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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4] 익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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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4] 익모초

 

산에서 익모초를 마흔 해 만에 보았다. 멧산 층층 쌓인 자리를 밟으니 돌이 부서진 풀밭에 피었다. 어머니는 육모초라 했다. 익모초는 생김이 쑥하고 닮았다. 잎은 쑥보다 좁고 길쭉하다. 풀이 내 허리께에 오고 꽃대가 빳빳하고 한 뼘쯤 꽃이 피었다. 보랏빛이 도는 작은 꽃이다. 아버지가 가을에 풀을 베어 엮어 두었다가 말린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말린 익모초를 겨울에 가마솥에 넣고 팔팔 끓여서 그 물로 감주를 삭히고 조청을 꼰다. 더 졸여서 동글동글 비벼 알로 먹는다. 어머니는 익모초로 비빈 구슬 맛이 향긋하다고 했다. 어머니한테 좋은 풀을 어머니는 어떻게 알았을까. 마을 어른한테서 배웠을 테지. 어머니도 많은 풀 가운데 꽃을 보고 찾아내는지 모른다. 묵혀둔 땅에 익모초가 많이 자랐다. 풀 같지만 곧고 꽃이 곱게 피어 눈에 잘 띈다. 목골 정이네 집 뒷간이 있는 높은 밭둑에 이 풀이 많았다. 그날 나는 우리 어머니 갖다 주려고 한 포기 뽑았다. 꽃대를 잡고 걸어가는데 내 허리춤까지 오고 굵고 크다. 우리가 먹는 쑥도 쓰고 한약도 쓰던데 몸에 좋은 풀은 모두가 쓸까. 익모초 달인 물을 많이 얻어먹어서 나한테도 좋았지 싶다. 둘째 낳고 나빠진 눈이 열두 해 만이지만 밝아졌으니 어린 날 이 살림풀(약초)을 많이 먹어서인지 모른다.

 

2021. 08. 05.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