에서 나온다. 가재 허리에 작은 발이 몇씩 있고 꼬리 가까이에 가로무늬가 있고 뒤집으면 배를 구부리고 부채처럼 꼬리를 펼친다. 구부린 배를 보면 알갱이를 품은 가재도 있다. 나는 손가락보다 긴 굵고 큰 가재를 두 마리 잡았다. 고무신에 물을 담고 가재를 담아 집에 들고 왔다. 아버지도 몇 마리 잡아서 갖고 오면 어머니는 가재를 부엌 아궁이에 장작을 지필 적에 구우면 바싹했다. 구멍이 송송 난 그릇에 담아 솥에 넣고 찌면 발갛다. 된장을 풀어서 찌개를 끓여서 먹었다. 나는 찌개보다 구운 가재가 맛있었다. 살점보다 단단한 작은 발을 우지직 씹어 먹었다. 구수했다. 가재를 삶은 빛깔은 냇가재나 바닷게가 닮았다. 비가 온 뒤는 개울이 맑고 돌과 개울에 난 풀이 있어 가재가 살기 좋았다. 다리 밑과 뚝 둘레에 사는 가재를 잡느라 집게발에 꽉 물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두 집게를 꼭 잡으면 가재는 꼼짝하지 못했다. 여름이면 가재를 잡는다고 엎드려 냇바닥 돌을 샅샅이 뒤지다 보면 보물을 찾는 느낌이다. 손하고 발이 하얗게 퉁퉁 불어 맨발로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가재 잡아 신바람이 났다. 가재는 물밖을 나와 고무신을 타며 삶을 마감하지만, 우리한테는 고맙고 반가웠다. 다만, 가재야, 아이들 소리가 나면 안 잡히는 곳으로 꼭꼭 숨으렴.

 

2021. 09. 12.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