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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3] 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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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3] 냉이

 

냉이를 며칠 묵혔더니 새싹이 났다. 무르고 검은 잎과 발갛게 익은 잎을 뗀다. 어린 날에는 냉이에 새싹이 나도록 두지 않았다. 냉이를 캐면 바로 먹었다. 설 쇠고 나면 산비탈 밭에 냉이가 올라왔다. 바가지하고 호미를 들고 목골이나 도빠골 잎새밭에 간다. 우리 밭은 아니지만, 파릇파릇하면 캔다. 우리는 냉이를 ‘날새이’라 하고 달래는 ‘달새이’라고 했다. 이랑에 냉이가 흙에 납작하게 붙어 잎을 펼쳤다. 냉이하고 닮은 풀을 보면 헷갈린다. 냉이는 잎이 더 가늘고 살짝 물들었다. 내가 캔 냉이로 어머니는 된장을 끓이는데, 어머니는 ‘장 찌진다’는 말을 쓴다. 냉이는 된장에 넣고 콩가루에 묻혀 국을 끓이고 삶아서 무침으로 해 먹는다. 겨울이라 일거리가 없는 마을 사람은 떼를 지어 캐러 다닌다. 그렇지만 우리 어머니는 냉이를 일삼아 캐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집보다 고추를 많이 심는다. 봄부터 고추작대기를 다듬는다. 망치 날로 작대기 끝을 돌리면서 뾰족하게 깎는다. 고추가 쓰러지지 않게 흙바닥에 꽂아 고추가 자라면 넘어지지 않게 묶는다. 그래서 새봄에도 바빠 냉이는 오다가다 캔다. 냉이는 겨울 밭에 가장 먼저 돋아나 봄을 부른다. 잿빛 흙에 풀빛이 눈에 잘 보이고 얼었던 흙이 녹자 햇볕에 일찍 깨어나 찬바람에 발갛게 그을리며 봄을 부른다. 새풀 옷을 입고 첫봄을 알리니 봄도 냉이 부름에 웃고 성큼 오는지 모른다.

 

2021. 07. 20.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