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7] 마늘씨

URL복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7] 마늘씨

 

한가위가 지나면 마늘씨를 쪼갠다. 여름에 캐서 가게 장대에 걸어두었다가 가을에 벗긴다. 마늘 꼬투리를 하나하나 딴다. 대가 바싹 말라서 비틀면 마늘대가 똑 부러진다. 안 떨어지면 가위로 자른다. 마늘 한 톨을 잡고 결대로 반을 쪼갠다. 그리고 하나하나 뗀다. 떼어낸 마늘에는 이미 뿌리가 가지런하게 자란다. 쪼갠 마늘을 크기대로 모은다. 허실은 허실대로 따로 담는다. 심을 적에는 굵은 씨앗부터 심고 씨앗이 모자라면 작은 씨앗을 심는다. 아주 작은 씨앗은 생채기가 있기도 해서 우리가 먹는다. 굵기대로 심는 까닭은 마늘을 캘 적에 굵기가 비슷해서 따로 고르지 않아도 된다. 굵은 씨앗과 작은 씨앗을 섞어 심으면 굵은 씨앗 곁에 자라는 작은 씨앗은 잘 크지 못한다. 캘 적에 작은 마늘이 끼면 따로 골라야 한다. 마늘을 걸어 둔 가게 밑에서 마늘씨를 며칠 밤낮으로 까느라 어머니 아버지 손이 까지고 갈라진다. 몇 톨 쪼개지 않아도 마늘물이 닿으면 따갑다. 반창고로 엄지손가락을 감고 또 깠다. 나는 손 아프다고 안 까면 되지만 어머니 아버지는 손이 부르트도록 깠다. 아버지가 논 손질 끝나면 소로 고랑을 탄다. 우리는 바가지에 마늘씨를 퍼담고 줄지어 엎드려 하나씩 놓는다. 어머니는 앞주머니를 차고 두 손으로 씨앗을 놓는다. 다시 아버지가 밭고랑을 타면 우리가 놓은 마늘 씨앗에 흙을 덮고 다시 씨앗을 놓는다. 마늘씨를 놓을 무렵에는 서리가 내리고 하얀 김이 나온다. 맨손으로 심느라 손톱 밑에 흙이 끼여 까맣다. 엉덩이를 쳐들고 놓느라 허리도 아프고 뒷다리가 무척 당긴다. 다음날 학교에 가면 너도나도 절룩거린다. 우리는 그루갈이(이모작)를 해서 마늘 캐고 이어 모내기하느라 한 해 가운데 가장 바쁘다. 가을에는 벼를 베고 논 갈아 마늘 심느라 또 바쁘다. 마늘씨를 둘 얼음칸(냉동창고)이 없어 약을 치면 그 마늘은 씨앗으로 쓰지 못한다. 마늘씨를 놓는 날에는 온집안이 매달린다. 한 알 씨앗에서 여섯 쪽 한 톨이 나오고 씨앗은 몇 곱으로 돌아온다. 기름진 땅을 씨앗이 먼저 알아보고 쓰러졌던 우리 집을 일으켜세웠는지 모른다.

 

2021. 07. 23.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