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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0] 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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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0] 잔대

 

우리 마을 멧골이 잔디밭이다. 마을로 잇는 여러 등성이 골골에 마을사람이 다녔다. 풀이 자라고 잔디를 소한테 먹이고 낫으로 베어서 땔감을 했다. 멧골에 나무가 없었기 때문에 잔디가 살고 우리는 소 먹이러 가서 잔디밭에서 뛰어놀았다. 잔디 가까이 잔디보다 잎이 넓은 풀이 자랐다. 노란꽃을 피우는 잔대가 있는데, 우리는 ‘짠대’라 한다. 쪼그리고 앉아 잔대를 캔다. 호미를 안 갖고 간 날에는 손으로 흙을 팠다. 뿌리에 붙은 모래흙이 잘 털렸다. 뿌리가 까맣다. 깎거나 훑어낸 뒤 잘근잘근 씹어먹었다. 어머니 아버지도 가끔 잔대를 캐서 먹지만 일하느라 캐고 먹을 틈이 없다. 잔대는 소 먹이러 가면 누리는 우리 새참이다. 배불리 먹지는 못해도 몇 뿌리 캐서 씹으면 씹을수록 뿌리맛이 달콤하다. 내 혀는 어린 날 먹은 잔대를 떠올릴지 모른다. 이제 잔디가 사라졌다. 민둥산에 더는 나무를 베지 않아 나무가 자라고 햇볕을 쬐지 못한 잔디가 많이 사라졌다. 산등성이 모두가 잔디밭이었으나, 이제는 무덤에서나 본다. 내가 들녘을 좋아하는 까닭이 어쩌면 우리 마을 온 등성이를 잔뜩 덮은 잔디밭에서 뒹굴며 놀아서인지 모른다. 잔디 틈에 자라고 우리가 캐먹은 잔대가 ‘원삼’이었다고 하니 우리가 캐먹은 잔대를 많이 먹어서 여태껏 잔앓이를 안 하는지 모른다. 무덤도 차츰 사라지면 잔대는 어디서 뿌리 내릴까.

 

2021. 07. 18. 숲하루