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4] 고욤
고욤나무는 나뭇가지가 높아 어린 우리는 좀처럼 손이 닿지 않는다. 고욤은 겨울이면 빼놓을 수 없는 우리 새참이다. 열매가 은행알만큼 작은데, 빛깔이 짙으면 더 달다. 작은 열매는 씨로 가득하고, 이 씨는 납작하고 굵다. 하나씩 입에 넣고 오물오물 빨아들인 다음에 휙 날린다. 말랑하고 빛깔이 검붉으면 하나씩 따먹었다. 가지를 꺾어 겨울날 빈 방에 넣어 두면 고욤도 꽁꽁 얼어 씨가 달라붙은 만해 깨물어 먹는다. 어머니는 가을에 고욤을 낫으로 베지만 단지에 담아 꼭 묶어 둔다. 한참 지나 뚜껑을 열면 쫀득하고 조청같이 달아 한 숟가락씩 떠먹는다. 우리는 겨울에 간식으로 고욤하고 김치하고 배추 뿌리와 고구마를 먹는다. 감처럼 고욤도 많이 먹으면 똥구멍이 막힌다고 했다. 우리 집은 이웃마을 불래에 고욤나무가 있었다. 고욤나무에 감나무를 꺾어서 가지를 붙이면 감이 열렸다. 접을 붙여서 감나무가 많았을까. 큰고욤나무에 작은 열매가 주렁주렁 맺으니 감나무가 되면 고욤 몇 곱이나 커다란 감을 먹겠지. 감나무 가지 하나로 어떻게 고욤나무 감이 열릴까. 한 나무 가운데 밑에는 감이 열리고 위에는 고욤이 열릴까. 둘이었던 나무를 하나로 붙이니 새롭게 자라서 굵고 푸짐하게 열매를 쉽게 맺을까.
2021. 07. 20.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