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9] 금은화

URL복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9] 금은화

 

높은 바위틈에 금은화가 피었다. 덩굴이 돌담으로 뻗고 나무에도 엉키며 자랐는데 이제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높은 바위틈에 자라네. 유월 볕에 금은화가 피면 꽃물을 빼먹으려고 꿀벌도 바빠지겠지. 나도 꽃에서 꿀을 따먹었다. 시골에서는 인동이라 했다. 장골 윗집으로 올라가는 골목 따라 덩굴이 우거졌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꽃을 땄다. 노란꽃 하얀꽃이 같이 피고 빛깔이 곱고 맛이 달다. 꽃 하나를 따서 꽁지를 입에 넣고 쪽쪽 빨아먹고 또 따서 꿀물을 빼먹는다. 꿀은 내가 다 쪽쪽 빨고 집에 들고 왔다. 섬돌에 보자기를 펼치고 널어 햇볕에 말린다. 꽃이 마르면 담아서 벽에 걸어 둔다. 어머니는 닭을 고을 적에 넣고 단술(식혜)에도 넣는다. 꽃을 물에 끓여 우려낸 물에 단술을 삭히고 끓인다. 날꽃을 통에 담고 술을 부어 둔다. 아버지는 밥 먹을 적마다 한 모금씩 마신다. 어머니는 팔다리에 꽃이 좋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을까. 약으로 쓰려면 꽃물을 먹으면 안 되는데 나는 꽃물을 쪽쪽 입에 물었다. 어머니는 좋은 줄 알고 했으니 단물이 있는 줄 알고 먹었으니 약이 되었지 싶다. 금은화는 금과 은처럼 보기 드물었을까. 하늘에서 떨어진 금처럼 금은화도 먼바람 타고 비를 타고 우리 마을로 왔을테지. 이제는 담도 사라지고 금은화는 높은 바위로 씨앗이 옮겨 갔는지 모른다. 바위틈이 좁아 뿌리를 내리기도 힘들텐데, 자리를 잘 잡아 땅으로 내려오려고 하네. 깊은 멧기슭에서 잘 버틴다. 내가 그랬듯이 벌나비한테 단물 많이 내어주렴.

 

2021. 07. 27.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