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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2] 사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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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2] 사마귀

 

고개에서 사마귀를 자주 보았다. 흙빛이 도는 사마귀는 땅바닥에 떨어진 지푸라기와 섞여 우리 눈에 쉽게 띄지 않고 풀빛 사마귀는 쉽게 띈다. 나는 사마귀를 만날 적마다 무서워서 비껴갔다. 사마귀가 가만히 있는데도 싫었다. 사마귀는 느릿하게 갈 듯 말 듯 걷는다. 큰 눈이 튀어나오고 얼굴이 뱀 닮은 세모라서 무서웠다. 앞발은 톱니 칼날 같아 손을 꽉 깨물 듯하다. 학교에 가는 길이나 돌아오는 길에 고개서 한숨 돌린다. 고개에서 사마귀를 만나면 동무들은 장난을 친다. 손하고 발이나 팔꿈치에 사마귀가 난 아이는 제 살점을 손톱으로 뜯는다. 살점을 작은 돌에 얹고 그 위에 또 떼서 놓는다. 아주 작은 돌탑으로 돌부리보다 적어 눈에도 잘 띄지 않았다. 시침 떼고 앉아 있으면 막 재를 넘는 아이가 돌을 차면 손뼉치며 소리지르며 좋아했다. 제 몸에 난 사마귀가 그 동무한테 옮겨간다고 여겼다. 그리고 머스마들은 사마귀 목덜미를 잡고 몸에 난 사마귀를 뜯어 먹게 했다. 사마귀를 옮는다는 말에 사마귀 곁에 얼씬도 안 했다. 사마귀 몸이 메뚜기처럼 딱딱한데 배는 부드럽고 무겁다. 새끼를 뱄을까. 몸집 두 곱이나 되는 뱃속이 궁금하다. 우리는 사마귀 배에서 실뱀이 나온다고 믿었다. 짓궂은 아이가 사마귀를 잡았을 적에 보니 가늘고 기다란 실 같은 벌레가 살아 꿈틀거렸다. 그 많은 알을 낳고 몸이 버틸까. 사마귀는 풀밭을 두고 우리가 다니는 길 건너 어디로 가려나. 아이들 발에 밟히기도 하는데 혼자 심심해서 우리하고 놀고 싶었을까. 사마귀는 사람 몸에 난 사마귀하고 이름이 똑같네. 무슨 뜻이 있을까. 물집이 터지면 옮는다고 그럴까. 메뚜기나 잠자리를 잡아먹으려는 톱니가 달린 앞발 때문일까. 사마귀는 사람 몸에 난 사마귀로 오히려 아이들 괴롭힘을 비껴가지도 모른다.

 

2021. 07. 18.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