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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발걸음 7] 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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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7] 엿

 

어린 날 두메 마을에 장사꾼이 들어왔다. 자전거를 타고 얼음과자를 팔러 오고, 당면이나 미역도 판다. 옷보따리를 이고 할머니 장사꾼도 온다. 당면을 사면 할머니가 점을 거저 봐준다. 당면 장사꾼이 돌아가면 엿장수가 들어온다. 가위질 소리가 착착 쇠소리 내며 박자를 맞추고 ‘울릉도 호박엿 사시오, 깨진 그릇도 갖고 오고, 오그라든 냄비도 좋고, 떨어진 고무신도 받고, 마늘도 갖고 오이소.’ 엿장수 아저씨가 빨간 확성기로 길게 노래를 하듯 말한다. 확성기 소리를 들으면 장골 이골 목골에서 놀던 아이들이 우르르 뛰어나왔다. 나는 수레에 붙어서서 가위질을 구경했다. 엿을 끊으려고 끌쇠로 어림잡고 가위로 탁탁 치며 엿을 한 줄씩 떼어낸다. 그리고 하얀 가루에 묻힌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동생하고 눈을 마주치고는 둘이서 집으로 뛰어간다. 마늘 걸어둔 가게 밑에 할아버지 몰래 기어들어가서 가장 굵은 마늘을 다섯씩 골라 뺐다. 몸이 힘든 할아버지가 우리가 마늘을 빼가자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지른다. 둘은 등 뒤에 마늘을 숨기고 할아버지 지팡이에 안 맞으려고 몸을 옆으로 비껴 할아버지 방 앞을 지나 대문으로 빠져나와서 고샅길을 달렸다. 흙먼지를 폴폴 날리며 뛴다. 땀도 흠뻑 흘리고 엿장수한테 달려간다. 마을 할머니들이 시내가 흐르는 다리에 앉아 우리를 지켜본다. 마늘을 안 보이게 엿장수한테 주면 엿을 한 줄 끊어 준다. 노랗고 단단한 호박엿도 있고 누런 쌀엿도 있다. 단팥 맛이 나는 얼음과자도 굵은 마늘을 몰래 갖고 와서 바꿔 먹는다. 할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이르면 꾸중을 들어도 다음에 엿장수가 오면 또 몰래 마늘을 빼서 엿을 바꿔 먹었다. 어머니 아버지는 힘들게 농사짓고 마늘을 말린 뒤 팔아 빚도 가리고 농약값도 갚고 씨마늘도 남겨야 하는데, 우리는 굵은 마늘만 골라 엿장수한테 갖다 주었다. 우리는 마늘값이 얼마인지 몰랐다. 엿장수 아저씨가 우리보고 굵은 마늘 갖고 오라고 했다. 굵은 마늘을 갖다 주어야 엿을 주는 줄 알았다. 엿장수가 갈 적에는 수레에 마늘을 몇 접씩 갖고 갔다. 마늘을 쪼개고 서리 내릴 무렵에 마늘을 심고 해가 바뀐 여름날에 장대비를 맞으며 힘들게 캔 마늘이다. 우리는 철이 없었고, 그래도 잘못인 줄은 알았는지 밭에서 돌아온 어머니 아버지를 보면 눈도 맞추지 못했다. 참 어리석었다.

 

2021. 07. 23.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