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5] 단감
우리 마을 감은 씨가 없다. 납작하고 껍질이 얇은 감은 찬감이라 하고 길쭉하고 두꺼운 감은 도감이라 했다. 도감은 붉게 익혀서 먹고 찬감은 곶감으로도 말리기도 하고 삭힌다. 마구간을 가운데 두고 방이 둘인데 하나는 할아버지 방, 또 하나는 고추를 말린다. 켜를 올리고 그물 틀에 익은 고추를 골고루 널어서 연탄불에 며칠을 굽는다. 두 화로가 활활 타니 굴이 아주 뜨겁다. 학교 마치고 집에 오면 혼자이다. 집 뒤 감나무에서 땡감을 서넛을 땄다. 그릇에 물을 담고 굵은 소금을 넣은 뒤 고추 굴 문을 열었다. 뜨거운 바람이 얼굴에 스치자 따갑다. 매캐한 고추 냄새가 목구멍으로 들어오자 숨도 막혔다.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숨을 멈추고 그릇을 밀어 넣는다. 맨살인 팔이 뜨거워 깊숙이 밀어 넣지 못해 문 앞에 두고 재빨리 문을 닫았다. 이튿날 감이 잘 삭았을까 깨물어 보면 떫다. 다시 하룻밤 더 두고 틈나면 문을 여느라 뜨거운 김만 뺐다. 어머니는 처음에 큰 그릇에 나처럼 담다가 비닐에 싸서 아랫목에 묻는다. 조금 떫어도 단맛이 돈다. 어머니는 이내 먹을 감은 연탄불에 삭히고 아랫목에 묻고 한두 달 뒤 겨울에 먹을 적에는 달리 삭힌다. 커다란 단지에 짚을 깔고 감을 넣는데, 땡감 꼭지를 소주에 적신 뒤 차곡차곡 넣는다. 감을 다 채우면 짚으로 덮고 비닐로 단지 주둥이에 고무줄로 꽁꽁 묶었다. 감을 헐면 바람이 들어 감이 빨리 물러 꼭지가 빠지고 새콤한 냄새가 나면 거품이 난다. 단감은 헐면 빨리 먹어야 해서 장날을 맞추어 팔기도 한다. 단감도 붉은감처럼 많이 먹으면 된똥에 걸린다고 해서 감털은 뱉는다. 감은 하나인데 여러 맛으로 먹는다. 말랑하고 빨간 감으로 먹고, 말려서 곶감으로 먹는다. 단단하게 먹는다고 단감일까. 그 떫던 감이 말리고 삭히면 달다고 단감이겠지. 감은 바람을 막으면 부드럽네. 날로 먹으면 얼룩이 지네. 감도 술에 절어 취하네.
2021. 07. 20.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