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6] 마늘
아버지는 마늘을 아주 잘 묶었다. 들쑥날쑥 않고 마늘 뿌리를 반반하게 하고 쉰씩 둘을 묶으며 한 접을 손질한다. 마늘을 묶어 놓으면 나팔꼴로 펼쳐진다. 오일장에 내다 팔 적에는 깔끔하게 손질했다. 우리 마을은 마늘로 널리 알려졌다. 의성 마늘이다. 가음마을이나 읍내는 땅도 넓고 좋은데도 우리 마을 안전푸이 마늘이 으뜸이다. 약장사 아저씨가 서울에 가서 마늘을 팔아 돈을 많이 번 뒤로 전푸이 마늘은 입소문이 퍼진다. 아랫마을은 전푸이, 우리 마을은 안전푸이라 했다. 이웃 마을에 마늘이 안 되어도 우리 마을에는 마늘이 잘 자랐다. 그래서 오래 잘사는 마을로도 알려졌다. 우리 마을 땅이 골짜기인데도 읍내 넓은 땅을 몇 마지기를 살 수 있고 가음마을 땅도 우리 마을보다 쌌다. 못도 없고 물이 적어 땅이 아무리 좋아도 마늘은 우리 마을보다 못하다. 우리 마을 어른들은 “꽁지 없는 소.”라고 부른다. 소는 아니지만, 사람은 꽁지가 없으니 소처럼 일한다는 뜻이다. 마늘이 잘 되는 까닭은 땅이 기름지다. 똥오줌이며 거름을 넣고 풀이나 속새를 듬뿍 넣었다. 부지런히 논밭에 거름을 뿌리지 못하면 논이 기름질 수가 없다. 게으른 집은 마늘도 티가 났다. 굵기도 다르고 부피가 적다. 우리 집은 마을에서 마늘을 가장 잘 짓는다고 알려진 적도 있다. 마을에서 우리 아버지가 부지런하기로도 알려졌다. 거름을 많이 냈다. 씨마늘을 오래 하면 마늘 씨가 작다. 씨를 오래 쓰면 마늘이 셋 쪽씩 여섯 쪽씩 나오자 어느 날부터 세 해마다 씨마늘을 바꾼다. 마늘이 굵고 쪽이 많아 잘 팔려 돈이 되었다. 이제 땅에 거름을 뿌려 줄 아버지도 없고 여섯 쪽이던 의성 마늘도 슬쩍 다른 나라 씨앗으로 바뀐다. 한 해 심은 마늘은 씨마늘이 되지 못하고 그해만 쓰는 씨앗이 되고 말았다. 적게 거두니 애써 우리 씨를 지키려고 하지 않는가. 의성 마늘은 작아도 맵고 단단하다. 우리 아버지는 글씨는 못 써도 마늘을 반듯하게 멋지게 묶었다.
2021. 07. 23.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